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밀레니엄 도트 시리즈 9
이민섭 지음 / 아작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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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섭의 “다시 한 번 밀레니엄”을 읽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현재의 기억을 간직한 채 이천 년으로 타임슬립을 하는 바람에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삼십이 년 전으로 돌아가 어린이가 된 주인공 현기는 당시에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일들을 버킷리스트에 담아 하나씩 이뤄 나간다. 그러나 어린이가 되어 신난 것도 잠시 아내와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다시 현재로 돌아가길 바란다. 현기는 그리움이 차오를 무렵 다시 모든 사람들과 함께 현재로 돌아간다.
나는 과거로든 미래로든 움직이는 타임슬립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 것도 바꾸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대신 타임슬립을 겪어볼 수 있었다. 현기가 성인으로서의 기억을 품은 채 어린이로서의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볼 수 있었고 동심의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동심은 과거도 현재로 느낄 수 있는 빈틈없는 마음이다. 복수심을 떨쳐버린 자비로운 마음이다. 사무치는 그리움을 인내하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알고 이천삼십이 년으로 돌아온 현기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다. 역사는 바뀌었다. 그리고 타임슬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시각이 바뀐 나의 역사 또한 바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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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심장이 묻힐 곳은 도트 시리즈 8
백사혜 지음 / 아작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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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혜의 "이방인의 심장이 묻힐 곳은"을 읽었다. '유령'이라 불리는 외계인과 삶의 의미를 다룬 이야기다. 이 세상에 길들여지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는 외계인들. 그들은 차원을 이동하기도 하고 시간을 여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불운하게 지구라는 곳에 떨어져 유령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간다. 죽음을 맞지 않기 위해, 또는 조용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덜 띄면서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사람들의 눈에 덜 띈다는 것은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위기에 놓여 있다.

소설에는 외계인을 동경하는 사람과 외계인을 흥미로운 소재로만 여기는 사람, 그리고 이들에게 적의를 느끼지는 않으나 사람이 죽는 방식을 동경하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외계인은 두 사람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사람들의 오해를 풀어준다. 외계인을 동경하는 사람은 자신이 유령처럼 아름답게 죽을 수 있을 거라는 오해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외계인을 흥미로운 소재로만 여기는 사람은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외계인은 해피 엔딩을 바랐다. 의미 있는 삶을 원했듯 두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살기를 바랐다. 그리고 말 그대로 두 사람을 해방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 삶을 끌어안았다.

나는 소설의 중반부까지 읽으면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결말부에 이르러서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잡았다. 사람의 세상에서 부유하고 방황하는 외계인들을 그린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떨어지는 칼날을 잡은 외계인은 분명히 쓰라릴 것이나 고통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그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자살을 하려고 호젓한 곳을 찾았다가 돌연 동경과 호기심에 반쯤 미쳐 있던 사람들을 만난 외계인은 자신이 언젠가 그들을 살리리라는 걸 알았을까.

제목이 좋다. "이방인의 심장이 묻힐 곳은". 우선 외계인의 심장이 사람의 그것처럼 묻히려면 그 외계인의 삶을 헤아릴 줄 아는 존재들이 필요하다. 외계인은 이 세상에 길들여지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외계인의 심장은 사람의 손길을 타야 한다. 외계인의 아름다운 심장에 현혹되지 않는 사람의 손. 그러므로 소설의 제목은 외계인과 사람의 우정 혹은 교류를 암시한다. 나는 외계인을 동경하던 헤이즐과 그의 비서가 된 외계인 웬디의 사이에서 생겨날 우정과 사랑을 기대한다. 언젠가 웬디가 아름다운 죽음을 맞았을 때 헤이즐은 웬디의 생이 죽음만큼 아니, 죽음보다 더 아름다웠다며 기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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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하늘에 우주선 도트 시리즈 7
이현섭 지음 / 아작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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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섭의 “마른하늘에 우주선”을 읽었다. 뜬금없이 나타난 우주선들이 지구를 마구 공격한다. 믿기지 않는 현실 속에서 주인공 ‘민혁’은 외계인들이 제안한 ‘교류’를 위해 외계인들에 의해 직접 선발된다. 민혁을 포함한 다섯 명의 평범한 지구인들이 지구를 구하는 영웅인 동시에 외계인의 지시를 받는 부역자의 역할을 해낸다. 선한 존재들이 희생되지 않는다는 점, 외계에서도 혁명이 일어난다는 점이 이 소설에서 돋보인다. 선한 선택들이 선한 결말로 이어지는 점도 좋았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간 민혁의 통장 잔고 때문에 나도 덩달아 벅찬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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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와 우리의 현성 도트 시리즈 6
이멍 지음 / 아작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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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멍의 "너와 나와 우리의 현성"을 읽었다. 폭력과 분열, 수용과 혐오에 관한 이야기였다. 고통과 혼란 앞에서 신체가 분열되는 '분리병 환자와 가해자' 구도가 '어린이와 어른' 사이에 투영된다. 어린이의 분리된 신체들은 각각 저마다의 소양을 갖고 있다. 동정심이 많다거나 매정하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간사하거나. 하지만 어른은 그 모든 소양이 어린이, 작은 사람을 이루고 있다는 걸 믿지 못한다. 사랑스러운 부분과 높이 살 수 있는 부분만을 인정하고 그러기 어려운 부분들을 향해서는 혐오의 시선을 던지거나 폭력을 휘두른다. 이 소설은 권력자의 매몰찬 폭력이 약자의 분리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으면 찢어지는가. 소설 속에서는 분리증이 사람에게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드문 경우라고는 하지만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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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도트 시리즈 5
육선민 지음 / 아작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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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육선민의 "비에"를 읽었다. 생을 상실한, 또는 그런 생을 얻은 복제인간 '하나'와 낡은 로봇 '비에'의 이야기다. 둘의 우정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시간이 갈수록, 비에는 하나의 마음을 알아갈수록 둘 사이의 감정은 사랑에 가까워진다. 그러다 결국에 비에는 하나를 열렬하게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하나는 세상에게 버림을 받는다. 하나의 상실감은 비에의 사랑으로도 달래지지 않는다. 점점 꺼져가는 기계 심장을 지닌 채 고통 속에서 생을 다한다. 그런 하나를 바라보고 안아주고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호소하는 비에는 사랑에 처절하게 임하지만 끝내 자신의 마음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 스스로를 위해 살라는 유언 같은 하나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자신의 삶을 살러 떠난다.

소설 "비에"는 소설보다는 한 편의 긴 시처럼 느껴진다. 어떤 점 때문에 그럴까, 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진짜' 인간들로부터 버려진 하나와 비에가 진짜 인간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마음을 뼈저리게 관통하면서도 진짜 인간의 마음을 동경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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