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 - 인생의 역경을 돌파하는 3천 년 역사의 지혜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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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면서 막연하게 언젠가는 꼭 읽어 보리라

마음 먹었던 책 중의 하나로,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마음 먹었는데, 나에게 좋은 기회가 생겨 도전하게 되었다.

내가 만나게 될 사마천의 《사기》는,

역사 평론가 한정주님의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이다.




『사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

무려 2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사기』가 '위대한 책'으로 널리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이 책이 인간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깊은 애정에서 우러나온 최고의 인간학 교과서이기 때문입니다. 11쪽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은,

여섯 테마로 나누어 시대와 인물, 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고 체득하면 좋을 지혜를 담고 있다.

1부,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역사의 절대 법칙

항우와 유방이 함께 했던 시간들을 통해 그들이 가진 능력과 그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 자신이 가진 적은 능력일지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공의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음을 알려 준다. 겸손함 속에 지니고 있는 통찰력과 판단력 또한 능력이자 성공한 리더의 힘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누구에게는 좀 더 빨리 찾아오고 누구에는 좀 더 늦게 올 뿐, 기회가 전혀 찾아오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사실을 인지하고 상황을 판단해 최적의 결단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는 바로 이런 결단력에 크게 좌우됩니다.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 62쪽

2부, 창업의 전력과 수성의 전략

진시황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판단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충신과 간신들을 가려내는 분별력과 자기 통제력이 뛰어나 중국사 최초로 통일 제국을 이룬 역사적 인물이다. 반면 잔인한 폭군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진시황은 통일 대업을 이루기까지는 '니콜로 마카이벨리'의 《군주론》에서 군주는,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교활함'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는 말에 합당한 인물이지만, 통일 대업을 이룬 후위 진시황은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인다. 권력을 거머쥔 이의 욕망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창업이 성공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면, 수성은 그 성공을 잃어버리지 않고 단단히 지키는 일입니다. 부차는 방심으로 인해 자신이 거둔 성공을 오래 유지할 수 없었고, 구천은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때를 기다림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 144쪽

창업과 수성, 성공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과정이다. 성공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창업과 성공의 길을 걷기 위한 수성, 창업과 수성이 처음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함과 기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그리고 결단력, 그 어느 것도 느슨해지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리더의 능력이자 우리에게 좌절은 결코 쉽게 갖는 마음이 아님을 전한다.

3부, 싸우지 않고 적을 물리치는 필습의 비법

누구에게나 흥미를 당기는 이야기 바로 전쟁 이야기이다. 수천 년 전에 이루어진 전쟁을 통해 우리는 무엇이 승리로 이끌었으면, 무엇 때문에 패배를 맞아야만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적에 대해 바르게 아는 것이 승리로 이끈 첫째 열쇠이고, 목표를 다함께 공유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신뢰도와 공통과제에 대한 책임감을 성장시켜 승리나는 성과를 낼 수 있다.

4장, 최고의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4장은, 독자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리더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고,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는 기회를 안긴다.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서로가 쌓은 벽을 허물고, 규율과 자율이라는 기준 선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이해하고 타협하는 가운데 리더는 인정받을 것이며, 모두에게는 공동의 과제를 이끌어내는 쾌거를 느낄 수 있다.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 에서는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할 때는 힘과 이익, 인과 덕을 모두 활용했을 때라고 말하다.

5장, 휘둘리지 않고 부를 다스리는 법

부를 누릴 수 있는 자의 지혜가 담긴 부분이다. 단순하게 장사를 잘하고 사업을 번창하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 사회의 흐름과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이 중요함을 말한다. 이는 꼭 부를 위한 것이기 보다는 인간의 마음을 얻고, 그 마음이 밑천이 되어 부와 더불어 사람과의 관계까지 풍요로워짐을 이른다.

정치와 군사와 상업은 모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것을 얻어야 그 뜻을 이룰 수 있습니다. 중략. 시세, 그거니까 현실의 흐름과 변화의 추이를 살필 줄 알면 거기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하늘의 이치란 곧 만물이 때에 따라 변하고 유동한다는 것인데, 그 흐름을 좇아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성공을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재물은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하기도 하지만, 그 재물을 모으는 과정만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으면, 역설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재공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는 것이지요. 이는 바꿔 말하면, 부를 모을 수 있는 기회마저 닫힌 사회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길이 아예 사라진 사회라는 것을 뜻합니다.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 224, 228, 242쪽

6장, 권력을 가질 때 주의해야 할 것들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의 마지막 장에서는 사람이 바른 길을 걷기 위한 마음가짐과 기피해야 하는 행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권력을 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우리는 누구나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며, 때로는 수직 관계에 놓여 사람의 행패에 사람이 죽어나는 '갑질'의 세상과 만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돌아돌아가도 그 사람을 만나게 되어 있으며, 그 사람이 아니라면 더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관계의 직면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방법들을 담은 6장은 사람으로 힘들어질 때, 권력에 눌려 나를 잃어갈 때 한 번씩 열어보면 참 좋을 것 같다.

