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심장이 묻힐 곳은 도트 시리즈 8
백사혜 지음 / 아작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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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혜의 "이방인의 심장이 묻힐 곳은"을 읽었다. '유령'이라 불리는 외계인과 삶의 의미를 다룬 이야기다. 이 세상에 길들여지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는 외계인들. 그들은 차원을 이동하기도 하고 시간을 여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불운하게 지구라는 곳에 떨어져 유령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간다. 죽음을 맞지 않기 위해, 또는 조용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덜 띄면서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사람들의 눈에 덜 띈다는 것은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위기에 놓여 있다.

소설에는 외계인을 동경하는 사람과 외계인을 흥미로운 소재로만 여기는 사람, 그리고 이들에게 적의를 느끼지는 않으나 사람이 죽는 방식을 동경하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외계인은 두 사람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사람들의 오해를 풀어준다. 외계인을 동경하는 사람은 자신이 유령처럼 아름답게 죽을 수 있을 거라는 오해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외계인을 흥미로운 소재로만 여기는 사람은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외계인은 해피 엔딩을 바랐다. 의미 있는 삶을 원했듯 두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살기를 바랐다. 그리고 말 그대로 두 사람을 해방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 삶을 끌어안았다.

나는 소설의 중반부까지 읽으면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결말부에 이르러서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잡았다. 사람의 세상에서 부유하고 방황하는 외계인들을 그린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떨어지는 칼날을 잡은 외계인은 분명히 쓰라릴 것이나 고통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그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자살을 하려고 호젓한 곳을 찾았다가 돌연 동경과 호기심에 반쯤 미쳐 있던 사람들을 만난 외계인은 자신이 언젠가 그들을 살리리라는 걸 알았을까.

제목이 좋다. "이방인의 심장이 묻힐 곳은". 우선 외계인의 심장이 사람의 그것처럼 묻히려면 그 외계인의 삶을 헤아릴 줄 아는 존재들이 필요하다. 외계인은 이 세상에 길들여지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외계인의 심장은 사람의 손길을 타야 한다. 외계인의 아름다운 심장에 현혹되지 않는 사람의 손. 그러므로 소설의 제목은 외계인과 사람의 우정 혹은 교류를 암시한다. 나는 외계인을 동경하던 헤이즐과 그의 비서가 된 외계인 웬디의 사이에서 생겨날 우정과 사랑을 기대한다. 언젠가 웬디가 아름다운 죽음을 맞았을 때 헤이즐은 웬디의 생이 죽음만큼 아니, 죽음보다 더 아름다웠다며 기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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