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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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The April Bookclub

20225월 둘째주 수요일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 고전, 철학, 에세이를 가까이 하는 대신 소설과는 담을 쌓아갔다. 밝은 밤, 바깥은 여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등 소설책은 읽지 않은 채로 쌓여 갔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나? 읽으면서 내가 왜 이 책을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독서모임에서 [시선으로부터] 이야기를 하다가 [지구끝의 온실]이 나왔고, 그래 박완서의 글 말고 신진작가들의 책도 한번 읽자. 나도 사놓고 안 읽고, 너도 사놓고 책꽂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구끝의 온실]에게 눈을 돌려 보자. 뭐 그런 흐름이었지 싶다.

 

책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람들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런 오염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찾아 헤매는 이들. 그리고 결국 작은 이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상에서 숨 쉴 수 있는 문을 열어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이야기한다.

 

모스바나의 푸른 빛, 프림 빌리지에서 나온 이들이 세계 곳곳에 심어둔 모스바나로 인해 서서히 지구를 찾을 수 있었다. 프림 빌리지는 지구 끝의 온실로 사이보그 레이첼이 가꾼 식물로 숨을 쉬며 살아가던 공간이었지만, 종말이 왔다. 사이보그에게 사랑을 조작했던 이지수는 인간으로 기계를 다룬다.

 

코로나 시대와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다. 코로나를 대기오염으로 바꾸면 끔찍하고 한심한 인간들의 행동의 퍼즐이 완성된다. 코로나로 인해 삶이 피폐해졌다. 감염되어 죽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걸리지 않은 채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 격리 해체가 되고 마스크를 벗으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코로나 전쟁의 2년 동안 될대로 되라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돈이 있으면 다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자연에게 숨을 돌릴 시간을 주고, 환경 보호를 위해 자신의 동선을 아꼈던 작은 이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지금의 해제를 알렸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해제와 동시에 산으로 들로 오염시키며 떠다니기 이전에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 한 번이라고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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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 (감귤 에디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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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pil Bookclub

20223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제주 편

유홍준 지음

 

책을 다 읽지 못한 채 제주도에 갔다. 그럼에도 책을 만난 후, 펼쳐진 제주는 분명 다른 곳이었다.

 

화산폭발로 생겨난 섬에 꽃들이 하나둘 피어난, 이리도 아름다운 곳에 내가 간다고 생각하니, 여간 신비로운 것이 아니다. 모두는 역사와 문화 가치가 넘쳐나고, 어떻게 발굴되고 보존되고 있는지를 알게 되니, 아름답게 피어난 건 비단 꽃뿐만이 아니었다. 네가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의미있는 곳에 가는 나도 의미있어 졌다.

 

그러고 보니 2월에 많은 일이 있었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쓱 지나갔지만, 사실은 별일이니 내 몸과 마음은 많이 힘들었을 게다. 우선 휴직 준비로 사무실 정리 및 복직 후 옮길 곳에 물건을 날랐다. 그리고 집 도배 및 싱크대 시트지를 갈았다. 거기에 더해 제주도 여행까지 갔다.

 

3월에는 논문작업을 했다. 다음에 하라는 말을 들었다. 논문작업을 하는 동안 매우 예민했다. 매일 논문 작업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시간만 잡아먹고, 효용성도 모르는, 글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흘을 앓았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역시 여기는 내 마음의 소리를 넣어두는 곳이구나 싶다. 나의 근황을 정리하고 나니, 내가 왜 그리 알라딘에 서평을 올리지 않았는지 하소연을 할 수 있어 속이 조금 후련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제주 편이 도배풀에 굳어 쩍쩍 소리를 낸다. 나이 일흔이 넘은 부부에게 집 도배를 맡겼는데, 온갖 곳에 도배 풀칠이 난무하고 방바닥에는 칼심이 돌아다녔다. 덕분에 몇몇 책은 응급구조가 필요한 상황이 되기도 했는데, 이 책도 그러하다. 쩍쩍 넘겨 가며 나머지 부분을 제주도에 다녀와서 읽었다.

 

목차에서 제일 눈길이 간 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동굴 이야기였다. 용천동굴을 읽으니, 다른 동굴은 어떻게 발굴됐고, 역사적으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가 궁금해 졌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일자무식인 나로서는 카페의 한 켠에 진열되어 있는 이 책의 표지를 보고, 유홍준이 오랜만에 제주편을 냈나보다 하고 구매했다. 그런데 예전에 나온 책을 컬러풀하게 재출판한 거였다. 그렇다. 나는 역사, 유적 이런 거 일절 관심이 없다. 두껍고, 빽빽한 이 책이 나의 그런 생각을 조용히 타일렀다.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문제를 소유주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비단 이것은 설악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뭐만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반대하고 플랜카드를 걸고 외쳤다. 일단 반대하고 저항하고 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유전인가. 좋든 싫든 무언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면 외친다. 항거한다. 왜놈이 쳐들어올 때 항거하고,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고, 무언가 자신의 영역에 침입했을 때 저항하고 이겨냈던 것이 몸속에 남아 유전적으로 되물림되고 있어, 그러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단 항거하고 보는 것인가. 하는 겉넘는 생각도 들어온다.

