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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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라는 제목을 본 순간 내가 읽어야, 읽어줘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책에 대한 나의 첫느낌이다. 출산을 앞두고 10여 년 동안의 사회생활을 접으며 전업주부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단지 횟수로 3년에 접어드는 나에게 완전한 내 편이 되어주는 책이라는 느낌에서 였다.


일을 원하고, 일을 하고자 하는 나에게 직장은 6개월이라는 꽤 긴 육아휴직을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해 왔다. 많은 선배맘들은 백일까지만 엄마가 키우고 그 이후엔 조부모나 보모 또는 보육시설에 맡겨도 큰 지장이 없으니 직장에 나오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다른 동료들보다 3개월이나 더 주는 육아 휴직을 포기하지 말라고, 가정에서 다시 사회로 나오기는 쉽지 않는 일이라는 말로 나에게 많은 갈등을 안겨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나의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에 이르렀다.

그 때, 아빠라는 존재에 행복을 느끼며 출산의 그 날만을 기다리는 신랑은 나의 갈등을 완전히 해소시키는 고백을 해 왔다. 신랑을 출산하면서 건강을 잃으신 어머님은 어린 신랑을 데리고 병원을 다니시느라 아이의 투정을 받아줄 여력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투정을 받아주며 사랑을 베풀어주시기에 본인의 몸이 따라주지 않으셨다. 엄마의 사랑에 항상 목말라 있었다는 신랑은, 내 아이에게만은 엄마의 손으로, 엄마의 따스한 가슴을 느끼며 자라게 해 주고 싶다고 나에게 아이를 길러줄 것을 간곡히 부탁해 왔다.

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만큼 아이의 탄생을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었기에 내 일을 과감하게 접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러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육아가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전업주부들이 갖는 갈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정의 재정을 책임진다는 명목으로 육아에 소홀히 하는 아빠와 끊임없이 엄마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아이 사이에서 때로는 지치고,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 3년의 시간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나이고, 현실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말귀를 알아듣고, 배변 훈련도 되어 있으며, 22개월 정도 되었으니, 어린이집을 포함한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다시 내 일을 시작해 볼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때마다 포기하는 것은 아빠가 아닌 엄마인 내 자신이다. 엄마인 내 품에서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깊은 잠에 빠진 이 아이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 팔은 내 아이를 안았지만 눈은 다른 아이를 바라보는 이에게 맡긴다는 것이 아직 내 마음속에서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나 싫은 일이다. 나의 이 소중한 아이를 누군가 시간 때우기 식으로, 월급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만지고 애정을 쏟는 척 하는 것에 아직은 나의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이런 나의 마음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나의 우려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과 허전함, 그리고 불안감을 안겨주는지 실험을 통한 연구로 발표된 사례를 보여주기에, 지금 내 품에 안겨있는 내 아이를 3살까지 또는 좀 더 긴 시간을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 엄마와 아이 그리고 아빠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나의 생각에 행복한 육아로 새로운 시작을 하도록 든든한 응원가를 들려준다.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이대로 있다가는 전업주부로, 아줌마로 눌러앉게 될까 두렵고, 언젠가 부딪혀야 하는 사화에 적응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운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라 하더라도 내가 원하고,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배변 훈련 중 실수로 바지에 쉬를 한 아이에게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환하게 웃으면서 바지를 갈아입히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난 행복하게 내 아이를 안아주고 눈을 마주치며 오랜 시간 함께 하련다고 마음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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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 - 늘 바쁜 아빠가 가슴으로 쓰는 편지
윌리엄 란드 리빙스턴 원작, 코하세 코헤이 글, 후쿠다 이와오 그림, 이홍렬 옮김 / 깊은책속옹달샘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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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가진 초보엄마입니다. 책 제목에서 말하는 아들은 없지만, 아들과 딸에게 공평하게 불리우는 이름 아빠. 2004년 초가을 예비 아빠의 대열에 선 신랑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아이없이 단둘이 살자던 그가 두 돌을 바라보는 아이와 지내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만약 우리에게 딸이 없었더라면, 저 사람이 지금의 이 행복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딸의 사소한 손짓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딸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한글자 한글자 읽어내려가다 저도 모르게 울컥하고는 가슴이 메어지게 아려옴을 느낍니다. 배변 훈련이 힘든 과정인 줄 짐작하면서도 실수로 쉬를 하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밥 안 먹겠다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럼 먹지 마. 그 대신 간식으로 우유 안 줄거야.'하고 엄포를 놓기 일쑤이고, 외출할 때마다 옷 안 입겠다고 도망가는 딸 아이에게 엄마 혼자 나가겠다고 겁을 주는, 5초만 생각하면 하지 않을 말 실수를 이렇게 매일 하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일까요?