지나친 의심만큼이나 지나친 믿음도 경계하는 것이 인간관계에서는 필요한 덕목이라고 하겠습니다.

오직 좋아하는 마음에 따라 사람을 가까이하고, 싫어하는 마음에 따라 사람을 멀리한다면 그 사람의 주변에는 어떤 이들이 있겠습니까? 교활한 아첨꾼뿐입니다.

신뢰를 받을 때 의심을 살 것을 고려하고, 사랑을 받을 때, 미움을 받게 될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신뢰와 사랑을 맹신하지 않으면 보다 신중하게 행동하게 되고, 혹시나 사항이 변해 의심과 미움을 받게 되더라도 큰 화를 입게 되는 일은 피할 수 있습니다.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 272, 274, 279쪽

읽기 전부터 내내 궁금했던 사마천의 《사기》를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 을 통해 읽게 되었다. 중국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는, 중국의 시대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그 시대에 놓인 상황과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이 보인 행동과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에 집중하였다. 인물의 이름과 상황을 정확히 기억해서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을 만큼은 아니지만, 한 사람으로 태어나 어떤 꿈을 꾸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안겨주는 것 같다.

사마천의 《사기》를 두고 "최고의 인간학 교과서"라고 불리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난 그 동안 읽고 싶었던 책인 만큼 꿋꿋하게 읽어나갔지만, 처음부터 끝까지라는 부담을 내려놓고 내가 읽고 싶은 부분을 들춰가면서 찾아 읽어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나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 역사 인물 속에서 그 답을 찾아낸다면 그 보다 더 큰 가르침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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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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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의 사전 평가단으로 읽게 된 소설 『고통에 관하여』은, 그 동안 내가 읽었던 책과는 사뭇 다르다.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려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 마치 탱탱볼 같았다. 내가 던진 방향과 다르게 튕겨 나가는가 싶다가도 주저앉는 순간까지도 튕김을 유지하려는 애씀이 딱 이 소설같다. 독자가 짐작하는 순간부터 방향이 순식간에 틀어지는가 하면 이제 결말이 났을까 싶을 때 또 다른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책과 함께 온 엽서에는 『고통에 관하여』 작가 정보라님이 책을 쓰면서 들었던 음악과 본 다큐멘터리가 적혀 있었다.

떠오른 영감을 뒷받쳐 줄 노래를 듣고, 영화를 보는 작가의 행위는 정직하고 깊이감이 느껴진다.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들어보고, 감상했다면 책을 읽는 나의 행위가 더불어 깊이있게 읽혀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보라작가의 선택을 받은 곡

Hard Time Come Again No More ;힘든 시간이에 다시 오지 말라

정보라작가의 선택을 받은 영상

넷플릭스 How to Fix a Drug Scandal ; 마약의 후폭풍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Heroin ; 약물 중독과 싸우는 여성들의 다큐멘터리


책 속 인물의 이름이 모두 외자로, 인물의 이름을 외우기가가 쉽지 않았다.

'륜·순·경·현·효·태·한·홍·욱·민·안·엽' 친절하게 12명의 인물 관계와 특징이 책이 시작되기 전 쓰여 있어 정말 다행이다.

책장이 넘어가는 만큼 앞으로 넘겨보는 수고가 늘었지만, 인물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도어 친절한 작가님이란 애칭을 지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야기는 12년 전의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시작된다.

경의 오빠 효는 공식적으로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하지만, 경은 인정하지 않는다. 수사로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숨겨져 있다고 믿는다. 그의 부모님들은 신약개발 연구에 효와 경을을 실험대상으로 이용한다. 고통이 따르고 위험한 상황에 놓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부모님은 찾아오는 고통조차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효는 부모님의 생체 실험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이야기의 중심에는 "교단"과 "신약 NSTTA-14"가 있다.

교단은 신도들을 대상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것을 삶의 의미이며,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교단을 향한 충성이라고 세뇌시킨다.

인간이라면 해야 하는 것, 삶의 의미를 위해선 고통정도는 참아야 하는 것으로, 고통에 고통을 더하는 투약으로 많은 이들을 수렁에 빠뜨린다.



