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 없을 때 뭘 할까? (양면북) - 아이는 나 없을 때 뭘 할까?
이민경 지음, 강산 그림 / 행복한상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그림책이 참 좋아요.

그림이 있어서 좋고, 상상하는 것들이 내 마음 속에서 나와 나만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 같은 황홀감을 느끼게 해 주어 내 마음을 그대로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해 주어서 참 좋아요.


수완이와 엄마는 오늘도 짧은 이별을 맞이합니다.

수완이는 어린이 집으로, 엄마는 직장으로 말이에요.

엄마가 화장을 하고 예뻐지는 동안 수완이는 곧 있을 엄마와의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옴을 알기에 엄마 모습이 예뻐 보이기만 한 건 아니에요.

어린이 집 앞에서의 이별은 만남을 약속하지만, 수완이는 엄마가 어디에서 무엇을 할 지 궁금하여 불안하고, 엄마는 수완이가 엄마와 떨어져 잘 지낼까 걱정스럽지요.


수완이는 율동 시간에도, 선생님과 동화책 읽기 시간에도 만들기 시간에도 엄마는 나와 떨어져 무엇을 할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느라 집중을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점심시간이 되고, 놀이 시간이 되고, 낮잠 시간이 되면서는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불안하기 보다는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은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해요.

이제 곧 엄마와 만날 시간이 다가오네요.

가슴이 콩닥콩닥 두근두근 언제쯤이면 화장하고 뾰족 구두를 신은 엄마가 내 눈 앞에 나타날까요?


엄마는 출근하기 위해 오른 버스에서부터 수완이가 그리워요.

지갑에 넣어둔 수완이의 모습을 보며 엄마와 떨어져 있는 오늘 하루 잘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슴에 새기지요.

회의 시간에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엄마는 수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지, 개구진 모습으로 친구와 선생님의 미움을 사지는 않는지 걱정스럽고 불안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수완이를 믿어요. 수완이는 엄마의 귀한 보물이며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여 맺은 소중한 열매이니까요.

엄마는 수완이가 낮잠을 자다가 무서운 꿈을 꾸어 울지는 않을까 걱정돼요.

집이라면 가슴에 폭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면 금세 새근새근 잠이 들 텐데….

‘수완아, 걱정마. 엄마가 수완이를 지켜줄게.’하고 수완이에게 텔레파시를 보내지요.

드디어 퇴근시간이 되었네요.

엄마는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어린이집으로 향하지요. 수완이가 기다리는 곳으로요.


어디선가 솔솔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

마음으로만 보이는 종이꽃 향기 말이에요.

수완이가 엄마에게 주려고 만든 종이꽃에서 말이에요.

수완이와 엄마의 포옹은 설렘이자 기다림이며, 하루를 그리워한 두 사람의 표현입니다.

내 아가 빈이가 태어나기 두 달 전만 해도 ‘백일 지나면, 돌 지나면 다시 내 자리에서 나의 모습을 찾아야지’하고 마음속으로 말했었지요.

막상 빈이가 태어나고 백일이 지나고 돌이 지나도 전 여전히 아기 옆을 지키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빈이의 옆이 내 자리가 되었고, 나에게 빈이는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지요.

빈이가 자라서 수완이 정도의 나이가 되면,

빈이의 옆 자리는 친구들을 시작으로 작은 사회로 채워져 가겠지요.

사회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수완이와 엄마의 모습에서 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불안함과 걱정, 기다림의 감정들이 표정과 생각 속에서 살포시 가슴을 적셔옵니다.


사랑은 이렇게 살며시 다가와 마음에 내려앉는 홀씨 같은 거 아닐까요?

홀씨가 땅을 만나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내듯

우리의 가슴 속에 담긴 정성과 그리움이 우리 아이의 마음을 잔잔하게 키워내니까 말이에요.

함께 하지 않아도 함께 하는 수완이와 엄마의 사랑.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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