엄마가 좋아서, 책이 좋아서 엄마 무릎에 폭 안겨 있는 이 아이가 바로 내 딸이고, 아직은 너무나 작고 어린데, 난 이 아이에게 내 방식대로 하려고 많은 것을 요구해 왔다는 것을 정말 몰랐습니다. 아니 알았지만 내 성질이 못 이겨 닥달하고 보챘습니다.  이렇게 작고 어린 아이일 줄은. 목이 메어 책장이 안 넘겨지더니, 아이의 머리 위로 눈물이…

놀란 딸 아이가 고개를 휙 돌려 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작은 손으로 얼굴을 매만지는 이 작은 아이, 나의 소중한 공주님을 가슴에 꼭 안았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잊지 말자. 내 아이는 아직 작고 어리다는 것을. 그리고 내 아이도 나와 같은, 나보다 더 멋진 미래를 꿈꿀 인격체임을.'

아이가 나에게 찾아왔을 때의 당혹함과 설렘. 아이가 처음으로 발길질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을 때의 놀라움. 아이가 세상으로 나와 꼬물꼬물 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의 행복. 그 순간들을 너무나 쉽게 잊은 건 아니었을까요? 아이가 짧은 시간동안 나와 가족에게 준 기쁨과 행복을 따지자면 내가 살아온 30년이라는 세월보다 많은 것을 나는 왜 이렇게 쉽게 잊고 있었던걸까요? 잊지 말아야 했는데, 부모의 욕심은 끝도 없다더니 더 많은 행복과 기쁨을 욕심내고 있기에 정작 소중하게 여겨야 했던 참된 행복마저 놓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난 딸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었던 시간들을 반성하면서 또 다시 욕심을 가져봅니다.

정리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신나게 노는 아이로 자랐으면,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퇴근하는 엄마 아빠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 앞에 자신있게 엄마 아빠를 소개하는, 엄마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옷이 엉망이 되고, 운동화가 쉽게 닳더라도 자연과 친구가 되어 즐길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아빠 엄마의 꾸지람 속에서도 마음을 표현하여 아빠 엄마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줄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고 말입니다.

아빠의 야단으로 얼룩진 하루였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아빠를 품에 안아줄 만큼의 사랑이 깊은, 책 속의 아들을 만나면서, 아빠의 반성과 눈물 속에 담긴 사랑이 아들의 마음에 충분히 닿았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마음이 한시름 놓입니다.