 

여행객으로 매일 인산인해를 이루는 제주도와 잘 맞는 시가 있어, 함께 보낸다.

 

다녀가셨군요...... 당신

당신이 오지 않는다고 달만 보며 지낸 밤이 얼마였는데

당신이 다녀간 흔적이 이렇게 선명히 남아 있다니요.

물방울이 바위에 닿듯 당신은 투명한 마음 발자국을 남기었으니

그 발자국 몇 번이나 찍혔기에 화석이 되었을까요.

 

아파서 말을 잃은,...... 당신

눈이 멀도록 그저 바라다보기만 하였을 당신

다녀갈 때마다 당신은 또 얼마나 울었을까요.

몸쓸 바람 모슬포 바람에 당신 귀는 또 얼마나 쇠었을까요

(...)

소금 간 들어 썩지 않을 그리움, 입 잃고 눈 먼 사랑 하나

당신이 남긴 발자국에 새겨봅니다

다녀가셨군요...... 당신

-[사계리 발자국 화석] 부분(귀가 서럽다, 창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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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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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pril Bookclub

20222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일인칭 시점의 의 말을 듣는 것이 혼란스러웠는데, 갈수록 더 혼란스러워졌다. 내 정신도 아득해졌다. ‘는 미쳤는가? 그랬다. 미쳐서 병원에 가게 된다. 혼란스러움을 잘 담고 있는 책이었다. [자신을 말쑥하게 단장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말쑥하기는커녕 적나라한 자신이 서글펐다.

 

[몸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들지는 못했다]: (스물한살로 기억한다)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읽고 그를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찾아가서 벌어지는 일을 단편으로 썼다. 상상 속 그의 집은 담이 높은 양옥집이다. 집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오고 우리는 카페에 있다. 글을 내민다. 뭐 이런 이야기였다. 그의 글을 읽으니 그와 만나고 싶어졌고, 그 마음을 글로 썼었다. 충동이라는 녀석은 글을 쓰는데 필요하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거지. 온종이 그일만 하는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붙잡아주길 바랬을까. 보이지 않던 것이 읽으니 주인공의 마음이 보였다. 살려달라는. 내가 이성의 강에서 살아갈 수있게 나 좀 도와달라는. 그런 마음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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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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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2일 수요일


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지 1년 반이 넘었다. 이정도는 당연히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도 분량이 있으니까 전달 선정도서를 줄 때 같이 줬다. 그런데 책을 받아든 모임원의 압도적인 표정. 나도 손에 잘 잡히지도 않고, 잡아도 진척이 없었다. 논문 작업 한답시고 아무것도 못 하는 것도 겹쳤다. 그런 상태에서 매일 읽어도 모자랄 책을 선정했으니, 한달은 커녕 일년이 걸려도 못 읽을 책이 되어버렸다.

 

코스모스란 무엇일까? 정의는 내려졌는데 다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그러다가 일본의 원자폭탄이라든가 하는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을 저자가 이야기할 때에서야 읽힌다. 유시민은 이 책이 그리 좋았다고 했는데, 신영복은 좋은 책을 여러번 읽는 것이 다독이라 했는데, 왜 나는 이 책을 여러번은커녕 한번도 읽기 어려운 거지. 우주란 미지의 세계인 것처럼 내 생각에도 항상 미지로 남아 있고 싶은가보다.

 

내년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하고 소회를 마쳤는데, 그 말을 하고 두렵다. 내년이면 벌써 올해이지 않은가. . 끔찍하다. 심지어 이미 읽은 분들의 리뷰도 보기 싫을 정도다. 그래도 얕은 지식을 내뱉어 보면 다음과 같다.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줄까?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노예 제도의 야만성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별 세계의 비밀을 캔다는 일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까?] : 이 말은 우리가 학문을 해야 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사유할 줄 알아야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다. 당장 밥 먹고 사는 게 급한 현실에서 책을 읽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는 것과 같다. 전쟁이 터져서 사람이 죽네 마네 하는데 예술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말과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개나 돼지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추구하는 이상이 있다는 것이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아유슈비츠 포로 수용소에서, 위안부에서 그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삶에 끈을 놓아버리지 않은 것도 어쩌면 한 맥락이지 않을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알아가는 것, 그리고 삶의 저편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견디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호전성, 그릇된 관습,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 이방인에 대한 이유 없는 적개심같이 오랫동안 유전돼 온 못된 요소들은 인류의 생존 자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 유전 쪽에서 보면 유전이 아닌 것이 없다. 심리학에서는 진화심리학이라고 한다. 비만도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하면 사람이 먹어서 지방으로 축적하고자 하는 것은 살기 위한 본능이었다. 그래서 배가 부른데도 먹고 있다는 것은 나를 거슬러 거슬러 또 거슬러 그렇게 계속 올라가다 보면 조상들이 지속적으로 가난에 굶주려서 살기 위해서 있을 때 먹어두자는 식으로 계속 먹어대다가 축적된 배불러도 음식이 있으면 일단 먹어야 된다는 유전적인 세포가 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의 격렬한 분노는 아주 먼 옛날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져서 아직도 우리 머리 깊숙한 곳에 남아 있는 파충류의 뇌, 소위 뇌의 R-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 살인 행위를 한다는 건 파충류의 뇌 시기의 충동성을 발현하는 것인가.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뇌의 부위와도 같겠군.

