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작가 35인, 그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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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여자의 공간

타니아 슐리 지음/남기철 옮김

 

나도 집이 아닌 공간을 갖고 싶었다.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건 단순한 욕망이나 소망은 아니다. 낡은 집 한 채를 구해 그 집이 간직한 세월은 그대로 두고 한 몸 쉴 수 있게 고쳐 살 길 바랬다.

얼마 전 무턱대고 빈집이 가득한 동네의 한 골목에 있는 집을 구했다. 50년이 넘은, 20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집은 지붕이 내려앉고 화장실, 부엌도 없으며 마당엔 풀이 무성하다. 얼마전 시에서 주차장을 개설해 이제야 눈에 띄기 시작한 집이다. 마당문에서 열걸음 정도 걸어나가면 바로 기차가 지나가는 이곳은 나의 공간이 될 것이다. 책과 아이스크림과 음료수와 과자. 그리고 삐거덕거리는 오래된 문을 열고 들어가 스산함을 느끼며 누워있으리라.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닌데, 1차 적인 글쓰기를 하고 퇴고를 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글들이 모여 책이 되어 나올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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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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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말을 걸다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글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프롤로그는 꼭 읽어보세요. 그래서 여타 다른 이야기는 줄입니다(그런데 다른 글들도 재미있습니다. 반전의 반전이 여기에).

가슴을 적신다는 것, 뭉클하게 한다는 것, 눈물을 흘리게 했다는 것, 이런 표현이 진부하게

동아서점의 2대 서점주이며, 저자 김영건의 아버지인 김일수의 말들이 저며옵니다.

당신이군요. 당신이 말을 걸었군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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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임상심리사는 이렇게 일한다 [큰글자책] 병원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4
장윤미 지음 / 청년의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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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직업 세계를 보는 일이 무례하지 않고 다정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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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책방 -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한, 만만한 책방
노홍철 지음 / 벤치워머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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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책방

노홍철 지음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책방.

재미가 없다면 뭐하러 해?

책을 읽는 것 만큼 좋은게 없다고 느낄 정도로 큰 즐거움을 얻었다. 내가 경험한 이 느낌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신기한 게, 지리적으로는 분명 논산의 중심인데 어디 저 먼 시골 읍내에 온 것 같은 정겨운 동네 분위기가 반가웠다. 거리에는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와서 이야기하고 계시고, 걷다가 쉴 수 있는 의자가 곳곳에 있었다. 처음에는 지켜만 보던 분들이 하나둘 다가와서 말을 거신다. 서점을 할거란 말에 여기 학생들이 책을 사러 오려나? 하고 걱정을 한다. 일명 보리밭 할아버지라 부르는 분은 이 마을이 생겨난 역사를 이야기해주신다. 늦은 저녁 다 쓰러져가는 집 앞에서 하늘을 보는데, 더이상 무섭지가 않았다. 이 광경 속에 있는 내 마음이 거짓말처럼 편해졌다. 아무것도 없는 곳인데 마치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자유로웠다.

 

집을 구하러 가는 길은 친정집에 가는 길의 중간에 있었다. 처음엔 길을 몰라 무심히 가기에 바빴는데, 여러 차례 가다보니 점차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을 가는 동안의 내가 아름다워지리라 자명한다. 초록 이파리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미는 때에 나는 그 집을 샀고, 일찍 찾아온 장마로 흠뻑 젖은 세상은 무성한 푸른 잎들의 향연이다.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한 손가락들이 인사를 하려나. 그 속으로 나부끼는 노란 잎들이 얼굴을 내밀려나. 나는 계획에도 없던 풍경의 인사에 가슴이 벅찬다.

 

내가 서점을 연 이 동네는 운치라고는 전혀 없다. 모두는 50년이 된 주택들이고, 어느 집이고는 비어있거나 낡았다. 제대로 고쳐서 사용하는 집이 드물다. 더욱이 기찻길 옆이라 엄마의 태동 소리처럼 온통 휘어잡히는 때가 자주 있다. 그런데도 난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약간은 시야에 가린 오랜 시멘트 기와가 내려앉은, 벽에 금이 가서 지팡이를 쥐어 줘야 하는 이 집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설렘과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왁자지껄하게 판을 벌이는 게 아니라 아지트처럼 조용히, 혹은 처음부터 동네의 일부분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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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 옴니버스 퇴사 에세이
안미영 지음 / 종이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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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안미영 지음

 

회사 그만두고 꼭 잘 지내야 되나? 이전보다 꼭 잘 되야 하나? 그리고 잘 지내고 잘 되야 하는 기준이 꼭 목표지향적이어야 하나?