반성하고 후회하는 여러 날들 앞에 곧바로 생겨나는 욕심의 무게에 짓눌리는 엄마보다는 사랑으로 그 욕심을 뛰어넘을 수 있는, 표현에 인색하지 않는 엄마가 그리고 아빠가 되어보려 노력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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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힘 아버지
왕쉬에량.유천석 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클릭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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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아버지의 존재를 몸서리칠 만큼 부정하고 싶었다. 3남 1녀의 막내 아들로 태어난 아버지는 머리가 좋고 인물이 좋으신 편이라 귀여움을 독차지하는가 하면, 필체가 좋아 군에 입대한 후에 행정반으로 옮겨지는 행운을 안아 군복무 동안에도 큰 고생은 하지 않으셨기에 멋진 삶을 꿈꾸며 세상이 항상 아빠의 편이라고 생각하시게 되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자신의 뜻만큼 공부를 할 수 없었던 것도, 막내의 어리광을 맏딸인 어머니가 모두 받아주지 않은 것도, 네 명의 자식들 조차 아버지의 고생에 감사하기는 커녕, 도란도란 대화 나누기조차 원치 않는 현실이 늘상 불만이고 짜증스러워, 그것을 가족들에게 풀어놓으며 과거 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아빠의 과거에 지쳐가고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보이면, 어떻게든 그 시간을 회피하고 싶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데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강원도 산골, 지하 막장에 들어가 헬멧에 부착된 작은 불빛에 의지한 채 석탄을 캐는 일을 하시면서도 자식 넷을 낳아 키우셨다. 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고 찾아온 새해. 회사에서는 인사 이동이 있었고, 아버지는 정식 사원으로 발영이 나는 소식과 월급과 배급되는 식권의 양도 따라 늘었다. 아버지는 우리집에 복덩이가 태어났다고, 엄동설한 속에서도 나를 안고 이집 저집을 다니며 자랑했다고 하신다. 어린 시절, 잔병치레가 유독 심했던 나는 항상 어머니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버지는 아파 기운없는 나를 한 번 안아주며 그 고통 함께 짊어주고 싶어하셨지만 그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손길을 거부하였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아픈 셋째 딸이 가여우면서도 가슴에 한 번 안기지 않는 그 딸이 얼마나 야속하고 미우셨을까.

얼마 전 친정에 다녀온 신랑이 나에게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내밀면서 말해 주었다.

"아버님이 당신 마음 다 아시던데……. 오빠가 삼수하느라 집안이 힘들어서 당신이 하고 싶은 공부 그만 둔 거라는 거 알고 계셨어.  그 때는 미안함보다는 고마움이 컸는데, 지금은 미안해서, 미안한 마음 보이지 않으려고 당신한테 자꾸만 더 모진 소리가 나간다고, 그 때 좀 더 버티고 있었으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뒷바라지 해줬을 텐데, 너무 쉽게 포기해 준 당신이 지금은 너무 미우시대. 당신이 마음속에 담아 둔 말, 아버님이 모두 알고 계셔서 마음이 더 아프시다고. 끝까지 밀어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하다고 꼭 전해달라고 하시던데……. 이제 아버님한테 마음을 좀 열어주면 어때……."

아버지도 알고 계셨다. 내 마음을.

결혼하고, 고향을 떠나와 피붙이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네 명의 자식을 낳고 힘들게 살아오면서 자신을 위해 양말 한 켤레 살 줄 모르시는 아버지. 허튼 돈 한 번 쓰지 않고 평생을 살아온 우리 아버지. 멋있다고 아주 좋다고 남들 입에 오르는 관광 한 번을 맘 편히 다녀오시지 못한 아버지.

늦은 저녁 퇴근한 신랑을 맞이하는 딸의 환한 미소를 보면서, 뉴스라도 잠깐 볼라치면 아빠의 몸이 높은 산인 양 기어올라 기어이 아빠의 목에 두 팔을 감아야 직성이 풀리는 딸에게 "저리 좀 가. 아빠 힘들어."하면서도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신랑을 보면서 생각한다.

