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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티움 해전 - 로마 제국을 만든 전쟁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3월
평점 :
내가 저자를 처음 만난 건 <트로이 전쟁>이라는 저서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을 역사가 어떻게 뒷받침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읽고서는 정말 감탄했었다.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가는 저자의 논리가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출간된 책들이 죄다 절판인 채라 다른 저서들을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조금씩 저자의 저서들이 재출간되는 걸 보니 반갑다. <로마 황제 열전>을 먼저 볼까 <악티움 해전>을 먼저 볼까 하다가 <악티움 해전>으로 결정!
'악티움 해전'은 나중에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되는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의 대결이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최후의 모습이 너무 강하게 인상적이었는지라 우리는 보통 그 모습만 기억한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상기시키며 승자의 시선이 아닌 최대한 객관적으로 악티움 해전을 다시 바라보기를 권한다. 비록 고대사의 경우, 남아있는 사료들이 희박하고 후대에 전해지는 것들도 이미 승자의 프로파간다에 의해 희석된 것이라서 이미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긴 하지만 역사 속 전후 맥락이나 인물들의 특성을 통해 행간을 읽어내려 노력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승자를 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누가 뭐라던 옥타비아누스는 잘난 인물이었으니까. 여전히 현대가 기억하는 역사 속에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그늘 속에 가려있기는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로마사에서 기릴만한 인물 중 최상위에 속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카더라를 좀 더 걷어내고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모든 것이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악티움 해전에서 결국 옥타비아누스에게 질 수 밖에 없었던 패착의 이유를 제시한다. 고대사하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데 저자의 저술은 그렇지 않다. <트로이 전쟁>을 읽을 때도 느끼기는 했지만 술술 읽히면서도 쪽집게 과외처럼 쏙쏙 핵심을 집어내는 듯한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누군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를 그저 그런 인물로 폄하한다면 배리 스트라우스의 <악티움 해전>을 조용히 내밀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