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자꾸 시계가 많아지네 I LOVE 그림책
팻 허친스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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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은 7시 30분이네.”
“정말? 엄마, 밥상 들여가요. 저녁이 너무 늦었어요.”
누나의 시계 공부를 어깨 너머로 배우고는 시계만 보이면 “지금 시간은…'하는 새해 들어 일곱 살이 된 조카의 말에 엄마인 언니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왜 이렇게 집에 오면 시간이 빨리 가는 거야? 우리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올 설 연휴가 너무 짧아 지방으로 성묘를 가야 하는 우리 집을 염려하여 설 전날 미리 친정집에 모여 저녁을 먹기로 하여,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부랴부랴 넘어간 터라, 저녁을 먹고 넘어와야 한다는 것에 나는 아쉬움을 토해 냈다. 
웃음꽃과 이야기꽃이 피고 지고를 몇 번 한 끝에 밥상을 물리고, 다과상까지 다 물리고 나서 다시 들려온 소리.

“지금 시간은 1시 35분이네.”
“뭐? 1시?”
언니가 조카의 소리에 벽시계를 보고는,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이 쏙 날만큼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제야 우리는 시계를 보았고, 조카의 시간 계산에 모두들 깜빡 속은 것을 알았다.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의 뒤바뀜으로 7시 5분을 1시 35분으로 읽은 조카. 모두의 손과 입을 바쁘게 만든 조금 전의 7시 30분은 5시 35분이었던 것이다.

시계 바늘의 움직임에 대해 마냥 신기해하며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조카와 다락방에서 시계 하나를 발견하고는 신기한 마음에 시간을 확인하는 히긴스 아저씨.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그리고 조카의 시간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서두른 가족 모두와 히긴스 아저씨의 의문에 의아해하면서 직접 확인하러 길을 나선 시계방 주인, 한 치도 틀리지 않다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다.
이 방 저 방 다니며 시간을 읊어주는데 재미를 느낀 조카와는 달리 히긴스 아저씨는 다락방에서 침실로, 침실에서 부엌으로, 부엌에서 거실로 다니면서 시간을 확인하며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분주하게 움직인 통에 단순히 시간을 읽으며 스스로 만족하는, 시계 보는 재미를 놓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기도 하였다.

다락방에서 발견한 시계를 깨끗하게 닦는 히긴스 아저씨의 모습에서 시계가 단순히 시계가 아닌 바늘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너무나 행복해 하는 조카의 천진스러움이 그대로 느껴지고, 시계가 잘 맞을까 하는 의문으로 생각에 잠긴 모습은 바늘의 숫자를 보며 시간을 읽어내기 위해 골똘히 생각하는 조카의 진지함이 묻어나 히긴스 아저씨를 만나는 동안 내내, 어른들을 깜빡 속인 후에 무언가 잘못되었구나 싶은지 방으로 쏘옥 들어가 모습을 감추는 조카의 뒷모습이 떠올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다락방에서 처음 발견된 시계. 그 시계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시계를 사 오는 길에 그려진 4층집. 4층의 다락방. 3층의 침실, 2층의 부엌, 1층의 거실이 차례대로 내부를 열어 보이면서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의 모양과 색이 다르고, 허둥지둥 방을 오르내리면서 보이는, 시계가 놓인 자리와 집안의 가구를 가까이에서 보듯 보여 또 다른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올 때마다 1분 또는 2분의 시간 차이가 있다는 것은, 어느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 시계를 배우는 아이뿐만 아니라, 시간을 중요치 않게 생각하며 흘려보내는 많은 어른들에게 참 좋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계방 주인에게서 마지막으로 산 시계를 옷에 달고 다니면서 시간을 확인하는 히긴스 아저씨와 환하게 열린 집 안으로 보이는 시계의 시간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시계를 처음 배우고,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에 의문을 갖는 많은 아이들에게, 시간은 어디에 있건, 누구와 있건, 무엇을 하고 있건 누구에게나 항상 똑같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어, 말보다 더 강한 효과를 보인다.

우리 아이에게 시계는 새로운 물건이고, 엄마가 두 손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입으로 똑딱똑딱 소리를 내며, 한 시!에 손바닥을 한 번 부딪히는 재미있는 놀이일 뿐인데, 그 물건이 똑딱똑딱 소리를 내며 바늘이 움직인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가 되면,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로 히긴스 아저씨를 만나게 될까 벌써부터 그 때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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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진사랑 2007-08-2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학진사랑입니다..^^ 반가워요....어머 서재 보니까 여행가고 싶어지네요..ㅎㅎ 전 꾸밀줄 몰라서 그냥 리뷰만 올린답니다..잘 지내시죠...ㅋ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날이 더워서 힘이 쫙 빠지는 계절인지라........아프지 마시고..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