난 언제 아버지에게 이렇게 환한 미소를 지어드렸지? 그런 적이 있었던가?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더 늦기 전에, 건강한 몸이 쇠약해져 함께 산책하기조차 힘들어지기 전에 아버지에게 내 마음 속에 응어리 이젠 다 풀렸다고, 아버지는 그냥 아버지일 뿐. 주려고 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이젠 만나고 싶다. 우리 아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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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아이 성격 부모가 만든다
노혜진 지음 / 무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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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많은 이들의 축복의 눈물과 함께 세상에 첫 발을 내딛은 아이가 건강하다는  소리 못지않게 반가운 소리가 또 하나 있었다. “엄마 아기 O형이네요.” 하는 간호사의 말에 “정말요?” 나는 재차 확인한 후에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소심하기로 유명한 혈액형, A형을 가진 나와 신랑. 연애할 때도 부부로 살아가는 지금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마음속에 꾹 담고서 스스로 괴로움을 자처하는 편이라 혈액형만이라도 조금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명랑하고 쾌활하다는, 혈액형별로 나뉜 성격이 100% 맞지 않다하더라도 O형이라는 소리에 출산의 고통을 잊을 만큼 기쁘고 행복했다.


아이가 뱃속에 있는 10개월 동안, 난 정말 큰 욕심과 많은 바람을 가진 엄마였다. 나와는 좀 다른 삶을 살았으면, 무언가 한 가지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면, 키가 좀 컸으면 등 사소한 것부터 미래의 모습까지도 상상하고 바람대로 태어나 주기를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고, 아이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면서 간절하리만큼 바라던 욕심은 자연스레 사라져 자취를 감추었다.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해맑게 웃는 아이의 미소를 보면서, 눈을 마주치며 편안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그 눈을 보면서, 욕심내고 기대했던 그 마음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건강하게 태어나 이렇게 평온한 표정을 지어주는 아기에게 그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난 내 아이에게 크고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책을 가까이 하면서 힘겨운 이의 그늘이 되어주고, 당당하게 해를 향해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는 자연을 닮은 아이로 자라날 수 있도록 곁에서 자연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내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졌다.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이가 하는 만큼에 행복하고, 배우는 만큼에 기쁨을 느끼면 된다는 것을, 그것이 엄마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을 요즘 하나씩 배우고 느껴가고 있다.


나는 때때로 엄마가 아닌 인간이 되어 있다. 엄마로 아이를 대하면 즐겁고 행복하고 아이의 작은 손짓 몸짓하나에도 넘어갈 듯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엄마의 자리를 잠시 잊고 본연의 내가 되면, 아이의 작은 실수에 불같이 화를 내고, 엄마가 하려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는 아이에게 자꾸만 무얼 하라고, 하지 말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 낯설지만, 이것이 진짜일지도 모르는 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나의 지침에 이끌려 사소한 문제로 큰 소리를 내며 부부 싸움이라는 것을 하여 아이가 엄마 아빠를 향해 불안한 시선을 던지는 것을 보고,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애 앞에서만큼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집을 찾아온 손님과 자리에 있지 않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확대해석하여 입에 올리기도 하고, 아이의 이유 있는 울음을 모른 척하면서 내 요구만을 강요하기도 하였다.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행동들이 나의 아이에게 얼마나 큰 불안감과 불신을 안겨주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오늘 아이의 웃음을 보았다. 들었다. 그리고 느꼈다.

엄마의 작은 몸짓에도 넘어갈 듯 웃으며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면서, 엄마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작듯, 아이 또한 엄마에게 바라는 것은 정말 작은 것인데, 그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나를 먼저 내세우고, 나를 중심으로 놓고 아이를 끌어당기려고만 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의 성격, 바로 엄마의 관심이고 아빠의 후원이 박자 맞추어 갔을 때 이루어지는 하나의 개성 넘치는 완성품이 아닐까 한다.

정답이 없는 아이의 성격을 내가 원하는 틀에 끼여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만들어가는 성격에 엄마 아빠의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이 더해져 좀 더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가슴을 채워 주는 것이 책이 말하는 1등 성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내 아이는 내가 아니다. 그리고 나의 바람은 바람일 뿐이지 아이의 꿈이고 목표일 수 없다.

다만, 책을 좋아하고 자연을 닮은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만큼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의 웃음이 오래도록 입가에서, 마음에서 떠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 엄마와 아빠의 몫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이제 책이 되고, 자연이 되어 갈 것이다.

