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철과 브라이언 델라크루아는 마지막으로 이메일이 오가고 여섯달 후 봄, 사우스엔드의 바에서 다시 우연히 마주쳤다.

그는 그곳이 자기 아파트에서 몇 블록 거리였고 그날 밤, 여름이 다가오는 게 느껴진 첫날, 길거리에서 습기와 희망의 냄새가 났기 때문에 거기에 오게 되었다. 그녀는 그날 오후 이혼을 마무리 지은 후라 용기를 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 바에 갔다. 그녀는 대인공포가 악화되는 것이 걱정되었으며 그걸 극복하고 싶었고, 자신의 신경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날은 5월이었고, 초겨울 이후로 그녀는 거의 집을 나서지 않았다. (p.131)





나는 어릴적부터 한결같이 여름을 좋아했지만, 봄이 오는 무렵 역시 좋아했다. 겨울에서 봄으로 막 바뀌려는 때, 바로 그 때. 그러니까 지금 같은 때. 그 때는 공기가 달라지는 걸 느낀다. 봄냄새라 일컬을만한 그 무엇, 그 어떤 냄새가 공기중에 떠돌고, 어? 봄이 오는 냄새네? 하면서 봄이 오려고 하는구나, 설레이게 된다. 나는 겨울의 추위에 대해서라면 힘들지 않지만 겨울이 가져오는 건조함이 싫고 어두움이 싫다. 출근길도 어둡고 퇴근길도 어두운 게 싫어. 그런데 며칠전부터 퇴근하려는데, 이전만큼 어둡질 않았다. 아, 계절이 바뀌는구나. 계절이 바뀌고 있어!


'브라이언 델라크루아'는 여름이 다가오는 걸 느끼고 '습기와 희망의 냄새'가 났다고 한다. 나는 그게 뭔지 너무 잘 알겠어! 내가 봄이 오는 걸 느낄 때, 그 때 봄이 오는 냄새가 난다고 하는, 바로 그런 게 아닐까. 계절이 바뀌는 걸 냄새로 알고 또 느끼다니, 브라이언이 좋아졌다. 당신,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그런 사람이군요!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좋다. 아, 빨리 여름이 왔으면! 아무리 땀이 많이 나도, 아무리 뜨거워도, 나는 여름이 좋아!




하지만 봄이 왔고, 느긋하고 밝은 목소리가, 아이들이 지르는 소리가, 인도를 굴러가는 유모차 바퀴 소리가, 방충망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길거리에 돌아왔다. (p.132)




계절이 바뀌면 냄새로도 알고 보이는 것들로도 알고 소리로도 안다. 산책하노라면 푸릇푸릇한 풀과 나무들이 모습을 보이고 꽃들도 서서히 피기 시작하니까. 일자산에 가면 새들도 시끄럽게 울곤 한다. 매미랑 귀뚜라미가 겨울에는 울지 않잖아요. 나는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게 진짜 너무 좋다. 내가 그걸 느낄 수 있어서 좋고, 그걸 느끼는 사람들이 좋아.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것이라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도 느껴지는 게 아닐까.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내가 알고 느끼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이 눈치채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들켜버리는 것.

브라이언은 처음 만난 후부터, 자주 만난 것도 아니고 또 어쩌다 우연히 만나게 되면 만남과 만남사이 텀도 길었지만, 그러나 레이첼을 사랑하고 있다. 푹 빠져있어. 그렇다고 그녀에게 사귀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는 또 유부남이기도 했어. 그저 뉴스에 나오는 그녀를 보거나 어쩌다 마주친 그녀를 보게되었을 때 반가워할뿐. 한 번은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녀를 대하는 그가 뭔가 서두르는 것 같고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반 년이 지나 그를 우연히 만나서 그 때의 일을 묻는다. 그 때 왜 그런거냐고.



"이혼으로 가는 중이었지만 당시엔 유부남이었죠. 그리고 세일즈맨이고, 그 결혼을 도덕주의자 고객에게 팔던 참이었고요."

"거기까진 알겠어요."

"그러던 중 당신이 길거리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걸 봤고 내가 먼저 선수를 치지 않으면 그가 알아보겠구나 싶다 보니, 진짜 초조할 때 그러듯이 잔뜩 흥분해서 완전히 망쳐버린 거죠."

"그가 알아본다는 거요, 뭘 알아봐요?"

그는 고개를 갸웃 기울이더니 그녀를 향해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정말 그 말을 해야 해요?"

