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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 추정경 장편소설
추정경 지음 / 놀(다산북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추정경. 사실 그녀의 글을 한번도 읽어보지를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기대가 되었다.
뭐랄까, 뭔가 숨겨진 듯한 느낌? 그 속에서 나를 찾아갈 수 있을 것같은 기대감이라고 해야하나? 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여기저기 많이 문제가 되던 학교폭력문제를 초반에 등장시키고 있다. 자기보다 강한 아이에게 찍소리도 못하면, 자기보다 약한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김하균, 그는 초등학교때만 하더라도 남들이 틀린 것을 다 맞다고 하면 자신의 소신껏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아이였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 엇나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하균은 반장을 비롯한 6명의 아이들로 부터 폭행을 당하고 병원으로 실려가게 된다. 그러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상당히 몽환적인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의 반전은 끝에 있다! 꼭 끝까지 읽어봤으면 좋겠다. 학교폭력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큼 단순히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긴가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책은 상처받은 나를 위로하고,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김하균이 쓰러지고, 김하균과 함께 병원으로 가는 '나'. '나'는 병원에서 이상한 문자를 받게 된다. 한강으로 오라고 한강의 노들섬으로 오라는 문자를 받고, 노들섬에 갔다 자살하려고 하는 아이를 따라 물 속에 뛰어들었다 벙커를 발견한다. 그 벙커 속에서의 한달.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벙커에서 만난 '메시'와 '미노'. 그들은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벙커에 살면서 중환자실의 환자들의 운동화를 세탁해주는 일을 하는 이들.
"어서 빨리 저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 그래서야. 이 운동화를 세탁해서 돌려주는 이유 말이야. 희망이란 반질반질 잘 닦아서 눈에 보이는 자리에 두어야 하는 거니까."
희망이라, 죽음의 문턱에서 삶의 희망을 찾고, 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운동화를 세탁한다는 이유를 말하는 메시 앞에서 사실 내가 경건해짐을 느끼기 까지 했다. 살아가면서 희망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있는지? 희망이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내스스로에 대한 물음들이 늘어만 갔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걸 노린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거.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혹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내가 행하고 있는 이 일들이 앞으로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혹은 내가 이렇게 살다보면 나중에는 어떻게 될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스스로가 찾을 수 있다.
벙커는 '나'와 '메시' 그리고 '미노'만의 집이면서 이들이 성장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자립하고 스스로 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곳이다. 마음의 안식처? 피곤한 내 마음에게, 피곤한 내 영혼에게 잠시만 쉬어가라고, 그리고 여기서 쉬고 나가면 더 열심히 살아라고, 너는 지금처럼 살아왔던 삶을 다시 새롭게 살수 있다고, 희망의 끊을 놓지말라고, 달라지라고 그렇게 우리를 격려하고 있었다.
벙커 속에서 하나하나 깨달아가는 '나'를 보면서 작가의 말처럼, 나도 성장하고, 모두가 성장하고 있음을 우리는 어느 순간에 깨달을 것이다. 벙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이고,우리의 과거이고, 우리의 현재를 모두 보여주는 거울 같은 책이다.
그 거울 속에서 나를 바로 바라보는 것도, 그 거울 속에서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고, 더 어른스럽고, 더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비밀스러운 공간 벙커 속에서 내 마음의 비밀을 툭 털어놓고, 좋은 기억들로만, 좋은 생각들로만 채워 그 벙커를 빠져나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마음 속 한 켠에 자리고 잡고 있을 나만의 벙커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우리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그 벙커 속에서 마음을 다 잡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자! 결국은 단단해지고, 더 견고해질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