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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전시관
설혜원 지음 / 델피노 / 2022년 2월
평점 :
1. 마녀 병동의 콜라 도난 사건
없다. 콜라가. 미주는 콜라도둑을 잡아내야 한다. 그리고 시작된 미주의 범인 찾기.
어쨌든 콜라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용의자이지만 커피나 맥주에 콜라를 섞어 먹는 사람들도 예외일 순 없다. - p.19
간호사들이 한꺼번에 간호사들을 비우는 범인은 그때를 노린다는 추측. 그리고 결국 찾아낸 범인
이 단편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때로는 아주 사소한 것들 때문에 아주 많은 괴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는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너무 큰 괴로움으로 다가와서 믿지 못할 일을 행해야 할 때도 있다는 것. 그래서, 삶이란 게 어디로 갈지 모르기에 괴로움이 더해진다는 것. 그 괴로움을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오를 때쯤, 한편한편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려본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삶에 풀지 못할 숙제는 없다. 언젠가는 이 심오한 과제들을 모두 풀어낼 수 있겠지
2. 초인종이 울렸다
도배를 하러왔단다.
그러나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도배하러 온 사람들이…
다짜고짜 벽지에 칼질을 한 것
- 그리고 시작된 도배
그들은 그야말로 안하무인이었고
그들을 소개받은 그녀는
엉뚱한 복수를 꿈꾼다.
이 소설을 보다 보니, 우리 집의 무언가를 낯선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 와서, 내 집을 이렇게 헤집고 다닌다면, 그래서 위협 아닌 듯한 위협을 가한다면, 나는 얼마나 치열한 슬픔과 괴로움에 빠지게될까. 이 소설에서 그녀는 자신의 괴로움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이 도배업자들을 소개함으로서 엉뚱한 복수를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찜찜하다.
3. 허구의 전시관
어쩌면, 허구의 전시관이라는 소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소설은 사람을 찜찜하게 만들려고 작정했는지도 모른다. 낯선 이야기들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이 소설들은 아주 황당한 이야기들 속에서 사람의 찝찝함을 자아내게 한다. 그래서, 이 소설들을 읽다 보면, 삶이 너무 팍팍해진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또 팍팍한 현실을 봐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힘이 드는 일이지만, 그래서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무언인가를 알게 된다. 나의 적은 나의 내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는 이 삶의 세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누군가에게 당하게 되는 해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 경계해야 할 것은 이 소설의 방식대로 삶을 풀어가는 것이다. 이 소설의 삶의 방식대로 삶을 풀어간다면, 결국은 다시 내게로 또 다른 해꼬지가 되어 돌아올 테니까.
4. 그래서 결국은...
엉뚱한 사람에의 복수나 의미 없는 추리가 아닌, 의미 있는 삶들을 위한 삶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본다. 결국, 내가 얻을 수 없는 것들은 아무런 의미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의미들이 비로소 가치가 될 때, 그 삶은 진정 보람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보람의 어딘가에서 나의 삶을 찾고 싶다. 의미 없는 것들에 진정성을 보태서, 그 진정성이 나의 삶의 보람의 가치가 되는 그 날을 꿈꾸고 싶다.
- 델피노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