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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
잭 핼버스탬 지음, 허원 옮김 / 현실문화 / 2024년 5월
평점 :
잭 핼버스탬의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을 읽었다. 일단 나는 이 책의 핵심으로 보이는 문장을 인용하겠다.
‘밝음을 찾아내려 하기보다는 덜 밝은 것에 적응하라는 크리스프의 조언과 브룩스의 미학을 따라, 나는 퀴어 예술의 한 형식이 실패를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삼으며, 혼란, 외로움, 소외, 불가능성,거북함이라는 암울한 풍경을 퀴어성의 역할로 부여했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그 무엇도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를 이 같은 비존재 및 자발적 퇴행의 양식과 본질적으로 연결하지는 않지만, 퀴어성을 상실과 실패에 결박하는 사회적, 상징적 시스템이 없어지기를 바랄 수는 없다. 혹자는 그런 시스템이 없어져서도 안 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잭 핼버스탬은 실패와 연결 지을 수밖에 없는 퀴어의 운명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스펀지 밥’ 등의 애니메이션을 언급하면서 ‘생성적 실패 모델‘을 만들자고 한다. 파시즘과 퀴어의 연결 고리를 부인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실패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퀴어로서 퀴어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옳지도, 퀴어에게 이롭지도 않기 때문이다. 잭은 퀴어를 향한 애정을 담아 말한다. 죽음과 실망을 우회하지 말고 실패를 수용하자고. 그의 요구는 어쩌면 퀴어 당사자에게는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퀴어에게 실패란 결코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잭은 그렇다는 것을 냉담하게도, 혹독하게도 말하지 않는다. 아무리 퀴어의 삶이 밝아진다 한들 그 밝기는 덜 밝을 수밖에 없다. 퀴어는 그 밝기에서 더 밝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