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개정판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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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쓰여진 기억은 좀체로 지울수 없다.

그러하기에 지우고 싶은 기억을 간직한채 살아가기란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누군가에게 어떤 기억은 태산과도 같아서 그 앞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는 태산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아무리 노력해도 잊을수 없는 것으로 절박해지고

먼 길을 왔음에도 외지인이 되어 외로워진다.

 

“조금쯤은 이 세계를 좋아해도 괜찮아요.” -p.101

 

무너지지 않아야 할 이유, 무언가를 찾아야만 하는 것을 찾는다면

이 세계에 속할수 있을까.

그리고 더 먼 길을 갈 수 있을까.

여행의 단 하나 목적이었던 19번과의 만남에서 그 아이는 말한다.

 

“네 말처럼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건 불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오늘 우리 꽤 많이 대화를 나눴잖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아주 조금은 너를 이해했다고 생각해. 그건 너도 마찬가지고. 각자가 떨어진 마음으로 고립되어 있지만 두려워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점에서 우리는 평범한 거야. 세상은 외로운 곳이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외롭지는 않아.” -p.211

 

말로 설명할 수 없다해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해서 설명을 포기해선 안된다.

외로움의 공간을 침묵이 잡아먹지 않도록 해야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떤 기억이든 더 이상 기억에 붙잡히지 않아야 한다.

아버지에게는 괴물들의 세상이고 겸손한 예술가에게는 터프한 나라로 기억될지언정

일단 길을 나서야 한다. 딱히 정해 놓은 곳이 없을지라도.

대형마트에서 만난 노래하는 남자가 말하듯 그러다 보면 분명히 도달하는 곳이 있게 된다.

목적지가 없는 걸음은 없는 법(p.78)이기에.

 

그리고 알고 있어야 한다.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비가 올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비가 올 때는 잠시 멈춰 우산을 쓰고 있어도 괜찮다.

그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비도 곧 그칠거니까.

그치지 않을 비는 없으니까.

 

상처로 얼룩진 이들에게 이 책을 내밀어도 될까?

작은 위로나마 될까?

오래진 않지만 정말 그치지 않을 비는 없었다고 말해주어도 될까?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에도 연신 비가 내렸다.

아픈 기억을 그 비가 씻어내도록 그대로 방치하고 싶었다.

기억의 흔적마저 깨끗이 씻어내기를 갈망했다. 

그리고 말하고 싶다.

그들도 나처럼 기억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때론 그렇게 버려두어도 괜찮다고.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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