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서툰 엄마 사랑이 고픈 아이 -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이보연이 전하는 아이 사랑의 기술
이보연 지음 / 아울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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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눈에 보이지 않죠? 하지만 신체 모든 감각을 통해 살아있음이 느껴지지요?
그것만으로도 이 아기는 엄마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임을 엄마에게 아빠에게 당당하게 전달하고 있는 거예요.”
출산을 두 달 앞두고 나간 임신출산교실에서 엄마가 되었다는 기쁨과 설렘만 가득했던 나에게 그 말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참 오랫동안 생각하게 하였다.

둘이서 시작된 가족의 울타리 속에 아이가 탄생하면 그 울타리 속에는 더 많은 이야기와 감정들이 오고간다. 곧 만나겠지 하는 기다림을 시작으로, 이렇게 요렇게 생긴 모습의 아이가 태어났으면 하는 기대와 바람을 꿈꾸며 열 달의 시간을 맞이한다. 막상 출산의 고통을 겪고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그 어떤 것보다 건강한 울음을 터뜨리며 세상에 나와 준 것만이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하고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을 만큼 가슴 벅차다.
그런데 이 마음은 정말 하루도 채 가지 않음에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느낄 수 있다.
건강하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쌍꺼풀이 있었더라면, 눈이 좀 더 컸더라면 하고 바라는 마음부터
나의 이런 점만은, 아빠의 이런 점만은 닮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따라 앞으로 무얼 가르치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오직 나만의 욕심과 잣대로 아이의 앞날을 결정짓고 있는 나를 보면서 얼마나 부질없고 어리석은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어떤 딸이었을까?
우리 엄마는 나에게 무엇을 바라며, 무엇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오셨을까?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엄마가 나에게 ‘공부 잘 해서 무엇이 되어라’라는 바람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엄마라고 왜 자식 넷을 키우면서 꿈이 없고 바람이 없었을까? 엄마는 소위 말하는 가방 끈이 긴 것도 아니고,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오직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생활이 전부였다.
간식을 나눠주면서도 큰 놈 작은 놈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였고,
벌을 설 때도 똑같은 크기의 화분을 두 손으로 받치는 것이었으며, 물려 입는 옷이 신물 난다고 작은 놈이 투정부리기 전에 새 운동화와 새 옷으로 그 마음을 미리 달래주는, 그 마음이 자식 넷을 사회에서 제 몫을 해 내며 남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였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크고 소중한지, 엄마가 자식을 위해 얼마나 애써 오셨는지 그 노고가 더욱 감사하게 느껴진다.