아이가 언제든 나를 바라보며 닮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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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보인다, 나의 특별한 실험책 - 자연의 아이들
라이너 쾨테 지음, 이자벨레 딘터 그림, 김영귀 옮김 / 풀빛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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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과학'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어렵고 복잡한 분야로 생각되어지고 있어, '과학'이란 말만으로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 하는 힘을 가졌다. 마치 나의 어깨를 억누르는 아주 크나큰 힘을 가진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기에 난 과학이 싫고, 아무리 자세한 설명을 해 주어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느낌. 언제나 나를 겉돌고 있음에 그 갭은 날로 심해지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안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론 초등학교 시절, 방학 때마다 숙제로 나오던 탐구생활. 예쁘지 않은 표지지만, 새 책을 만져볼 기회가 적었던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표지에 내 이름을 곱게 쓰고, 표지도 책장도 살살 넘겨가며 계획표를 작성하고 굳이 실험을 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풀어가면서 마냥 행복해 했다. 그런 나를 보고 부모님께서는 과학에 흥미가 있는 아이인 줄 오해하셔서 5학년 여름 방학엔 과학 특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혜택을 주셨다. 4남매 키우기에 허리가 휘는 부모님에게는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고, 형제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일이었다. 나는 과학이라는 것에 큰 흥미는 없었지만, 신청자들 중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한 반에 2명만 갈 수 있다는 자부심에 여름 날 삐질삐질 땀을 흘려가며 다녔던 기억이 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소수의 인원으로 이루어진 과학 수업은 나에게 또 다른 과학을 만나게 해 주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그럼 난 왜 아직까지도 과학을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지, 가끔 의문을 갖게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재미와 호기심보다는 점수 올리기에 열을 올려야 하는 이론이 나를 과학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이유로 나를 대변해보려 한다.

이제 곧 나에게 현실로 과학을 부딪칠 날이 멀지 않았다. 말문이 트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 날만을 기다리게 하는 우리 아이가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에 대한 명쾌한 답을 요구해 올 때 더 이상 나는 뒤로 주춤거릴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현실이고, 나에게 행복과 함께 찾아올 두려움이다. 지금까지 나는 아이가 나무를 가리키면 '나무가 잘 자라고 있네. 날씨가 추운 겨울이 되니 나무가 몸속에 영양분을 꽁꽁 숨겨두고 겨우 내내 먹으려고 잎들을 모두 땅으로 내려 보냈네. 나뭇잎들은 눈과 비 맞으면서 땅으로 스며들어 내년에 예쁜 꽃을 피우도록 도와줄 거야.'하는 것이 내가 아는 과학 상식에서 대답해 줄 수 있는 전부이다. 지금은 이것으로도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켰을지는 모르지만, 점점 자라면서 내가 모르는, 엄마의 무지를 들통 내고 말 질문들 앞에서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 지 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빨간 표지로 나에게 온 『나만의 특별한 실험책』은 나와 아이가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식물, 공기, 온도, 달, 얼음, 생활 속의 자연 현상을 주제로 실험을 통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루어졌다는 것이 과학 앞에서만은 꼭 닫아두었던 나의 마음을 열어주기에 충분하였다. 습관처럼 해 오던 나의 행동들이 과학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것도 실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들게 하는 것들이 실험으로 탄생하여, 복잡하고 어렵다는 실험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시키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어른임에도 몰랐던 사실들을 아주 쉽게, 과학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나에게 힘을 실어주듯 쉽고 재미있게 실험을 통해 말해주고 있어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거리게 해 주었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 주위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들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킬 수 있겠구나' 하는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호기심으로 출발하여 실험하고 그 과정을 통해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눈으로 보여주는『나만의 특별한 실험책』은 어른이면서 한 아이의 엄마인 나에게 다가올 행복의 시간을 준비하는 고마움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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