"설명을 해야 알죠."

"당신한테 끌리는 내 마음이죠, 레이철. 헤어진 아내가 그걸로 트집잡곤 했어요. '또 뉴스에 나오는 당신 여자친구 봐?' 친구들도 알았죠. 내가 비콘 가 한복판에서 멍청하게 입 벌리고 있었으면 잭 아헌도 감 잡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치코피에서 만났을 때부터요. 왜 이래요."

"당신이야말로 왜 이래요. 난 몰랐는걸요."

"아, 어, 그렇군요. 하기야 당신이 왜 그러겠어요?"

"말을 하지 그랬어요."

"이메일로? 그 그림처럼 완벽한 남편하고 같이 읽으라고?"

"완벽괴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나야 몰랐죠. 게다가, 난 유부남이었고."

"부인은 어떻게 됐어요?"

"헤어졌어요. 캐나다로 돌아갔죠." (p.151)




레이철은 브라이언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런 기미가 딱히 보이지 않았으니까. 레이철은 열심히 일을 해서 커리어를 쌓아갔고, 직장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도 했다. 레이철은 잘 나가는 것 같았는데, 전쟁을 보도하는 동안 공황장애가 찾아왔고, 눈 앞에서 죽음을 보면서 커다란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됐다. 커리어는 무너졌고, 커리어가 무너짐과 동시에 남편은 그녀를 떠나갔다. 그가 좋아했던 건 그녀가 아니라 앞으로 그 커리어로 성공해서 자신에게도 어떤 도움이 될 것 같은 그녀였다. 이렇게 공황장애를 앓고 힘들어하고 외출을 하지 못하는 그녀가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고 바에 들렀다가 6개월만에 우연히, 브라이언을 만나게 된 것. 그런 브라이언은 그 사이에 그녀를 사실 좋아하고 있었음을, 그리고 자신이 유부남이었다가 이혼하게 됐음을 얘기했다.



브라이언과 레이철이 처음 만나고난 후 그들이 서로에게 호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애시당초 레이철이 어린 시절부터 궁금했던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사설탐정인 브라이언을 찾아가게 되어 둘이 아는 사이가 되었는데, 브라이언은 그 일을 진행해주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그들 사이의 접점은 사라져버린 거다.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 브라이언은 레이철에게 이메일을 보냈었다. 자신이 커리어를 망쳤다고, 자신은 이제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자신의 뉴스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때에, 브라이언은 '너만큼 진실한 사람은 없다'며, 그녀의 뉴스를 보고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은 그러니까, 호감을 넘어선 사랑이었던 것. 브라이언은 다른 여자랑 결혼해 살고 있었지만, 그녀를 향한 호감을 아내에게 들켜버리고 만다. 무엇이 먼저인줄은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아내랑 이혼했으니까. 레이철 역시 브라이언의 존재를 알고, 어쩌다 그에게 이메일을 받으면 시니컬하게 답장을 하면서, 다른 남자랑 결혼해 살고 있었다. 그러다 이혼을 했고. 이렇게 다시 싱글이 된 브라이언과 레이철은 재회하게 된다.



그들이 처음부터 서로 싱글이며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했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이미 모든 일들이 벌어져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런 것들을 가정한들 무슨 소용일까. 다만 어떤 사람들은, 어떤 실패들을 경험한 뒤에, 어떤 상처들을 경험한 뒤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자신 역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운이 좋고 나쁜 것과도 또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아주 빨리, 어린 나이에 자신의 상대 옆에 착- 하고 안착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돌고 돌아, 저기 멀리까지 갔다와서, 또 마음에 많은 스크래치들을 내고나서야 안정을 찾게 되기도 하니까.



브라이언이 아내가 있었을 당시,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 레이철을 좋아했다는 걸 그의 아내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는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들켰을까. 나는 브라이언이 그 자리에서, 아내 앞에서 뉴스를 보며 '레이철 너무 좋아, 짱이야, 레이첼 만세' 라고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브라이언은, 자신이 유부남이니까, 자신의 마음은 드러나서는 안되는 거니까, 게다가 아무리 이혼할 거라 해도 어쨌든 아내 앞이니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뉴스에 나오는 레이철을 보았을 것이며,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달랐던거야. 다름이 있었기 때문에 아내는 그가 그녀를 향한 특별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걸 짐작하게 되었을 것이고, 브라이언은 들켰을 것이다. 그조차도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두려워하지 않나.


