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1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 / 북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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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채널ⓔ‘의 임팩트는 확실히 강하다.

‘역사채널ⓔ’ 만이 아니라 ‘지식채널ⓔ‘도 그랬다.

모르고 있던 것은 물론하고 알고 있던 것 조차도 영상과 음악,

최대한 아끼고 아낀 몇 줄의 글에 담아 5분 남짓한 시간에 전달하려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제작진이 얼마나 다듬고 다듬었으랴.

역시나 그 영향력은 영상을 본 이들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했고

5분의 시간에 내가 본 것, 읽은 것에의 잔상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르기도 했다.

 

프롤로그에 소개하기를 ‘역사채널ⓔ‘에 소개된 영상이 벌써 73편이라는데

책에는 3부에 걸쳐 21편을 담아놓았다.

이 가운데는 우연히 본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편도 있는데 이번 기회에 책과 함께 한편 한편 다시보기를 해보기도 했다.

영상의 장점은 역시나 짧은 시간에 전달하는 강렬함이었고

책으로 접하는 ‘역사채널ⓔ’는 5분 안에 담지 못했던 여타 이야기들과 관계된 이야기들,

그때의 역사가 어떤식으로 지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던지는 식의 자투리 역사가 아니라 이해를 돕는 역사를 접할 수 있었다는게 최대 장점이라 하겠다.

 

역사는 결국 현재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의 기록이다.

현재는 시간을 지나 과거라는 틀속에 갇히지만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역사’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현재에 계속해서 재생된다.

그렇기에 조선의 폭군이라 불리던 연산군 조차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화두를 던지며 우당 이회영 일가를 다룬 <어떤 젊음>으로 책을 시작하며

‘나는 누구인가’를 거쳐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에 이르러 끝을 맺는다.

3가지 화두 모두 만만치 않은 무게를 지녔다.

어느 한가지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한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역사채널ⓔ’는 앞만 보지 말고 지나온 길을 더듬어 보란듯 뒷덜미를 잡아챈다.

 

“내가 죽은 뒤에 뼈를 하얼빈 공원에 묻어두었다가 우리의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p.177 <네 개의 단서>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999 더하기 1은 1000이 아닙니다. 다시 1일 뿐.

20년 전 맨 처음 이곳의 수요일과 오늘 999번째 수요일이 다르지 않은 것처럼 -p.242 <999번째 수요일>

 

남학생들이 엎드려, 엎드려 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바로 옆에서 총알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 어떻게 사람을 정면에 대고 총을 쏠 수 있을까?

 

구경하던 어린이, 할머니까지 총으로 무차별 살해한다

쓰러져가는 많은 시민들을 보았는가?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이 사태를 이야기할 수 없다 -p.256 <기억을 기억하라>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숱한 숙제가 남겨진 대한민국의 역사는 여전히 풀지않은 과제를 외면한 채 앞만 보고 달리는 모양새다.

연산군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역사’를 찾기가 힘들다.

이렇게 역사가 말랑말랑한데 과연 어느 누가 두려워할까 싶다.

외면하고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역사의 끝엔 무기력과 상실감, 불행의 반복이 기다릴 것이기에 역사는 엄중히 말한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과거는 반복된다.” -조지 산타야나(미국 철학자)

 

 

“우리는 왜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아야 하는가?” “왜 역사적 사실을 지금에 와서 복기해야 하는가?” 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 사무처장 혜문스님이 답했듯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일은 우리의 슬픈 역사와 짓눌린 역사를 회복 하는 것이며, 지난한 과정을 통해 역사를 다시 찾는 것은 자기 자신을 다시 찾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문화재 변환과 역사적 팩트를 복기하는 일은 자기 상실을 극복하는 첫단계다. -p.7 프롤로그 

역사적 팩트의 복기가 쉽지는 않을테지만 이런 토막의 역사에서 출발해 왜곡된 역사가 회복되어지는데 있어 작은 돌멩이라도 던지는 계기가 된다면

임팩트만 남는 프로그램과 책으로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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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레시피 - 공자, 부처, 소크라테스, 예수를 식탁으로 초대하다
김경윤 지음, 최정규 그림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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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인문학을 권하려면 주저된다.

어른들도 인문학을 읽어야 한다 말하지만 정작 읽기 쉬운 문학이나 산문에 머물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요즘같이 하나에 몰두하기에도 벅찬 현대인들의 생활패턴을 보면 책읽을 여유도 없는데 삶을 들여다보며 치열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인문학 읽기는 갈수록 외면당할수 밖에 없는 구조에 빠진게 아닌가싶다.