 

책을 읽는데 1순위 필요 물품은 플래그이다. 난 책을 한 번에 다 읽는 사람이 아니기에 다음에 읽을 곳을 플래그로 표시해둔다. 그리고 다음으로 애정하는 것이 돌려쓰는 노란색 색연필이다. 그었을 때 표시가 적절하고 예쁘게 난다. 진하지도 투박하지도 않으면서 예쁘게. 그리고 연필. 나는 책 이곳저곳에 생각나는 걸 적는다. 책을 함부로 본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얼굴 찌푸릴 일이지만, 나는 책을 통해 이전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된다고 믿고 있다. 오히려 내 입장에선 정성들여 책을 보는 행위이다. 나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책 속에 내놓을 수 있는데는 나름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책이라도 어디 한 줄 정도는 건질 내용이 있다. 비록 내 생각과 심리적으로 아주 먼거리에 있는 책일지라도.

 

대기업에서 연봉 1억이 넘게 벌어도 내가 잘 지내지 못하다는 걸 아는 게 문제일까? 회사를 그만두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도 잘 지낼 수는 없을까? 나는 아직 덜 자란 아이여서 그런지 유동인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외따로이 떨어진 작은 서점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이들을 응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그렇지 않다는 반감으로 읽었지만, 결국 회사에서 안정을 찾기 위해 내 삶을 바꾼 건 다름 아닌 나이기에. 이 책은 더 잘나가는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의 잘나가는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회사에서 전혀 행복하지 않다.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동안 마음을 다치는 일이 적지 않아 정규직이 된다는 것에는 안정감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눈에 보이는 차별이 분명히 존재하는 곳에서 정직원이 된다는 건 남들과 평등해진다는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보수적인 조직에서 사람들에게 맞춰가며 일하는 것은 힘들고 지칠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끊임없이 외면해야만 가능했다. ] [애정을 쏟은 대상이 등을 돌릴 때 속수무책으로 상대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어 밀려오는 자괴감 앞에서 지난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믿었던 사람들의 이면. 평소에 잘 지내다가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적대관계가 되는 동료라는 이름들. 평소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표면적으로 친근함으로 일관하다가 위기상황에 맞닥뜨리면 남을 모함하거나 적당한 타이밍에 뒤로 빠지는 순발력. 기회가 될 때마다 눈치껏 권력자에게 자기 존재를 각인시키는 부지런함까지 갖춘 사내정치의 능력자들. 그들과 함께 일하는 태생적으로 정치에 능하지 못한 나는 피곤하다. 업무에 쏟을 에너지를 엉뚱한 데 뺏기는 건 비생산적이라는 생각에 그럴싸한 가면 하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있는 그대로 묵묵히 일한다. 댓가는 업무능력은 뛰어날지언정 미련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 도시의 작은 서점에 앉아 있다고 해서 행복할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에 가치를 두고 개인의 능력을 존중해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중요하다. 버티는 시간은 무엇을 남길까. 낮아진 자존감?, 무기력감?.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보수에 비해 일이 힘들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하루하루 보내다 어느 순간 이 무기력감과 마주한다면, 좌절감으로부터 헤어나오기 힘들어진다. 나이가 들고 사회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는 회사로부터 등을 돌리는 결정과 판단이 빨라져야 한다. 그 이유는 한가지,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니고 국내로 돌아와 공기업에 취직한 A는 어느 날부터 회사에만 가면 숨을 쉬지 못해 휴직을 했다. 더 이상 휴직을 연장할 수 없어 복직해야 하는 시기에 병원을 찾았다. 지금의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만, 당시의 나는 다닐 수도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는 A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남편은 회사에 다니기를 바라고, A는 회사에만 가면 죽을 것 같은 공포. 그리고 스스로도 놓기에 아까운. 그렇게 버티고 버티려고 하는 회사. 그곳에서 견디지 못하면 실패한 것 같은 지독한 패배감. 모두 실패한 줄 알았던 순간에 아주 큰 것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보인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애초에 정답 없는 질문이었으나 질문을 던지고 얻은 것은 많았다. 그 누구도 자신감이 넘친 상태로 회사를 나온 사람은 없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 4대 보험이 끊긴 상태, 고정적 수입이 없는 상태, 어떻게 진행될지 확신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모두가 마음 한구석에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불안한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발견하기도 했고, 뜻밖의 길과 인연을 만나기도 했으며, 새롭게 좋아하는 일을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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