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 - 신화와 전설이 깃든 곳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지음, 에이미 그라임스 그림, 조진경 옮김 / 올댓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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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하면 그리스/로마 신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거의 모든 나라가 건국 신화 혹은 창조 신화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재미있게도 세부사항만 좀 다를 뿐 큰 얼개는 다 비슷비슷하다. 그러고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가장 마케팅에 성공한 경우라고 봐야하나? ㅎㅎ 이 책은 그런 신화가 시작된 장소, 여전히 신성한 기운이 남아있다고 여겨지는 그런 장소 25곳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에 그런 장소가 25곳만 있지는 않을테지만 아주 많이 알려졌거나 흔한 장소가 아니고 정말이지 거의 듣도 보도 못한 장소를 뽑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화와 전설을 품은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환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구성되어 있는데 미스터리한 장소와 일러스트가 제법 잘 어울린다. 하지만 궁금증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인지라 책을 읽으면서 자꾸 검색을 하게 된다. 진짜 사진을 찾아서. 그런데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 블로거들이 안가본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과 그 와중에도 정말 사람이 발걸음하기 어려운 장소도 있다는 사실이다.


   25곳에는 우리나라 단군신화를 품은 강화도 마니산이 포함되어 있어 반갑다. 사실 우리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장소인데(너무 쉽게 갈 수 있어서 그런가) 외국에서는 신성한 기운을 품은 미스터리한 장소로 소개되니 기분이 묘하다. 각 장소에 대한 소개가 너무 요약식이라 좀 아쉽긴 하다. 장소들이 품은 신화나 전설을 좀 더 심도있게 다루었더라면 훨씬 풍성한 내용이 되었을텐데 아마도 독자에게 숙제를 내주고 싶었나보다. 그래도 알지 못했던 장소들이 많아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품게 해 준 것에 만족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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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시간 - 100곡으로 듣는 위안과 매혹의 역사
수전 톰스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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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모르겠지만 나 어렸을 때는 가정에서 피아노를 교습하는 곳이 꽤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제대로 된 교습소는 아니었을 듯 하고 그냥 그 시절 많은 아이들이 그런 피아노학원에 다녔었다. 집집마다 피아노 있는 집도 꽤 있었을 것이다. 피아노는 그렇게 큰 덩치를 지녔음에도 흔한 악기였다. 오히려 아이들이 플룻 같은 걸 배운다고 하면 경탄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지 피아노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 역시 피아노를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난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 손으로 하는 무언가를 오래 붙잡고 있지는 못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피아노를 위한 연주곡 100곡을 통해 피아노의 역사를 풀어놓은 저서다. 이런 책은 진도는 느리지만 소개된 음악을 한 곡 한 곡 들으면서 읽는 맛이 있다. 어, 피아노는 도대체 언제부터 있었지? 라는 질문을 해 본적이 없어 몰랐는데, 피아노의 역사는 그리 오래 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바흐 시대까지만 해도 하프시코드였지 피아노가 아니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시대에 와서야 오늘날 우리가 아는 피아노가 등장한다. 물론 그 당시에도 표준화된 피아노 같은 건 없었고 피아노 제작자에 따라 각기 다른 스타일의 피아노라서 작곡자가 어떤 피아노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는지에 따라 음악의 스타일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가 지금 자기네들의 곡을 오늘날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걸 들으면 좋아할 지 기겁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피아노가 어느 정도 대중화되었던 18세기 후반이 되면 교양있는 가정이라면 무조건 피아노가 있었고 젊은 여자들은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아는 것이 필수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같은 걸 보면 자녀들 중 한 명이 연주를 하고 가족들이 노래를 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피아노의 표현력이 다양해지고 메커니즘이 발전한 건 19세기에 접어들어서라고 한다. 그 때 쯤이면 작곡가들 사이에서 피아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게 되고 중요한 악기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다가 20세기는 피아노가 도전을 받는 시기가 되는데 이는 피아노가 굳이 가정에 없더라도, 연주회장에 가지 않더라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중음악이 발전하게 되면서 클래식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피아노는 죽지 않았다. 블루스, 경음악, 재즈 등의 다양한 실험적 음악이 등장하면서 피아노는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그런데 현대로 와서 컴퓨터 기술을 사용한 음악이 등장해 피아니스트는 만들 수 없는 효과를 내게 되면서 피아노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다.