인문학에의 외면은 건조한 현대문명의 블랙홀에 빠진 우리사회를 더더욱 메마르게 하는 양상을 띠고 

그래서 일각에선 부러 인문학 읽기를 강조하며 나서기도 했다.

이럴진대 아니, 이러하기에 우리 청소년들은 일찍부터 인문학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사회가 그나마 모래알처럼 산산히 부서지기 전에,

사람을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희망을 청소년의 인문학 읽기에 걸어야 하지 않을까 미루어 생각한다.

 

어느 가정에 초대되어 함께 식사를 하면서 4대 성인의 사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형식인 이 책은

공자, 부처, 소크라테스, 예수가 인간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생각을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4대 성인이라 해서 인간세상과 동떨어진 '나홀로 생각'이 아닌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에 깊이 들어와 어떤 사회가 옳고 이상적인 사회인지에 대한 각자의 사상을 이야기 한다.

이 초대가족에는 초등학생, 중학생이 있으니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수준을 조정해서 될수 있는 한 쉽게 풀이해 놓았다.

살면서 가장 많이 들어왔던 인물들에 또 한편으론 어렴풋하게나마 그들의 사상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누군가에게 일목요연하게 들려주려면 정연하지 못한 것이 그야말로 산재한 앎인 것이다.

책에는 그런 산재한 지식들을 한자리에 실어놓아 각 성인의 주장이 무엇이었는지 서로 비교해가며 읽을수 있다.

그리고 책속 부모님이나 아이들의 입을 통해 사상이나 철학이 아니어도 평소 궁금하게 여겼던 부분들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고

성인들의 주변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어 중학생 정도 아이의 수준이라면 인문학에의 접근을 이 책으로 시도해도 좋을것 같다.

 

책을 읽으며 공자가 말하는 정의로운 사회, 윗사람이 예의를 챙기는 사회, 남방의 용기를 부러워하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 본다.

 

용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단다. 창과 갑옷으로 무장하고 싸우다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용기가 북방의 용기지. 즉, 억세고 거친 사람들의 용기야. <중략>

너그러움과 부드러움으로 가르치고 잘못된 행위에 대해 보복하지 않는 남방의 용기도 있단다. -p.59

 

나라가 정의로운데 가난하고 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라가 정의롭지 않은데 부유하고 귀한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지요. -p.57~58

진리가 전달되는 곳 어디든 절이라는 부처의 말씀도 이 시대에 새겨들어야 할 말이고

죽음앞에 당당할 수 있었던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라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매일 매일 부활의 삶을 살라는 말씀까지도.

 

각 성인별로 만화로 수록한 '인문학 디저트'는 성인 당대의 보다 구체적인 상황과 사상의 발전과정을 다루었는데

아이들에게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다.

전체적인 기틀을 잡고 보다 궁금한 가지들과 뻗치는 관심들은 차차 기출판된 책들을 참고하며 생각을 넓혀가면 될 듯 싶으다.

청소년들이 일독하고 나면 문학에서 느끼는 울림과 또다른 진중한 깊이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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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개정판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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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쓰여진 기억은 좀체로 지울수 없다.

그러하기에 지우고 싶은 기억을 간직한채 살아가기란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누군가에게 어떤 기억은 태산과도 같아서 그 앞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는 태산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아무리 노력해도 잊을수 없는 것으로 절박해지고

먼 길을 왔음에도 외지인이 되어 외로워진다.

 

“조금쯤은 이 세계를 좋아해도 괜찮아요.” -p.101

 

무너지지 않아야 할 이유, 무언가를 찾아야만 하는 것을 찾는다면

이 세계에 속할수 있을까.

그리고 더 먼 길을 갈 수 있을까.

여행의 단 하나 목적이었던 19번과의 만남에서 그 아이는 말한다.

 

“네 말처럼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건 불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오늘 우리 꽤 많이 대화를 나눴잖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아주 조금은 너를 이해했다고 생각해. 그건 너도 마찬가지고. 각자가 떨어진 마음으로 고립되어 있지만 두려워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점에서 우리는 평범한 거야. 세상은 외로운 곳이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외롭지는 않아.” -p.211

 

말로 설명할 수 없다해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해서 설명을 포기해선 안된다.

외로움의 공간을 침묵이 잡아먹지 않도록 해야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떤 기억이든 더 이상 기억에 붙잡히지 않아야 한다.

