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르지 스콜리모우스키의 ‘당나귀 EO’를 봤다. 서커스단에서 연기를 하던 당나귀 EO가 동물보호단체의 시위로 서커스단에서 풀려나 소를 키우는 농가로 향하기까지의 여정이다.

EO는 여정 내내 자신에게 유일하게 진심을 담아 애정을 베풀었던 서커스단의 단원을 그리워한다. EO는 야생에 있을 때도, 도살장으로 향하는 트럭 안에서도 그의 손길과 입맞춤을 떠올린다. 하지만 서커스단이 와해되는 바람에 EO를 사랑하는 단원도 EO처럼 방랑의 길에 오를 수밖에 없다. EO가 사랑이 있는 곳에서도 안정을 누릴 수 없는 것은 어쩌면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그려진 EO와 단원과의 이별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동물을 착취하는 사람의 손길을, 애정 어린 손길의 배신을 동물은 거부할 수 없다. EO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더라도 그 끝은 죽음에서 멀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알면서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EO의 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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