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든 책방 -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한, 만만한 책방
노홍철 지음 / 벤치워머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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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책방

노홍철 지음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책방.

재미가 없다면 뭐하러 해?

책을 읽는 것 만큼 좋은게 없다고 느낄 정도로 큰 즐거움을 얻었다. 내가 경험한 이 느낌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신기한 게, 지리적으로는 분명 논산의 중심인데 어디 저 먼 시골 읍내에 온 것 같은 정겨운 동네 분위기가 반가웠다. 거리에는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와서 이야기하고 계시고, 걷다가 쉴 수 있는 의자가 곳곳에 있었다. 처음에는 지켜만 보던 분들이 하나둘 다가와서 말을 거신다. 서점을 할거란 말에 여기 학생들이 책을 사러 오려나? 하고 걱정을 한다. 일명 보리밭 할아버지라 부르는 분은 이 마을이 생겨난 역사를 이야기해주신다. 늦은 저녁 다 쓰러져가는 집 앞에서 하늘을 보는데, 더이상 무섭지가 않았다. 이 광경 속에 있는 내 마음이 거짓말처럼 편해졌다. 아무것도 없는 곳인데 마치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자유로웠다.

 

집을 구하러 가는 길은 친정집에 가는 길의 중간에 있었다. 처음엔 길을 몰라 무심히 가기에 바빴는데, 여러 차례 가다보니 점차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을 가는 동안의 내가 아름다워지리라 자명한다. 초록 이파리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미는 때에 나는 그 집을 샀고, 일찍 찾아온 장마로 흠뻑 젖은 세상은 무성한 푸른 잎들의 향연이다.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한 손가락들이 인사를 하려나. 그 속으로 나부끼는 노란 잎들이 얼굴을 내밀려나. 나는 계획에도 없던 풍경의 인사에 가슴이 벅찬다.

 

내가 서점을 연 이 동네는 운치라고는 전혀 없다. 모두는 50년이 된 주택들이고, 어느 집이고는 비어있거나 낡았다. 제대로 고쳐서 사용하는 집이 드물다. 더욱이 기찻길 옆이라 엄마의 태동 소리처럼 온통 휘어잡히는 때가 자주 있다. 그런데도 난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약간은 시야에 가린 오랜 시멘트 기와가 내려앉은, 벽에 금이 가서 지팡이를 쥐어 줘야 하는 이 집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설렘과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왁자지껄하게 판을 벌이는 게 아니라 아지트처럼 조용히, 혹은 처음부터 동네의 일부분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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