대체 '구원'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자신이 이겨내질 못한 고통을 참아내면서까지 찾고자 하는 '구원'이란 무엇일까?

다들 무엇으로부터 구원받고 싶었던 것일까?

『고통에 관하여』는 '고통'이라는 신체적 학대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생각한 고통은 바로 이기심이다.

더 나은 곳으로의 진출,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 결코 지고 싶지 않은 탐욕,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도 놓칠 수 없는 이기심과 허황된 욕심이 스스로를 불행에 빠뜨리게 만든 것이다.

교단의 세뇌는 인간의 욕망을 거품처럼 부풀렸고

교단의 구원은 고통 끝에 찾아오는 목표이자 이상이었다.

교단은 인간이 견뎌낼 고통과 얻고자 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서라면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졌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정보라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난 나에게 『고통에 관하여』는 매우 충격적이었고,

다양한 인물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사랑을 찾아가는 방식 또한 기존의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신선도 100%이다.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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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허남설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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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5살에 서울에 입성했다. 그 후 14년을 살았지만 난 생활 반경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일명 핫플레이스라고 하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발품조차 팔지 않았으니 서울에는 살지만 서울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는 14년지기 서울사람이었다. 대한민국의 중심지 '서울' 앞에 '못생긴'이라는 낱말을 과감히 붙인 작가의 시각이 매우 궁금하다. 건축학을 전공한 작가가 신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눈으로 보고 경험한 서울의 모습들과 변화로 인해 생겨나는 변화를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낸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를 통해 빛에 가려진 서울의 또다른 모습을 본다.






결혼하고 첫번째로 계약한 아파트는, 프리미엄을 주고 들어간 재개발된 조합원 아파트였다. 입주를 하고 난 뒤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공사가 몇번 멈춰서 시청에 가서 시위도 했었고, 삶의 공간을 잃게 된 원주민들의 아파트 조성 반대 시위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재개발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원래 있었던 지역을 좀 더 나은 환경으로 변화되는 개발이 아닌, 관계된된 누구도 손해보지 않기 위한, 이윤 챙기기에 앞서다보니 정작 그 땅에서 삶을 누렸던 이들에게는 기회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것은 돈이 있는 누군가가를를 위해 개발을 한다는 이유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재개발로 한 몫 잡아보겠다는 야심찬 이들이 넘쳐나며, 그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물러나야 하는 이들이 함께 공생하고 있다.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재개발 아파트에 프리미엄을 주고 입주해서 살고 있지만, 떠밀려 나간 분들을 생각하면 그리 현명한 재테크라고는 할 수 없다.


책을 펼치면서 만나게 된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백사마을" 이야기를 읽으면서 앞으로 변화된 마을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서울의 한 켠에 자리잡게 될까, 재개발의 이익과 더불어 백사마을의 지형과 골목, 집터를 남겨두는, 그 곳을 지켜왔던 수많은 이들의 삶의 숨결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감동스러웠다. 부디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로 재개발 되어 삶을 그대로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항상 빛으로 포장되지 않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 또한 항상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할 수 없다. 세월이 흘러 사람에게도 변화가 찾아오듯 마을도 나이가 들면서 훼손되기도 하고 보수되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삶의 공간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그러나 그 공간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함께 한 시간만큼 정이 쌓이고 서로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며 이것들을 토대로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이자 마을 지킴이가 되어 공간에 대한 책임감으로 물들어간다. 이것이 바로 이웃이고, 공동체이며,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나설 수 있는 용기와 책임을 부여받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해 보이는 '간섭'이 어느 순간에는, 어느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관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관심이 체계적으로 잘 조직되면 공동체를 지키는 '사회안전망'으로 발전합니다.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121쪽





마을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이 공간 속에도 역사는 존재한다. 마치 멈춰진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지만, 마을을 이루는 구성원이 나이들면서 그 뒤를 잇는 자녀들이 성장하고, 노후되는 집들은 스스로 고쳐가면서 변화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변화가 못생긴 민낯을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도심 중심가에서 떨어진 공간일수록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미비한 발전을 가져올 뿐 아니라 마치 후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안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은누군가에게는 삶의 주름살이 되어줄 수 있고, 가족의 역사 현장이 될 수도 있으며, 힘든 삶을 위로받는 유일한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한다.