 

[피부 접촉의 단절에서 겪게 되는 애정 결핍은 사람에게 깊은 고통을 안겨준다. 유아기에 피부 접촉을 통한 애정 표현이 발달된 문화일수록 폭력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회들은 주로 육체적 쾌락을 박탈당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유아 체벌이 성행하는 사회에서는 노예 제도, 잦은 살인, 고문, 심지어 원수의 수족을 절단하는 행위 등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여성 학대가 극심하고, 하나 또는 여러 가지의 초자연적 존재가 개인의 일상을 간섭한다고 철저히 믿는다.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아이를 자주 껴안아 주라.] : 심리학 학부생이면 이미 닿도록 접하는 것이 할로 부부의 원숭이 대리모 실험이다. 아기 원숭이가 우유병이 매달린 철사 구조물을 선택할 것인가. 천으로 감싸 옷을 입힌 구조물을 선택할 것인가를 실험했는데, 원숭이는 우유를 먹고 천으로 감싸 옷을 입힌 구조물에 가서 안긴다. 이것을 보울비는 접촉, 따뜻함에 대한 욕구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접촉을 통한 애정 표현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파충류의 행동 양식이 권장될 것이다.

 

[우주에는 각종 원자들이 별들의 중심에서 합성되고, 매 초마다 태양과 같은 별들이 수천여 개씩 태어나며 여기저기 막 태어난 행성들에서는 중심별에서 방출된 빛과 하늘을 가르는 번개가 물과 대기에 새로운 생명의 불꽃을 댕기고, 수천억 개에 이르는 은하들 하나하나에서는 생명의 진화를 가능케하는 원료 물질들이 별의 폭발과 함께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퀘이사가 있고 쿼크가 있으며 눈송이와 개똥벌레가 함께 살아 숨쉬는 코스모스인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용기는 자신의 편견이 밖으로 드러나는 한이 있더라도 또 찾아낸 결과가 자신의 희망과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일지라도 코스모스의 조직과 구조를 끝까지 탐구하여 그 깊은 신비를 밝혀내려는 이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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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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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5일 수요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제목이 내 삶을 직시하게 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니.....

 

[밤은 부드러워라]의 다른 버전을 읽는 것 같았다. 이야기 속에서 흘러가는 파멸의 기운이 닮아 있었다. 의사 토마시는 이혼했다. 여성 편력이 있어 매일 여러 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삶을 오랜 시간 해 왔다. 그리고 테레자를 만났고, 결혼했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테레자를 만나기 전부터 관계를 맺어오던 사비나는 그와의 관계가 끊어지고 프란츠라는 유부남을 만난다. 그가 사비나와 결혼을 생각하자 떠난다. 토마시는 테레자를 만나 생활하는 동안 삶의 바닥으로 떨어져 나간다. 의사였던 토마시는 창문닦는 일, 운전하는 일을 하고, 죽음으로 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나마의 힘도 상실했으며 이처럼 사소한 일에도 버텨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어둠은 무한성이 아니라 다만 그녀가 보는 것과의 불화, 보이는 것에 대한 부정, 보는 것의 거부만을 의미했다. 그는 집을 뛰쳐나와 거리로 나서듯 그의 삶으로부터 나오고 싶었다.]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해, 눈이 있던 자리엔 구멍만 있어.] 이 말이 이들의 삶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의 삶도 보여준다. 우리가 가진 눈으로 우리는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why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그저 그 자리에 구멍만 있는 것은 아닌 채 가상의 숨만 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설 인물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어머니의 육체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상황, 하나의 문장,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나, 본질적인 것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이며 인간적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은유에서 태어난다. 작가가 자신의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독자로 하여금 믿게 하려 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그들은 어머니의 몸이 아니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몇몇 문장, 혹은 핵심 상황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 하나하나의 배신은 최초의 배신으로부터 우리를 점점 먼 곳으로 이끌게 마련이다. 모든 침공은 보다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어떤 악을 은폐한다. 이 악의 이미지는 팔을 치켜들고 입을 맞춰 똑같은 단어를 외치며 행진하는 사람들의 대열이었다. 그녀가 추하게 보려고 한다면 추한 것이고 예쁘게 보면 예쁘다는, 그런 식이었다. 아름다움이란 배반당한 세계. 자신의 시야에서 인간 존재가 지닌 것 중 본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한다. 존재와 망각 사이에 있는 환승역이다.]

 

[마음의 다독임을 절실히 갈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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