그렇다면, 그가 아내와 사이가 나빴다고는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 그리고 생각 속에 레이철이 있었다면, 브라이언이 함께 산 건, 옆에 육체적으로 함께 있는 아내가 아니라 레이철이 아니었을까? 나는 뉴스를 보면서 아내에게 마음을 들켜버린 장면에서, 레오와 에미가 툭, 생각나버리고 말았다. 레오는,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자신에게 애인이 있지만, 자신이 함께 산 건 에미였음을.



파멜라가 이곳으로 오기로 한 거죠. 그런데 내가 그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에미 당신이랑 보냈어요. 그사이에 내가 공간을 떠나 누구 곁에 있었을까요? 에미 당신 곁에 있었어요. 내가 나의 비밀스러운 내면에서는 누구랑 살았을까요? 에미 당신이랑 살았어요. 언제나, 오로지 당신과 함께 였어요. 그리고 내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환상에 등장하는 하나의 얼굴 또한 당신 얼굴이었어요. (p.334-335)




레오에겐 파멜라 라는 애인이 있었다. 그리고 좀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는 파멜라가 레오를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오기로 했다. 그러나 레오는 그 기다림의 시간을 에미랑 보냈다. 에미랑 만나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이메일만 주고 받았을 뿐. 그저 이메일로 대화를 했을 뿐인데, 레오는 그것이 우리가 곁에 있었던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것이 내면에서 에미랑 살고 있던 것이란 걸 깨닫는다. 진실한 대화란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우리가 함께한다는 건 그 내면을 나누는 일일 테니까. 내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보이는 것, 물론 백프로를 드러낼 수는 없겠지만,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같은 걸 느끼노라면, 그것이 타인에게도 보이는 게 아닐까. 그렇게 레오가 에미에 대한 마음을 스스로 깨달았다면, 레이철에 대한 브라이언의 마음은 그의 아내가 눈치챘다.




6개월만에 싱글로서 당당히 레이철과 재회하게 된 브라이언은, 눈앞에서 그녀를 놓칠까봐 겁난다. 그녀가 그냥 사라져버릴까 겁나. 그래서 얘기한다.



"나를 스토커로 여기고 발걸음을 빨리한다고 개인적인 모욕으로 여기진 않을게요. 약속합니다. 그냥 여기 이대로 서서 다시는 당신을 만나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멈춰 섰다. 돌아섰다. 그녀가 삼십 초 전에 지나쳤던 골목 어귀에 서 있는 그를 보았다. 그는 두 손을 모으고 가로등 아래 서 있었고, 움직이지 않았다. 정장 위에 레인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저녁 조금 더 있다 들어갈 거라면, 열 걸음 뒤에서 따라가면서 어디든 당신 원하는 곳에서 한잔 살게요."

그녀는 오랫동안 그를 쳐다보았다. 가슴 속 참새가 파닥거림을 멈추고 굳었던 목덜미가 풀렸음을 깨달을 만큼 오랫동안. 집에서 문을 닫아 걸고 안전하게 있었을 때만큼 평온한 기분이었다.

"다섯 걸음으로 해요." 그녀는 말했다. (p.145)


다섯 걸음... 뭘까?

원, 투, 쓰리, 포, 다섯걸음....

사랑에는 다섯걸음.....



계절이 바뀌는 것도 느낄 수 있지만, 내가 바뀌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나를 둘러싼 것이 바뀌는 기운. 이를테면 사랑이 시작될 때, 사랑에 빠져들 때. 그러니까 나에게 누군가가 생기려 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상대가 되고자 해서, 그래서 우리 사이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될 때, 우리는, 적어도 나는 그것이 느껴진다. 아, 나를 둘러싼 공기가 바뀌는구나, 나를 둘러싼 기운이 바뀌고 있어.

바로 저 장면에서, 레이철도 느끼지 않았을까. 아, 바뀌겠구나, 바뀌겠어, 나를 둘러싼 공기가 이제 바뀔 것 같아.



그들은 연인이 된다.