아버지에게는 괴물들의 세상이고 겸손한 예술가에게는 터프한 나라로 기억될지언정

일단 길을 나서야 한다. 딱히 정해 놓은 곳이 없을지라도.

대형마트에서 만난 노래하는 남자가 말하듯 그러다 보면 분명히 도달하는 곳이 있게 된다.

목적지가 없는 걸음은 없는 법(p.78)이기에.

 

그리고 알고 있어야 한다.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비가 올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비가 올 때는 잠시 멈춰 우산을 쓰고 있어도 괜찮다.

그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비도 곧 그칠거니까.

그치지 않을 비는 없으니까.

 

상처로 얼룩진 이들에게 이 책을 내밀어도 될까?

작은 위로나마 될까?

오래진 않지만 정말 그치지 않을 비는 없었다고 말해주어도 될까?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에도 연신 비가 내렸다.

아픈 기억을 그 비가 씻어내도록 그대로 방치하고 싶었다.

기억의 흔적마저 깨끗이 씻어내기를 갈망했다. 

그리고 말하고 싶다.

그들도 나처럼 기억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때론 그렇게 버려두어도 괜찮다고.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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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프다 - 마흔부터 갱년기까지 여자를 위한 내몸 테라피
니케이 헬스 프리미에 지음, 여성중앙 기획 / 중앙M&B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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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마흔인 것 같다.

내 몸이 마음같지 않게 하나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

삼십대에 아이를 낳고 키우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마흔인거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오롯이 아이 위주로 보내다보니 내건강 챙기며 돌볼 여유도 없이 그야말로 방치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겨우 건강을 챙긴다는 것이 비타민 한알 먹고 가끔 운동삘이 꽂히면 인근학교운동장 도는게 전부였다.

그것도 한여름이나 한겨울엔 중단되다시피하고 그러다 흐지무지해져 새해만 되면 꼭 다짐하게 되는게 ‘운동하자’이다. 그것도 막연히.

 

이 책의 소제는 ‘마흔부터 갱년기까지 여자를 위한 내몸 테라피’이다.

일본의 웰-에이징 전문지 <니케이 헬스 프리미에>에 게재된 기획물을 우리나라 여성지에 연재하였다가 기사를 재구성하여 편집해 내었다고 한다.

마흔의 여성들 고민과 그들이 알아야할 건강 키워드를 콕 집어내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지식과 의견을 담아 놓았다.

목차에 소개된 간단요약만 읽어도 자석에 이끌리듯 관심이 확 쏠리는 내용들이다.

호르몬, 근육, 폐경, 피로, 기억력, 장, 얼굴, 뼈, 피부, 소화, 음식, 통증..

20대 이후부터 여성은 늙기 시작한다고 한다.

겉으로 보이는 변화를 감지하지 못할뿐 근육은 평소 단련을 하지 않으면 늘어지기 시작하고

뼈의 골밀도 또한 칼슘섭취와 흡수에 신경쓰지 않으면 골밀도 저하로 인해 골다공증, 골절 등 다양한 병이 유발된다.

고운 피부를 선호하지만 고가의 화장품 구매에 혈안일 뿐 장내 세균을 관리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발생하는 원인모를 통증 또한 골칫거리다.

이렇게 쌓여진 원인들이 하나 둘 바깥으로 표출되기 시작하는 시기가 마흔인 것 같다.

그 중 가장 주요한 관심은 폐경,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 호르몬의 변화가 몸속 장기들에 미치는 영향으로 관심이 이어지는데

이런 변화에 신경이 예민해 지면서도 정작 변화의 증상이라든지 진행과정, 관리에 대해서는 잘알지 못하는게 사실이다.

청소년기에 초경을 맞이할 때처럼 여자들의 폐경 또한 이에 못지 않은 앓이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청소년기엔 엄마가 있어 이것저것 관심도 기울이고 챙김을 받기도 하면서 불안한 시기를 잘 넘기게 되지만

폐경기엔 관리해 주는 손길도 없고 드러내놓아 상담을 하기도 주저하면서 떠도는 이야기들에 의존하는게 일반적인 폐경기 맞이가 아닌가 한다.

올바른 준비없이 맞이하는 변화에 심적으로 불안해하고 따라오는 병적 증상에 일희일비하면서 또다른 병을 키우기도 한다.

책에는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앞으로 맞이하게 될 변화에의 정보와 이에 적절한 대비, 각기 필요한 영양소와 운동법에 대한 조언

깨알같이 들어있다.