아들로 태어난 동생의 그늘에 가려져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끊임없이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엄마의 마음을 먼저 달래주려고 하는 철이 너무나 일찍 들어 어두운 아이. 미정이.
미정이가 상담실을 오게 된 것은 엄마 아빠의 뜻이 아닌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인한 억지걸음으로 시작되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기에 상담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아빠의 반대에 부딪히고, 엄마는 얘만 아니었으면 아무 문제없는 집인데, 미정이로 인해 문제 있는 집이 되었으며, 아빠와 시댁으로부터 눈치를 받아야 하기에 상담실을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불만인 엄마는 상담 선생님에게 그 어떤 소리라도 들을까봐 돌아서는 발걸음이 분주하고, 시선 마주치기 조차 부담스러워한다.
그것은 미정이에게서도 똑같이 보여지는 모습이다.
아빠에게 한없이 순종하며, 싸움조차 하면 안 되는 줄 알며 살아왔다는 엄마와 아들이란 이유로 어른들의 사랑부터 모든 걸 쥐고 흔드는 남동생에게 주눅 들어 누나로서 단 한번 큰 소리 내지 못한 미정이는
아주 행복한 모녀 사이가 될 수 있었는데도 어린 시절의 상처와 함께 바로 앞에 떨어진 불똥을 끄기에 급한 엄마의 마음으로 서로 바라볼 뿐 다가서지 않는 모녀 사이가 되어 있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표현하는 것조차 미숙하고 모양새 좋은 가족의 모습을 위해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기에 바쁘던 미정이네 가족에게 미정이와 엄마의 변화는 사람 냄새 나는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아주 행복한 결과라 하겠다.
엄마가 곁을 떠날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하는 마음에서 무조건적인 이해로 엄마의 작은 관심과 사랑을 기대하는 미정이의 진심을 알게 되었을 때 엄마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자신이 가졌던 상처가 고스란히 딸 미정이에게 전달되었으며, 그러면서도 엄마에 대한 사랑만은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참고 참고 또 참았다는 사실이 상처투성이 엄마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도려내고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엄마와 미정이는 서로를 가여워하는 마음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며,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정이의 상담치료 과정을 읽어내려 가면서, 미정이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지, 꼭꼭 감추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면서 한편으론 그 문제점을 혹시 내가 내 아이에게 하고 있는 행동이나 마음 때문에 일어나는 결과는 아닐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미정이가 무관심에서 반항으로, 호기심에서 마음 열기의 과정을 거쳐 가며 진정한 미정이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 어떤 순간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엄마와 아이 그리고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전해준다.
미정이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마지막으로 읽으며 베시시 짓게 된 미소와 희망으로 책장을 덮게 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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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 도깨비 이야기 보물창고 3
이상 지음, 신재명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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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감이 없었던 시대에 도깨비는 귀신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한 몫을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방망이 하나 들고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을 외치며 성실하게 사는 서민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뿔 달린 도깨비라는 말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가도 금세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도깨비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서른이 넘도록 장가를 못간 나무장수 돌쇠는 홀몸으로 제 배만 채우면 되었기에 궁해지면 그 때서야 나무를 해다 팔아 끼니를 챙기는 속편한 사내이다. 세상에 혼자인 돌쇠에게 전 재산을 털어 산 황소는 제 식구와도 같은 존재로 정을 쏟아 부으며 귀하게 여기었다. 장사가 너무나 잘 된 어느 날, 갑자기 쏟아 붓는 빗줄기에 지나가는 비를 피하다 어스름한 숲을 지나게 된다. 그 때 돌쇠와 황소의 앞을 가로막으며 나타난 도깨비 새끼는 마을 사냥개에게 꼬리를 물려 재주를 부리지 못할 뿐 아니라,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도와 줄 것을 부탁한다. 사람이 도깨비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까 싶지만, 도깨비는 황소의 배에서 두 달간 지내면서 몸을 추스르겠다고 한다. 대신에 황소가 10배만큼 힘이 세어져 지금보다 더 많은 나무를 지고 장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약속을 한다. 돌쇠의 자랑이자 전부인 황소의 배를 빌려주기로 한 것은 미물이지만 꼬리가 잘리고 추위에 떨고 있는 도깨비에 대한 안쓰러움과 형편이 어려운 이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조상의 마음을 그대로 그려낸다. 그 존재가 작든 크든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따스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도깨비의 약속대로 황소는 10배나 세어진 힘으로 끼니만 겨우 챙겨먹고 살았던 돌쇠를 부지런하고 생활에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약속한 두 달이 다 되어도 황소의 뱃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도깨비로 인해 황소는 괴로워하기 시작하고, 그 동안 황소의 뱃속에서 잘 쉬고 잘 먹은 도깨비는 살이 쪄 황소의 목으로 나올 수가 없어 괴로워하게 된다. 불러오는 배로 인해 숨쉬기조차 버거워하는 황소를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돌쇠에게 도깨비는 소가 하품을 하는 사이 빠져나오겠다고 하지만, 황소는 돌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품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돌쇠는, 배가 터져 죽을 불쌍한 황소와 외롭게 살아가야 할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나온다. 몇날 며칠을 황소 걱정에 지친 돌쇠가 하품을 하자, 돌쇠를 바라보던 황소가 따라 하품을 하게 되어 도깨비는 황소의 배를 빠져나오게 되고, 그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황소의 기운을 백배나 더 세게 해 준다. 다시 혼자가 될 거라는 슬픔에서 벗어난 돌쇠는 황소와 함께 더욱 부지런한 생활을 하며,  ‘도깨비 아니라 귀신이라도 불쌍하거든 살려 주어야 하는 법’이라는 말을 남기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도깨비를 살려주었다는 이유로 황소는 힘이 세어지고 돌쇠는 부지런해진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하나씩 내어주면서 살아가는 세상, 작가 이상은 우리에게 이것을 말해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가 서로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으로 서로 마음을 열어 내밀 수 있는 따스한 손길. 이것이 작가의 마음이며 우리가 다함께 살아가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하는 시간을 준 동화 한 편이었다. 편견보다는 열린 마음을,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내가 되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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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햄스터 이야기 보물창고 1
플로랑스 데마쥐르 지음, 이효숙 옮김, 베르나데트 퐁스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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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빈 엄마는 참 특이한 사람 같아."

난 단 한 번도 내 자신이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못한, 평범해도 너무나 평범하다고 생각해 온 소심한 못난이다. 그런 내가 아이를 연결 고리삼아 만나게 된 아이의 또래 엄마들과 육아에 대한 내 생각을 조금씩 열어 보이면 누구나 첫마디가 이렇다. 처음 들었을 땐, 몇날 며칠을 되씹어보며 고민했는데, 이젠 특이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난 단지 내 아기가 책을 친구 삼고, 세상의 바람을 책으로 막아낸 햄스터 샤를-엠마뉘엘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인데 이것이 특이한 사람이라면, 언제 들어도 반갑고 기쁜 나의 새로운 이름표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햄스터. 약육강식의 생존 법칙을 몸소 보여준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작고 앙증맞은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에 적잖이 실망해서 인지, 그리 좋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 동물 중 하나이다. 그 동안 고정관념처럼 박혀있던 내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싹 바뀔 수 있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책의 힘이 아닐까 한다. 

