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와 어린동생 - 걸작동화선집 2
쓰쓰이 요리코 (지은이), 하야시 아키코(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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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와 어린동생」은 1979년 발표한 작품으로 국내서는 1989년 출판되었습니다.
제2회 그림책 일본상,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미술상, 프랑스 그림책상, 강담사 출판문화상과 미국 Reading-Magic Awards에 당선된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입니다.

아래는 너무 잘 소개해 놓아서 제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길..



《순이와 어린동생》 첫 장면이다.
엄마가 급하게 외출하는데, 핸드백 속을 들여다보고 빠뜨린 건 없는지 체크하며 순이한테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이상한 게 하나 있다. 얼굴이 안 보인다는 거다. 얼굴이 없어서 무섭다고?
그런데 머리가 저 정도 길면 고개를 숙일 때 머리칼이 흘러내려 눈을 덮게 마련이다. 따라서 얼굴이 안 보인다.
얼굴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웬만한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얼굴 다 그린다.
함 관찰해 보시라. 정말 그렇다.




동생이 없어진 걸 알고는 깜짝 놀라는 장면이다.
그런데 순이가 그림을 그리고 놀던 분필이 보이시는지?
맞다. 분필은 지금 허공에 있다.
놀라면 당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고?
함 그려봐. 열이면 열 분필 손에 쥔 걸로 그릴걸.
이처럼 디테일한 리얼리티가 곳곳에 숨어 있다.




자전거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순이가 큰길로 나간 장면이다.
그러나 다행히 자전거는 가게에 있는 물건에 부딪힌 거였다.
동생 생각에 정신이 없는 순이는 지나가는 큰 트럭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차도 위에 위험하게 서 있다. 몸은 긴장으로 굳어진 채.
아이의 심리를 어쩌면 이렇게까지 읽을 수 있을까.




순이가 동생을 찾아 동네를 구석구석 헤매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위에서 롱샷으로 잡아 순이가 헤맨 길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시각의 변화를 통해 단조로움을 피하는 효과까지 얻었다.
이 그림에서도 곳곳의 디테일들이 전 장면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순이가 놀이터에 있는 동생을 찾는 장면이다.
순이의 자세를 함 보라.
앞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는 게 보이시는지.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었으리라.
동생을 찾는 절박한 심정은 분명 자세에서도 나타나기 마련이고 하야시는 이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책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죠?
동생이 있는 아이들이면 한번정도 겪을 법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섬세하게
아이의 입장에서 묘사해 놓은 듯 해요.

하은이는 이 책을 두 돌이 지날 무렵에 보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책속에 등장하는 순이와 영이의 이름을 그대로 읽어주지만
그땐 순이의 이름대신 하은이의 이름을 대입해서 읽어주었죠..
그리고 영이는 생각나는 동생 아무나..

간혹 아이들 그림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을 아이이름으로 바꾸어 읽어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아이는 더 책에 집중하는 것 같더라구요..
마치 자기가 책의 주인공이라도 된 착각이 드는양..

「순이와 어린동생」은 손수건 위의 돌멩이를 만지작 거리며 노는 장면이 있는 내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지요..
표지에 나오는 그림은 책내용 중의 일부를 가져온 것이구요..
맨뒷장에 나오는 반원안의 그림은 사건이 끝난후 놀이터에서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인데 순이와 영이는 해맑은 웃음을 머금고 있는 반면에
엄마의 표정은 "얘들이 도대체 왜 이러지?"하는 표정같지 않나요?

이런 내용의 외부적인 것에도 한번 관심을 가져보세요..

다음은 「그림책 사냥을 떠나자」에 나오는 이 책의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순이가 동생을 잃어버린 다음부터 펼쳐지는 장면들은 철저하게 순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다.
동생을 찾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가다 보게 된 큰 트럭.
그림에서 트럭은 윗부분이 잘려 있다.
키 작은 아이의 시야를 그리려는 작가의 노력에 의해 트럭의 윗부분이 잘려나간 것이다.
다음으로 만나는 남자 어른과 아이.
낯선 아이는 얼굴과 몸을 모두 볼 수 있지만 남자 어른의 얼굴은 볼 수 없다.
그림책에는 몸만 나오기 때문이다.
순이는 오직 동생만한 아이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어른의 얼굴은 키 작은 아이의 시선으로는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관심의 대상도 아니다.
<중략>
이 책은 순이가 동생을 잃어버린 그 순간부터 순이의 책임과는 무관하게 모두 순이의 눈이 되어 동생을 찾게 만든다.
이런 점이 이 책이 지니는 크나큰 매력 가운데 하나이다.



2001년 11월 3일 (토) / 동아일보 기사

-그림책 고르기 다섯고개 '순이와 어린동생'-




<글 싣는 순서>

1.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 책
2. 그림책에 대한 잘못된 생각
3. 아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책
4. 드러내지 않고도 감동을 주는 그림책
5. 좋은 그림책이란 어떤 책일까?


1)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 책-'순이와 어린동생'

그림책 속엔 글과 그림이 있다. 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를 전한다. 이 때 그림은 글의 이해를 돕는 보조장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주요 전달수단이다. 그림의 모양과 크기, 색깔과 질감, 구도 등이 자아내는 이야기는 글과 함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그림책 읽기에는 그림을 읽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 그림을 읽고, 상상을 더하여 이야기를 즐긴다.

‘순이와 어린 동생’은 엄마가 잠깐 은행을 가신 사이, 동생을 보던 순이가 동생을 잃었다 찾기까지의 이야기다. 동생을 잃어버린 순이의 마음이 잘 드러난 몇 장면을 통해 그림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지 느껴보자.

<10, 11쪽> 순이가 동생을 위해 열심히 기찻길을 그리는 장면. 갑자기 장면은 클로즈업되어 순이를 크게 담고 있고, 화면 속에 동생은 보이지 않는다. 기찻길 그리기에 몰두해 있는 순이 마음과 동생이 없어졌을지 모른다는 암시가 확 다가온다.

<12,13쪽> 동생이 사라졌다. 긴 화면에 골목 전체가 담겨있다. 텅 빈 골목, 텅 빈 순이의 마음. 힘 빠진 순이의 팔과 다리, 손에서 미끄러져 두 동강이 나는 분필 조각, 표정 없는 옆모습. 고개를 든 순간 다가온 당황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14,15쪽> 큰길에서 난 자전거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동생이면 어쩌나, 온 힘을 다해 뛰는 장면. 순이의 절박함이 잘 묻어난다. 동그랗게 뜬 눈, 꽉 쥐어진 주먹, 한 올 한 올 날리는 머리카락, 빨갛게 상기된 볼, 코끝, 주먹, 귓바퀴까지. 금방이라도 순이의 심장 뛰는 소리가 콩콩콩 들릴 것만 같다.

<마지막 장면> 드디어 동생을 찾았다. 영화가 끝나면서 화면이 줄어들 듯 그림책 화면도 줄어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동생을 와락 끌어안은 순이와 달리 엉겁결에 끌어안긴 동생 모습이 젖혀진 고개, 달랑거리는 다리에 그대로 드러난다. 저기 멀리 엄마가 보이고, 긴장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처럼 그림책은 그림과 그림이 이어지는 가운데 훌륭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림책을 고를 때 꼭 떠올려보자.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가?’

조현애(부산대 사회교육원 ‘어린이 독서지도 과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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