그리고 여자들의 최대관심인 고운 피부를 위한 비결도 소개돼 있다.

가장 마음에 와닿으면서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뼈’다.

‘지금을 놓치면 30년이 힘겨워진다‘가 뼈에 대한 조언이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저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나를 위해서도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건강한 중년에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든다.

지금 늦었나 싶지만 깨달았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 믿으며 마흔을 맞이하는 그리고 이후에 있는 이시대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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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 게임 - 백만장자의 상속자 16명이 펼치는 지적인 추리 게임!, 1979년 뉴베리 상 수상작
엘렌 라스킨 지음, 이광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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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해진 출판시장에서 그래도 괜찮은 책이다를 보증해주는 증표쯤 되는 것이 수상작이다.

읽을 책이 부족했던 시절엔 한권을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면서 입체적인 책읽기를 했던 것 같다.

내용은 물론이고 소설의 경우 등장인물의 성격을 캐내고, 인물들간에 얽힌 이해관계를 분석해 보기도 하면서

굳이 그러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하곤 했다.

제인에어도 그렇고 데미안도, 시드니 셀던의 소설들도...

그런데 몇 년 사이에 나만 그런건지 책읽기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

요즘엔 책이 부족한게 아니라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재독을 마음먹고도 한번더 읽기가 쉽지 않다.

바쁜 일상탓도 있겠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기웃거리다보면 읽고픈 책이 줄을 선다.

한권을 읽고 있는 중에도 다른 읽을 책들이 눈에 밟혀 그 한권에 오롯이 몰입하기조차 힘들때가 많다.

결코 올바른 책읽기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웨스팅 게임, 이 책도 다른 책을 보는 와중에 뉴베리 수상작이란 심벌이 눈에 띄었다. 

또 올바른 책읽기가 아닌 짓을 하고야 만다. 

읽을 예정인 책사이에 끼어넣기를 주저하지 않으면서.

 

2008년도에 한국어 번역본 초판이 나오고 얼마전 개정판 1쇄가 발행되었다.

읽은 소감부터 말하자면 ‘원본은 괜찮았을 것이다’.

청소년이 읽기에도 괜찮을 추리형식의 소설인데다 수상작인만큼 어느정도의 신뢰가 미리 확보되었지만 

내용의 특성상 보다 세밀한 번역이 필요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단서가 '조각난 단어들'인 만큼 

그 단어를 조합해서 맞아떨어지는(퍼즐을 완성했을때의) 통쾌함을 극대화시켜 누가 읽어도 수긍되는 결론에 이르러야 추리소설의 묘미가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실패한것 같다.

우리나라 독자의 입장에서는 언어 퍼즐을 맞추어도 추리의 묘미를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다(영미권 독자들은 괜찮았겠지).

그리고 게임 참여자인 동시에 용의자가 열 여섯명이나 되는 설정은 처음부터 사건에 집중하는데 확실히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내용의 많은 분량이 이 열 여섯명이나 되는 인물소개와 배경, 서로간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분량을 잡아먹다보니

사건이 전개되어 나간다기 보다 계속해서 그 자리를 맴돌고만 있는 느낌.

책은 끝까지 독자가 사건에 개입해서 용의자를 추적해갈 필요를 상쇄시킨다.

실마리를 찾을수 없을뿐더러 중간중간 이 모든 사건을 조작한 작가의 추임새(?)가 등장해 궁금증을 미리 해소시켜주는 친절을 베풀어주기까지..ㅠ

극악한 행태의 범죄없이 게임을 풀어가며 범인을 찾게 만든다는 장치는 좋은데 번역본으로서의 한계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원본은 괜찮을 것이라는게 나의 감상.

그리고 한가지, 초판을 입수해 비교해 보고 싶다.

개정판을 내면서 이런 한계를 멋지게 건너뛰어 퍼즐맞추기의 통쾌함을 독자에게 한껏 전달할 수 있는 책으로 바꿈되었으면 좋으련만

그 한계는 분명히 극복하지 못한듯 하고 

거기에 오자와 띄어쓰기 오류, 대박이다. 문학을 무시한 직역형 번역도 거슬리고

그많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불렀다가 이름만 불렀다가 줄였다 늘였다 와~ 정신 하나도 없었다.

황금부엉이 출판사는 교정작업을 하지 않나?

원본 표지엔 용의자 열 여섯명의 캐리커처를 표지로 삼은 적이 있네.

(용의자가 아닐뿐 다른 인물도 등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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