책방 동화책이 꽂힌 선반에 사는 햄스터 샤를-임마뉘엘은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책 속에 파묻혀 지내기만을 잘하는, 친구 하나 없는 왕따이다. 혼자 책을 보면서도 자랑이라도 하듯 “시간이 됐나요” “물음표!”를 외치는 샤를-임마뉘엘은 친구들에게 물음표로 불리며 놀림감의 대상이 되었다. 친구들의 놀림에도 끄떡하지 않았던 그를 책방에서 거리로 나오게 한 것은 바로 친구들의 무관심이고, 자신에게 단 하나의 친구도 없다는 사실이다. 현실을 직시한 물음표는 동화책을 수레에 끌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다. 넓은 들판 위에 책을 세우고 쌓아 물음표만의 궁전을 지어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재미있는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우스운 이야기에 푹 빠져 지내며 밖에서 풀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겹겹이 쌓아 올린 책으로 막아내며 행복한 책 속 여행을 떠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놀림의 대상일 뿐 친구로 생각해 주지 않았던 책방의 다른 햄스터들이 도움이 청하기 위해 물음표의 궁전을 찾아오면서, 물음표는 책과는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친구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만화책을 갉아먹고, 손톱 자국 내는 것으로 책을 대했던 햄스터들은 물음표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들어 글자를 익히고 책이 주는 즐거움에 삐지게 된다.


책으로 만들어져, 책으로 둘러싸인 물음표의 궁전.

책을 좋아하고 책을 친구처럼 다정하게 여길 줄 알며 자연을 닮아 베풀 줄 아는 사람의 모습이 내 아이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나에게 물음표의 궁전은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엄마 마음에 불을 지피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올해 들면서 시작한 아침 독서. 피곤한 아침을 책과 시작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일인데, 부스스한 모습으로 책을 가지고 오는 아이의 손을 다정하게 받아들이고, 책과 함께 아침을 여는 아이와 함께 행복의 궁전을 만들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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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양장) I LOVE 그림책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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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의 탄생만으로도 너무나 가슴 벅찰 때가 있었다. 배 안에서 쉴 새 없이 움직여 아빠 엄마의 정신을 쏘옥 빼놓는 녀석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마음에 예정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렐 때가 있었다. 태어나기만 나면, 내 가슴에 안기는 날이 오기만 하면, 항상 웃는 얼굴로 항상 행복한 얼굴로 맞아주는 엄마가 되어주기로, 그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기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그로부터 21개월. 지금의 나는 가장 쉽게 생각하고, 가장 잘 할 거라고 여겼던 부분에서 가장 고민하고 힘겨워하고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가 아닌, 내 입장 내 기분에 따라 아이가 와 주기를 바라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내 자신이 너무나 힘에 겨워 할 땐 짜증이란 쓸모없는 녀석이 나를 찾아와 손을 내민다. 분명 이게 아닌데, 이런 모습의 엄마는 내 생각 속에 존재하지 않았는데 하며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었음을 잘 안다. 동그란 눈을 뜨고 엄마를 빤히 쳐다보는 아이와의 눈 마주침이 내 생각을 그대로 반영이라도 해 주는 듯 얼굴은 화끈 달아오르고, 가슴엔 후회와 미안함으로 더욱 뜨거워짐을 느낀다. 

밥이 먹기 싫으면 싫은 대로, 놀다가 깜빡하여 바지에 쉬를 하면 아직 때가 아니니까 그럴 수 있지 아이의 실수니까 하며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고, 엄마 품이 좋아 안아 달라 손 내밀면 폭 안아주면 되는 것을 그 때마다 토를 달고 아이에게 무언가 알려주려고 끊임없이 교육적인 말을 하는 너무나 미운 엄마, 나를 만난다.


너무나 적은 머리숱이라, 늘상 아들이라는 질문을 받는 우리 아기지만 작은 삔 하나에 앙증맞은 꼬마 숙녀가 되고,  동그란 눈이 사진기 앞에선 웃어야 한다는 나름의 센스로 콧잔등에 주름을 만들면서 눈이 안 보일 만큼 웃어주고, 얇은 입술로 하루 종일 쫑알쫑알 떠드는 소리가 반갑고, 아빠를 닮아 포동포동 길쭉한 손이 귀엽고, 엄마를 닮아 뒤꿈치가 뾰족한 발이 때로는 무기가 되어 내 다리를 짓누름에 소리 지르며 엉덩이를 위로 퐁 올려주면 재미있다고 웃음보가 터져 나오고, 겨우내 집안에서 뒹굴거렸다는 것을 말해주듯 작은북마냥 봉긋 올라온 배에선 톡톡 경쾌한 소리가 나고, 작고 야물딱지게 생긴 엉덩이는 엄마의 간질간질 장난감이 되어 사랑스러움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절로 느끼게 해 준다. 