누군가 보기에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못생긴 구도심과 산동네의 풍경, 거기에는 그 나름의 복잡한 맥락이 존재합니다. 공공의 책무는 그 맥락을 최대한 존중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법을 설계하는 것이지, 앞장서 맥락을 무시하고 파괴하라고 선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시는 백지가 아닙니다.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201쪽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를 통해 이름조차 낯선 서울의 또 하나의 공간을 만나게 되었고, 상권이 죽어 공간도 사람도 고통받는 마을을 만나는 순간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마을마다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땅값, 집값, 상권 조성이 아닌 그 마을을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가 있고, 우리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공동체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비록 못나고 상처투성이로 도시와는 거리감이 있는 외관을 가졌다 해도 그 속에 살아숨쉬는 역사마저 외면하지는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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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색깔들 I LOVE 그림책
조 위테크 지음, 크리스틴 루세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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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그림책 한 권이 선물처럼 나에게 왔다.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빨간 리본에 단발머리를 한,

상큼한 미소를 지닌 소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소녀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에서

엄마 미소가 터지고 만다.

마음


색깔들

조 위테크 글 / 크리스틴 루세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책을 받은 순간, 예쁨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만든,

마음을 담은 하트의 크기가 점차 줄어들면서

크기마다 다른 색의 하트가 겹겹이 쌓인 모양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크기가 작아지는 하트

하트는 어떤 마음을 담고 있을까, 기대감을 안고 책장을 넘기게 되는

재미있고 사랑스럽고

미소를 지을 수 없게 만든 그림책

『내 마음색깔들






『내 마음색깔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상황에 따라 나오는 다양한 마음과

때로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한 번은 그 마음으로 세상과 마주 서야 할 때ㅣ를 전하는,

짧은 글과 그에 맞는 그림으로

그 마음이 무엇인지

그 마음이 가진 고유의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상과 마주 설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그 속에 담긴 기쁨 조각, 눈물방울, 조마조마한 떨림,

그리고 즐거운 노래 몇 마디까지

기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마음을 담은

『내 마음색깔들』을 통해

내 기분은 지금 어떤 색인지,

내 기분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면 참 좋겠다.





기분이란 것은, 경험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고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자기 기분을 바르게 알고 다스릴 줄 안다면

기분에 휩싸여 실수하는 일도

타인의 마음에 상처 입히는 일도 줄일 수 있다.




반짝이는 날, 용감해지는 날, 무거운 날, 가벼운 날

화나는 날, 우중충한 날, 말랑말랑한 날, 무서운 날

아이들이 느끼는 기분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분에는 좋고 나쁜 것도, 옳고 그름도 없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스스로 풀어내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을

부모와 함께 이야기를 통해 나눠보고 연습해 보는 것 또한

매우 소중한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내 마음색깔들』은

아이들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기분들을 다양한 색과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으로

내가 지금은 느끼는 기분은 무엇인지, 어떤 색을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찾아보면서 감정을 어떻게 풀어나면 좋을지

충분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내 마음색깔들』은

단순히 그림과 색으로 예쁨을 주는 그림책으로 그치지 않고

내 마음이 지금 어떤 마음인지를 알 수 있고,

그것이 정확히 어떤 마음인지를 인지시켜 주는

내 마음에 색을 입히며 내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참 기분 좋은 그림책이자, 마음 하나하나를 소중히 다루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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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정순임 지음 / 파람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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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들을 수 있다.

'내 힘든 걸 말하자고 하면 몇 날 며칠을 말해도 다 못할 것' 또는 '책으로 쓰면 몇 권'이라는 말을.

이 말은 곧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은 속엣말이 그만큼이나 많고, 절실하다는 것을 대신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제목만 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자기계발서 정도로 추측했는데 내가 가진 편견이었다.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받은 차별과 사랑 그리고 책임의 삶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이자, 마음속으로 누르기만 했던 그 때 그 감정들을 글로 쏟아낸 한 사람의 삶이자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소박한 꿈을 싣고 있다.


아들과 딸의 차별, 이건 참 흔한 이야기지만 끝내 변하지 않을 부모 세대에 오래도록 지켜져 내려온 관행과도 같은, 그 속에서 힘들어야 하는 것도 그 차별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견뎌내야 하는 것 또한 딸의 몫이다. 15대에 걸쳐 400년을 한집에서 살아온 가문의 딸로 태어난 정순임 저자는, 어머니의 손에서 시작된 매질과 차별을 받아들여야 했고, 온전한 사랑을 받고자했지만 무책임한 남편과의 이혼으로 그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두 딸에게 가장으로 엄마로 책임을 다하고 사랑을 안기며 함께 성장하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간다.

