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보이즈 인 더 밴드’ 리메이크작을 봤다. 1968년이 배경이고 모든 인물이 퀴어다. 게이, 혹은 바이섹슈얼, 아니면 디나이얼 게이. 배역을 맡은 모든 배우들은 오픈리 게이 또는 바이섹슈얼들이다. 원작의 배우들은 대부분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했는데 리메이크작의 연출자인 존 만텔로는 그 부분을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은 것 같다. 노화에 관한 강박을 갖고 있는 인물 해롤드(재커리 퀸토)가 생일을 맞이한 주인공이지만 죽음에 가까운 으스스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데 그를 통해서 얼마든지 운명을 달리한 이들을 암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연출을 해내지 못하고 디나이얼 게이에게만 치중한 것 같아서 그 점이 아쉽다.

희곡 작품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 대사가 아주 많은데 짐 파슨스, 재커리 퀸토, 맷 보머, 브라이언 허치슨 등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냈다. 하지만 이것이 ‘이 작품을 왜 하필이면 지금 리메이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관한 답이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에이즈 합병증으로 죽음을 맞은 성소수자들을 향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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