작은 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하나하나가 얼마나소중하고 사랑스러운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작고 예쁜 아가. 너무나 작고, 너무나 어설프지만 사랑스럽기만 한 아기, 그동안 얼마나 깊은 사랑을 받고 싶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곰인형을 우리 아이만큼이나 통통한 아이가 하늘 향해 두 팔을 내뻗어 곰인형을 서울 구경 시켜주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우리 아이의 얼굴에 이렇게 환하고 따스한 미소가 지어지도록 더 깊은 사랑과 더 행복한 미소를 많이 보여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리고 보이는 것만이 엄마 맘이 다가 아니라고, 가슴속엔 더 큰 사랑이 피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가 날마다 자라듯 엄마의 사랑도 날마다 더 깊고 따스하게 자라나 향기로운 열매로 피어나고 있다고 가슴에 꼭 안아주며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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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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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라는 제목을 본 순간 내가 읽어야, 읽어줘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책에 대한 나의 첫느낌이다. 출산을 앞두고 10여 년 동안의 사회생활을 접으며 전업주부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단지 횟수로 3년에 접어드는 나에게 완전한 내 편이 되어주는 책이라는 느낌에서 였다.


일을 원하고, 일을 하고자 하는 나에게 직장은 6개월이라는 꽤 긴 육아휴직을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해 왔다. 많은 선배맘들은 백일까지만 엄마가 키우고 그 이후엔 조부모나 보모 또는 보육시설에 맡겨도 큰 지장이 없으니 직장에 나오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다른 동료들보다 3개월이나 더 주는 육아 휴직을 포기하지 말라고, 가정에서 다시 사회로 나오기는 쉽지 않는 일이라는 말로 나에게 많은 갈등을 안겨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나의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에 이르렀다.

그 때, 아빠라는 존재에 행복을 느끼며 출산의 그 날만을 기다리는 신랑은 나의 갈등을 완전히 해소시키는 고백을 해 왔다. 신랑을 출산하면서 건강을 잃으신 어머님은 어린 신랑을 데리고 병원을 다니시느라 아이의 투정을 받아줄 여력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투정을 받아주며 사랑을 베풀어주시기에 본인의 몸이 따라주지 않으셨다. 엄마의 사랑에 항상 목말라 있었다는 신랑은, 내 아이에게만은 엄마의 손으로, 엄마의 따스한 가슴을 느끼며 자라게 해 주고 싶다고 나에게 아이를 길러줄 것을 간곡히 부탁해 왔다.

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만큼 아이의 탄생을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었기에 내 일을 과감하게 접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러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육아가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전업주부들이 갖는 갈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정의 재정을 책임진다는 명목으로 육아에 소홀히 하는 아빠와 끊임없이 엄마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아이 사이에서 때로는 지치고,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 3년의 시간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나이고, 현실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말귀를 알아듣고, 배변 훈련도 되어 있으며, 22개월 정도 되었으니, 어린이집을 포함한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다시 내 일을 시작해 볼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때마다 포기하는 것은 아빠가 아닌 엄마인 내 자신이다. 엄마인 내 품에서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깊은 잠에 빠진 이 아이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 팔은 내 아이를 안았지만 눈은 다른 아이를 바라보는 이에게 맡긴다는 것이 아직 내 마음속에서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나 싫은 일이다. 나의 이 소중한 아이를 누군가 시간 때우기 식으로, 월급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만지고 애정을 쏟는 척 하는 것에 아직은 나의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이런 나의 마음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나의 우려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과 허전함, 그리고 불안감을 안겨주는지 실험을 통한 연구로 발표된 사례를 보여주기에, 지금 내 품에 안겨있는 내 아이를 3살까지 또는 좀 더 긴 시간을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 엄마와 아이 그리고 아빠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나의 생각에 행복한 육아로 새로운 시작을 하도록 든든한 응원가를 들려준다.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이대로 있다가는 전업주부로, 아줌마로 눌러앉게 될까 두렵고, 언젠가 부딪혀야 하는 사화에 적응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운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라 하더라도 내가 원하고,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배변 훈련 중 실수로 바지에 쉬를 한 아이에게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환하게 웃으면서 바지를 갈아입히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난 행복하게 내 아이를 안아주고 눈을 마주치며 오랜 시간 함께 하련다고 마음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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