"대부분 경우 난 자신 있어요. 이성적인 어른으로서의 나? 자기 일 알아서 챙겨요. 다만 한밤중에 어두운 바에서 나 자신의 좋아하지 않는 점에 대해 묻는 여자만 접근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가 있거든요." (p.155)



나는 이 '아주 작은 일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결정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아주 작은 일부. 다른 사람이 접근하려 한다면 짜증이 나고 방어벽을 세우게 되고 정이 떨어지게도 되는 그런 부분이, 어느 한 사람에 대해서라면 한없이 포용하게 되는, 그런 일부. 그 접근이 싫지 않은, 허락을 하게 되는 그런 일부. 그런 아주 작은 일부가 사실은 사랑을 결정하게 되는 아주 큰 부분이 되는 것이고, 그 작은 일부를 느낄 때, 아 나를 둘러싼 공기가 달라지겠구나, 를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데니스 루헤인'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다. 그간 읽은 두 권의 책은 그의 명성을 익히 들었음에도 내게는 딱히 재미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다. 바로 다음장이 궁금해 계속해서 책장을 넘겨야만 했다. 끝부분이 영 마음에 안들긴 했지만, 뭐랄까, 끝에가서 맥이 풀린 듯한 느낌이긴 했지만, 끝에 가서는 좀 이해도 안되긴 했지만, 그래도 엄청 재미있게 읽었다. 이것은 표면적으로 사기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러나 본질적으로 사랑 이야기. 데니스 루헤인이 이런 사랑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인줄은 내가 몰랐네? 덕분에 데니스 루헤인의 다른 책들도 더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빨리 봄이 되고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조금 더 밝아지고 조금 더 환해지고 조금 더 다채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색색깔로 활짝 피어있는 꽃들을 보고 그러다 이내 뜨거움이 찾아들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생기있게 살아갈 수 있을텐데.


결국은 브라이언과 레이철이 사랑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어떤 사람들은 기어코 언젠가는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

시링하게 될 줄 알았어, 우리 처음 만난 그날에.












그녀는 옆으로 비켜섰고 레이철은 딱 학자 부부의 집처럼 보이는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과 거실 벽과 부엌 창문 아래를 차지한 책장, 화사한 색의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졌지만 전혀 덧칠하지 않은 벽, 제3세계 국가에서 가져온 제각각 다른 상태의 여러 도자기 상과 가면, 벽에 걸린 아이티 미술품. 레이철은 어머니를 따라 이런 집을 수십 군데 다녀보았다. 거실 붙박이 선반에 꽂힌 레코드판이 무엇일지, 욕실 바구니를 점령한 잡지는 무엇일지, 부엌 라디오는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채널에 고정되어 있으리라는 겄까지 그녀는 다 알았다. (p.52)

새삼스레 그를 잃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했듯이, 인생은 분리의 연속이라는 오랜 의심이 다시금 떠올랐다. 인물들이 무대에 나오고,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나오긴 하지만, 결국엔 다들 퇴장한다.
세워놓은 차까지 와서 그녀는 그의 집을 돌아보았다. 지금까지 고마웠어요, 친구로 있어 줘서. 그녀는 생각했다. (p.94)

사람이 평생 매일 사진을 찍어도, 여전히 자기 진실을- 핵심을 보는 이들에게서 감출 수 있으리라고 그녀는 짐작했다. 어머니는 그녀 앞에 스무해 동안 매일 섰으나 레이철은 어머니가 보여주려고 마음먹은 것만 알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 앞에 4*6, 5*7, 8*10 사이즈의 초첮 맞고, 초점 나가고, 노출 과다, 조명 부족한 사진들 속에서 아버지가 그녀를 마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는 알 수 없는 존재였다.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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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9-02-21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니스 루헤인이 세번째 책을...! 다락님은 여전히 책 많이 읽으시는군요. 저는 삶이 팍팍해졌다고 할까요. 책도 거의 못읽는 삶을 살고 있어요 ㅠㅠ 한번 궤도 밖으로 튕겨나가면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네요. 이 책도 읽고싶고 저 책도 읽고싶은데, 지금 새벽 2시42분에, 이렇게 푸념만 하고 있다니.ㅠㅠ 아무튼 데니스 루헤인은 믿어도 되는 작가인데 다락방님이 보증까지 서주시네요^^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9-02-21 06:23   좋아요 0 | URL
데니스 루헤인이 세번째 책을 낸 건 아니고요 제가 읽은 데니스 루헤인 책 중 세번째란 뜻이었어요. 근데 이 책 재미있고 좋더라고요! 덕분에 다른 책도 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저도 책이 잘 안읽혀서 못읽겠는 때가 가끔 찾아오더라고요. 그럴 때 왜이러지 초조해하면 오히려 더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요. 그래 읽지말자, 내버려두면 다시 책을 읽게 되는 때가 오더라고요.
책을 요즘 잘 못읽으셔서 알라딘에 뜸하신가요, 마태우스님? 자주 뵈면 좋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