나루세 미키오의 ‘방랑기’를 봤다. 작가 하야시 후미코의 자전적 소설 ‘방랑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후미코는 행상을 하는 부모님을 따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막 어른이 되었을 무렵 부모님과 헤어져 홀로 생활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배운 바가 많지 않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인형 공장을 다니다 카페 종업원, 호스테스 일을 해 돈을 번다. 바쁜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그는 계속해서 글을 쓴다. 시든 소설이든 동화든 동시든 가리지 않고 쓴다.
후미코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카페 종업원이나 호스테스로 일을 할 때는 자신의 손님이 아닌 사람들 앞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사람에게 버림 받으면서도 사람을 끊임없이 원한다. 그의 외로움은 사람과 직결되어 있다. 사람에게 얽매이길 바라는 욕망은 그의 단점이자 창작의 요소가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점이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그가 외로움을 달래는 것을 갈구하기도 하지만 외로움, 방랑 그 자체를 바라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집착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홀연히 떠날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그런 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찰 때가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근심과 걱정이 말끔히 사라진 장면이 다음 차례로 나온다. 숏들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후미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