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아이 성격 부모가 만든다
노혜진 지음 / 무한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2005년 5월. 많은 이들의 축복의 눈물과 함께 세상에 첫 발을 내딛은 아이가 건강하다는  소리 못지않게 반가운 소리가 또 하나 있었다. “엄마 아기 O형이네요.” 하는 간호사의 말에 “정말요?” 나는 재차 확인한 후에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소심하기로 유명한 혈액형, A형을 가진 나와 신랑. 연애할 때도 부부로 살아가는 지금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마음속에 꾹 담고서 스스로 괴로움을 자처하는 편이라 혈액형만이라도 조금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명랑하고 쾌활하다는, 혈액형별로 나뉜 성격이 100% 맞지 않다하더라도 O형이라는 소리에 출산의 고통을 잊을 만큼 기쁘고 행복했다.


아이가 뱃속에 있는 10개월 동안, 난 정말 큰 욕심과 많은 바람을 가진 엄마였다. 나와는 좀 다른 삶을 살았으면, 무언가 한 가지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면, 키가 좀 컸으면 등 사소한 것부터 미래의 모습까지도 상상하고 바람대로 태어나 주기를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고, 아이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면서 간절하리만큼 바라던 욕심은 자연스레 사라져 자취를 감추었다.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해맑게 웃는 아이의 미소를 보면서, 눈을 마주치며 편안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그 눈을 보면서, 욕심내고 기대했던 그 마음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건강하게 태어나 이렇게 평온한 표정을 지어주는 아기에게 그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난 내 아이에게 크고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책을 가까이 하면서 힘겨운 이의 그늘이 되어주고, 당당하게 해를 향해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는 자연을 닮은 아이로 자라날 수 있도록 곁에서 자연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내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졌다.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이가 하는 만큼에 행복하고, 배우는 만큼에 기쁨을 느끼면 된다는 것을, 그것이 엄마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을 요즘 하나씩 배우고 느껴가고 있다.


나는 때때로 엄마가 아닌 인간이 되어 있다. 엄마로 아이를 대하면 즐겁고 행복하고 아이의 작은 손짓 몸짓하나에도 넘어갈 듯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엄마의 자리를 잠시 잊고 본연의 내가 되면, 아이의 작은 실수에 불같이 화를 내고, 엄마가 하려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는 아이에게 자꾸만 무얼 하라고, 하지 말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 낯설지만, 이것이 진짜일지도 모르는 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나의 지침에 이끌려 사소한 문제로 큰 소리를 내며 부부 싸움이라는 것을 하여 아이가 엄마 아빠를 향해 불안한 시선을 던지는 것을 보고,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애 앞에서만큼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집을 찾아온 손님과 자리에 있지 않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확대해석하여 입에 올리기도 하고, 아이의 이유 있는 울음을 모른 척하면서 내 요구만을 강요하기도 하였다.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행동들이 나의 아이에게 얼마나 큰 불안감과 불신을 안겨주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오늘 아이의 웃음을 보았다. 들었다. 그리고 느꼈다.

엄마의 작은 몸짓에도 넘어갈 듯 웃으며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면서, 엄마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작듯, 아이 또한 엄마에게 바라는 것은 정말 작은 것인데, 그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나를 먼저 내세우고, 나를 중심으로 놓고 아이를 끌어당기려고만 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의 성격, 바로 엄마의 관심이고 아빠의 후원이 박자 맞추어 갔을 때 이루어지는 하나의 개성 넘치는 완성품이 아닐까 한다.

정답이 없는 아이의 성격을 내가 원하는 틀에 끼여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만들어가는 성격에 엄마 아빠의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이 더해져 좀 더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가슴을 채워 주는 것이 책이 말하는 1등 성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내 아이는 내가 아니다. 그리고 나의 바람은 바람일 뿐이지 아이의 꿈이고 목표일 수 없다.

다만, 책을 좋아하고 자연을 닮은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만큼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의 웃음이 오래도록 입가에서, 마음에서 떠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 엄마와 아빠의 몫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이제 책이 되고, 자연이 되어 갈 것이다.

아이가 언제든 나를 바라보며 닮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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