   시대별 피아노의 발전에 따른 음악의 변화와 발전상이 흥미롭게 기술되어 있어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소개된 음악들과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 발견! 보통 우리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알고 있는데 이런 말이 등장하게 된 근거가 늘 궁금했다. 찾아봐도 그저 바흐가 위대하기 때문에 정도라고 밖에 나오지 않았던 듯. 그런데 이 책에 보니 모차르트가 "바흐는 아버지이고 우리는 아직 어린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더더 놀라운 사실은 모차르트가 언급한 바흐가 우리가 알고 있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아니고 그의 둘째 아들인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라는 사실! 18세기 후반에는 아들 바흐가 아버지 바흐보다 유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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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판 캘빈과 홉스 세트 - 전4권
빌 워터슨 지음, 신소희 옮김 / 북스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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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무슨 돌덩이인줄 ㅎㅎ 책의 밀도가 장난아니네요. 추억이 새록새록 돋네요. 아껴가며 읽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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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티움 해전 - 로마 제국을 만든 전쟁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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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저자를 처음 만난 건 <트로이 전쟁>이라는 저서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을 역사가 어떻게 뒷받침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읽고서는 정말 감탄했었다.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가는 저자의 논리가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출간된 책들이 죄다 절판인 채라 다른 저서들을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조금씩 저자의 저서들이 재출간되는 걸 보니 반갑다. <로마 황제 열전>을 먼저 볼까 <악티움 해전>을 먼저 볼까 하다가 <악티움 해전>으로 결정!


   '악티움 해전'은 나중에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되는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의 대결이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최후의 모습이 너무 강하게 인상적이었는지라 우리는 보통 그 모습만 기억한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상기시키며 승자의 시선이 아닌 최대한 객관적으로 악티움 해전을 다시 바라보기를 권한다. 비록 고대사의 경우, 남아있는 사료들이 희박하고 후대에 전해지는 것들도 이미 승자의 프로파간다에 의해 희석된 것이라서 이미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긴 하지만 역사 속 전후 맥락이나 인물들의 특성을 통해 행간을 읽어내려 노력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승자를 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누가 뭐라던 옥타비아누스는 잘난 인물이었으니까. 여전히 현대가 기억하는 역사 속에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그늘 속에 가려있기는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로마사에서 기릴만한 인물 중 최상위에 속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카더라를 좀 더 걷어내고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모든 것이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악티움 해전에서 결국 옥타비아누스에게 질 수 밖에 없었던 패착의 이유를 제시한다. 고대사하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데 저자의 저술은 그렇지 않다. <트로이 전쟁>을 읽을 때도 느끼기는 했지만 술술 읽히면서도 쪽집게 과외처럼 쏙쏙 핵심을 집어내는 듯한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누군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를 그저 그런 인물로 폄하한다면 배리 스트라우스의 <악티움 해전>을 조용히 내밀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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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너 없는 동안
이은정 지음 / 이정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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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 작가님의 장편소설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으로 주문. 제목만 봐도 이 책은 알라딘에서 주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다. 작가님 왈, 제목을 보고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는데, 맞다. 나도 부인할 수 없는 그 세대이다 ㅎㅎ 본인은 늘 어둡고 우울하고 상처 가득한 이야기를 쓰지만 이번에는 재미있는 책을 썼다고 했다. 그것도 판타지.


나는 판타지를 원래 좋아하니까. 재미도 있다니까. 좋아하는 작가니까. 안읽을 도리가 있나. 사실 '지니'가 등장하긴 하지만 형식만 판타지를 빌려왔을 뿐 믿음과 진심에 대한 일종의 성찰이자 고백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지니는 램프를 문지르면 나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지니는 좌천된 지니이다. 그러니까 램프 주인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좀 더 높은 레벨의 자부심 가득한 지니의 일이었다면 이번 지니는 그런 소원을 제대로 못들어준 결과 좌천되어 남의 불행을 비는 소원이나 들어주는 지니가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번 지니가 좀 더 인간의 본성을 더 잘 반영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남의 행복을 축하해주는 것보다 질투하고 시기하고 남의 불행을 더 기뻐하는 성향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당장 나에게 지니가 누군가를 불행하게 해주고 싶다고 했을 때 즉각 소원을 빌 수도 있다. 실제 지니로부터 소원선물(?)을 받은 아이는 동안이지만 동안의 친구들인 부단, 고은, 설아가 없었다면 동안은 아마 지니에게 다섯 번만큼 남의 불행을 비는 아이에 불과했을 것이다. 남이 불행하다고 해서 반드시 내가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 불행과 행복은 결국 같은 판도라 상자에 들어있었다는 것, 믿음과 진심은 지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지니가 동안에게 선물한 것은 남의 불행이 아니라 이런 깨달음이지 않았을까.


에필로그의 코믹한 반전은 뭐냐 ㅋㅋ 역시 지니의 창의성은 따라갈 자가 없네. 창의적으로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해주는 지니를 만나고 싶은 나, 속물일까? ㅎㅎ


* 작가님이 오자가 하나 있다고 했는데, 투포환 세계신기록 부분인가? 23.37m라고 해야하는데 23,37m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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