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 - 늘 바쁜 아빠가 가슴으로 쓰는 편지
윌리엄 란드 리빙스턴 원작, 코하세 코헤이 글, 후쿠다 이와오 그림, 이홍렬 옮김 / 깊은책속옹달샘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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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딸을 가진 초보엄마입니다. 책 제목에서 말하는 아들은 없지만, 아들과 딸에게 공평하게 불리우는 이름 아빠. 2004년 초가을 예비 아빠의 대열에 선 신랑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아이없이 단둘이 살자던 그가 두 돌을 바라보는 아이와 지내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만약 우리에게 딸이 없었더라면, 저 사람이 지금의 이 행복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딸의 사소한 손짓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딸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한글자 한글자 읽어내려가다 저도 모르게 울컥하고는 가슴이 메어지게 아려옴을 느낍니다. 배변 훈련이 힘든 과정인 줄 짐작하면서도 실수로 쉬를 하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밥 안 먹겠다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럼 먹지 마. 그 대신 간식으로 우유 안 줄거야.'하고 엄포를 놓기 일쑤이고, 외출할 때마다 옷 안 입겠다고 도망가는 딸 아이에게 엄마 혼자 나가겠다고 겁을 주는, 5초만 생각하면 하지 않을 말 실수를 이렇게 매일 하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일까요?

엄마가 좋아서, 책이 좋아서 엄마 무릎에 폭 안겨 있는 이 아이가 바로 내 딸이고, 아직은 너무나 작고 어린데, 난 이 아이에게 내 방식대로 하려고 많은 것을 요구해 왔다는 것을 정말 몰랐습니다. 아니 알았지만 내 성질이 못 이겨 닥달하고 보챘습니다.  이렇게 작고 어린 아이일 줄은. 목이 메어 책장이 안 넘겨지더니, 아이의 머리 위로 눈물이…

놀란 딸 아이가 고개를 휙 돌려 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작은 손으로 얼굴을 매만지는 이 작은 아이, 나의 소중한 공주님을 가슴에 꼭 안았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잊지 말자. 내 아이는 아직 작고 어리다는 것을. 그리고 내 아이도 나와 같은, 나보다 더 멋진 미래를 꿈꿀 인격체임을.'

아이가 나에게 찾아왔을 때의 당혹함과 설렘. 아이가 처음으로 발길질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을 때의 놀라움. 아이가 세상으로 나와 꼬물꼬물 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의 행복. 그 순간들을 너무나 쉽게 잊은 건 아니었을까요? 아이가 짧은 시간동안 나와 가족에게 준 기쁨과 행복을 따지자면 내가 살아온 30년이라는 세월보다 많은 것을 나는 왜 이렇게 쉽게 잊고 있었던걸까요? 잊지 말아야 했는데, 부모의 욕심은 끝도 없다더니 더 많은 행복과 기쁨을 욕심내고 있기에 정작 소중하게 여겨야 했던 참된 행복마저 놓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난 딸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었던 시간들을 반성하면서 또 다시 욕심을 가져봅니다.

정리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신나게 노는 아이로 자랐으면,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퇴근하는 엄마 아빠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 앞에 자신있게 엄마 아빠를 소개하는, 엄마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옷이 엉망이 되고, 운동화가 쉽게 닳더라도 자연과 친구가 되어 즐길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아빠 엄마의 꾸지람 속에서도 마음을 표현하여 아빠 엄마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줄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고 말입니다.

아빠의 야단으로 얼룩진 하루였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아빠를 품에 안아줄 만큼의 사랑이 깊은, 책 속의 아들을 만나면서, 아빠의 반성과 눈물 속에 담긴 사랑이 아들의 마음에 충분히 닿았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마음이 한시름 놓입니다.

반성하고 후회하는 여러 날들 앞에 곧바로 생겨나는 욕심의 무게에 짓눌리는 엄마보다는 사랑으로 그 욕심을 뛰어넘을 수 있는, 표현에 인색하지 않는 엄마가 그리고 아빠가 되어보려 노력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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