 

지금 이 자책을 쓰는 것은 앞으로 똑바로 살겠다는 다짐이다. 심각한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는 곳에서 피해자가 선택한 침묵은 동조도 용서도 아니다. 심각한 차별이 종용한 또 다른 폭력일 뿐이다.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79쪽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는, 저자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부터 학생운동을 했던 시절, 결혼이란 굴레에서 애쓰며 살았던 8년의 시간, 고향으로 내려가 성인 대 성인으로 엄마 앞에 선 모습까지 독자에게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야기가 이어진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마음 한 켠에서 올라오는 안쓰러움과 순응하지 않고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애씀이 그대로 전해진다. 삶은 누구에게나 혹독하다. 잘사는 사람은 더 잘 사기 위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못사는 사람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을 안고 있으며, 잘난 사람은 잘남을 내세우기 위해 애쓰고, 못난 사람은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아둥바둥거린다. 이렇게 우리는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오늘 하루, 다가올 내일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저자가 살아낸, 지나간 삶의 흔적들을 통해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난 매일 뾰족한 칼로 심장을 찔리는 기분이야. 나가 사는 동안 떠올리지 않았고 잊었다고 믿었는데, 우리 엄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데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하면 세 살쯤 어린아이가 되는 거 같아. 그 아이가 자꾸 떼를 쓰고 울어. 내 안에서.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133쪽

 

'가족'이라는 관계는 매우 가깝지만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똑같은 사랑을 받고, 똑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기에 모든 것을 이해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내가 받은 사랑과 차별을 누구와 나눌 수 없으며, 사람은 누구나 내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먼저이기에 나의 모든 감정을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이해하고 알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집안의 셋째로 태어난 나에게 가족은 울타리가 아닌 울타리 밖으로 나를 밀어내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가족'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함은 그 또한 가족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돌아서도 남이 되지 못하는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슬픔도 아픔도 힘겨움도 다 겪어 내야만 하는 거라고 입술을 앙다물고 걸어왔는데, 울부짖지 않아도 슬펐고, 악쓰지 않아도 충분히 아팠으며, 주저앉지 안았어도 죽을 만큼 힘겨웠다. 그동안 그러려니 밀쳐두었던 슬픔, 괜찮으려니 외면했던 아픔, 다 이러고 살아 포기했었던 힘겨움이 해일처럼 밀려와 마지막 버팀목 하나 툭! 하고 부러뜨리고 나니, 거짓말처럼 잔잔하고 보드라운 바다가 얼굴을 보여준다.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156쪽

 

정순임 저자는 두 딸을 키우고 난 후, 엄마에게 가문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된장, 고추장 만드는 비법을 배우기 위해 엄마 곁으로 내려간다. 딸의 결정은 자신이 이제껏 가꾸어온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수하고 내려가 엄마 곁을 지키지만 엄마에게 딸은 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저자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였고, 그대로의 말로 상처주고, 상처딱지마저 떼어내려한다. 엄마와 딸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작은 그슬름 하나가 평생 가슴에 담가 상처를 내기도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작가를 통해 나를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딸이자 딸을 둔 엄마인 나, 딸과의 관계에 대해 더욱 신중해야 하며, 더 깊이들여다볼 줄 아는 마음의 눈을 가져야 함을 배운다.

 

혼자 걷고 있는 내가 참 좋다. 나만 나를 쓸 수 있는, 나만 나를 화나게 할 수 있는, 나만 나를 기쁘게 할 수 있는, 나만 나를 웃게 할 수 있는 시간에 닿으니 마구 행복하다. 자책이나 원망 없이 무엇이든 볼 수 있을 거 같다. 자만이나 악다구니 없이도 자존할 수 있겠다. 오로지 혼자서 걷는 길, 비로소 나는 나다.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226쪽

 

외로웠을 정순임 저자 뿐만 아니라, 차별받은 상처로 괴로웠을 많은 딸들 그리고 아물지 않은 상처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의 존재함을 귀하게 여기라 말하고 싶다. 나의 상황에서 나의 존재가 '을'일지라도 분명 나는 존재하고 있고, 난 언젠가 갑을병정으로 순서를 매기지 않는 "나"로 설 수 있는 날이 분명 올거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날을 위해 나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귀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주가 말해주고 싶다.


정순임 저자의 살아온 흔적은 자신의 푸념을 쏟아내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한 글이었겠지만, "나"로 서기까지의 시간을 찬찬히 담아내어, 같은 입장이 아닐지라도 읽는 동안 순간순간 숨이 막혔고, 순간순간 속이 시원했으며, 자신을 찾아가는 저자의 모습에 흐뭇했다.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는 제목 그대로 아픈 나를 아픈 눈으로 바라봐주고, 힘든 나를 쉬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안겨주고, 슬픈 나를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안위를 걱정한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것을 되새기는 날이 되었음 참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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