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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양장) ㅣ I LOVE 그림책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평점 :
새 생명의 탄생만으로도 너무나 가슴 벅찰 때가 있었다. 배 안에서 쉴 새 없이 움직여 아빠 엄마의 정신을 쏘옥 빼놓는 녀석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마음에 예정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렐 때가 있었다. 태어나기만 나면, 내 가슴에 안기는 날이 오기만 하면, 항상 웃는 얼굴로 항상 행복한 얼굴로 맞아주는 엄마가 되어주기로, 그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기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그로부터 21개월. 지금의 나는 가장 쉽게 생각하고, 가장 잘 할 거라고 여겼던 부분에서 가장 고민하고 힘겨워하고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가 아닌, 내 입장 내 기분에 따라 아이가 와 주기를 바라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내 자신이 너무나 힘에 겨워 할 땐 짜증이란 쓸모없는 녀석이 나를 찾아와 손을 내민다. 분명 이게 아닌데, 이런 모습의 엄마는 내 생각 속에 존재하지 않았는데 하며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었음을 잘 안다. 동그란 눈을 뜨고 엄마를 빤히 쳐다보는 아이와의 눈 마주침이 내 생각을 그대로 반영이라도 해 주는 듯 얼굴은 화끈 달아오르고, 가슴엔 후회와 미안함으로 더욱 뜨거워짐을 느낀다.
밥이 먹기 싫으면 싫은 대로, 놀다가 깜빡하여 바지에 쉬를 하면 아직 때가 아니니까 그럴 수 있지 아이의 실수니까 하며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고, 엄마 품이 좋아 안아 달라 손 내밀면 폭 안아주면 되는 것을 그 때마다 토를 달고 아이에게 무언가 알려주려고 끊임없이 교육적인 말을 하는 너무나 미운 엄마, 나를 만난다.
너무나 적은 머리숱이라, 늘상 아들이라는 질문을 받는 우리 아기지만 작은 삔 하나에 앙증맞은 꼬마 숙녀가 되고, 동그란 눈이 사진기 앞에선 웃어야 한다는 나름의 센스로 콧잔등에 주름을 만들면서 눈이 안 보일 만큼 웃어주고, 얇은 입술로 하루 종일 쫑알쫑알 떠드는 소리가 반갑고, 아빠를 닮아 포동포동 길쭉한 손이 귀엽고, 엄마를 닮아 뒤꿈치가 뾰족한 발이 때로는 무기가 되어 내 다리를 짓누름에 소리 지르며 엉덩이를 위로 퐁 올려주면 재미있다고 웃음보가 터져 나오고, 겨우내 집안에서 뒹굴거렸다는 것을 말해주듯 작은북마냥 봉긋 올라온 배에선 톡톡 경쾌한 소리가 나고, 작고 야물딱지게 생긴 엉덩이는 엄마의 간질간질 장난감이 되어 사랑스러움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절로 느끼게 해 준다.
작은 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하나하나가 얼마나소중하고 사랑스러운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작고 예쁜 아가. 너무나 작고, 너무나 어설프지만 사랑스럽기만 한 아기, 그동안 얼마나 깊은 사랑을 받고 싶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곰인형을 우리 아이만큼이나 통통한 아이가 하늘 향해 두 팔을 내뻗어 곰인형을 서울 구경 시켜주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우리 아이의 얼굴에 이렇게 환하고 따스한 미소가 지어지도록 더 깊은 사랑과 더 행복한 미소를 많이 보여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리고 보이는 것만이 엄마 맘이 다가 아니라고, 가슴속엔 더 큰 사랑이 피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가 날마다 자라듯 엄마의 사랑도 날마다 더 깊고 따스하게 자라나 향기로운 열매로 피어나고 있다고 가슴에 꼭 안아주며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