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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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일생을 의사와 의학자로서 호스피스 운동과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운동을 벌여왔던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 박사. 그가 자신의 마지막 삶을 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남은 생의 에너지를 모았다. 그 결과 이 책이 탄생했다.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 그가 평생동안 죽음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것은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생의 가장 값진 보물이 무엇인지를 발견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삶의 가장 중요한 보물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세지이다. 그가 평생을 걸쳐서 하고 싶었던 바로 그 이야기가 이 책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그 성공을 통해 자신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많은 시간을 직장을 위해 보내고, 자신의 일에 보내고, 자기개발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자기압박에 시달린다. 지식과 부와 권력과 명예를 위한 이 모든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삶은 저기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삶의 진정한 행복이란 자기 자신이 처음부터 부족함이 없이 온전한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말한다.

  동생이 작년부터 한 사고를 당하고부터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산재에 올려진 순간부터 병원의 수술과 치료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을 두고 동생은 불편한 몸과 함께 늘 한숨을 쉬는 습관이 생겼다. 아마 결혼 전 집에서 더욱 가까이 그를 지켜보았다면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나서서 동생을 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예전같지 못한 나를 발견한다. 그것은 동생이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다만 나는 동생이 일을 스스로 잘 처리하고 또 그렇게 해도 안되는 일을 수용하고 잘 살게 되라고 바라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동생의 불만을 들을 때마다 나에게서는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그 관계를 통해서 나를 살펴보면 그 곳에 내 자아가 관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냥 동생의 불편한 마음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것만이 내가 할 몫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저렇게 대처하고 그리고 생활은 편안한 마음으로 하라는 나의 충고 속에는 동생의 괴로운 마음이 내게 전달되는 것을 싫어하는 나의 마음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동생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형이 필요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데...집에서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려는 생각 뿐인 것을...내 마음이 쓸데없는 생각을 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관계는 그 관계를 통해 자신의 스스로의 마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관계는 자신을 이해하는 창이 된다. 내가 인생을 통해서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 나는 그 사람과의 만남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고 자신을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일생을 통해 우리가 맺게 되는 관계에서 우리는 자신을 알기 위한 무엇인가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바로 볼 때에야 비로소 관계에 그리고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걸려서 넘어지는 일이 없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자꾸만 넘어지고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넘어질 때 넘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넘어짐의 사건을 통해 자신을 반추해보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한 것이 된다. 왜 인생이 수업이 되는 것인가? 우리가 마주치는 일에서 감정에 자신이 휘둘리지 않고, 대상에 자신의 영혼을 빼서 갖다바치지 않고 그것을 관조하는 내면의 '눈'을 가질 때 비로소 그것이 가능해진다.

  왜 우리는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이런 일들을 생각하게 될까?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본래모습에 대해 그리고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왜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묻지 않는 것일까? 학교에서의 수업을 생각해볼 때 그것은 단순히 주입식으로 주어진 결과 우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수업을 통해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의미를 스스로가 묻고 그 답을 찾아가는 내면적 과정의 치열함이 있어야만 비로소 그 수업의 값진 열매를 우리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퀴블로 로스 박사가 이야기하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우리의 본래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을 우리 스스로가 찾아낼 때에야 비로소 인생은 우리에게 허물없이 즐기는 놀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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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초이 2006-07-02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때마다 다 그들만의 이유가 있겠지하며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결국 그들은 이기적인 존재구나하며 쓴 웃음을 짓는 저에게 님의 글은 새로운 각도로 저를 보게하네요.. 저또한 장단점이 있듯이 그들 또한 장단점이 있는 평범한 존재이건만 관계속에서 부딪칠때마다 한걸음씩 뒷걸음질 하게 됩니다... 허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들을 배척하기보단 수용하고 이해할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생기네요..관계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자신을 이해하는 창이라는 말씀 가슴에 와 닿네요...

달팽이 2006-07-06 0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초이님.
퀴블로 로스는 사람들이 감정으로 자신만을 내세우며 우리들과 대립할 때 우리는 그가 지금 보이는 모습보다는 훨씬 훌륭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 감정에 반응하며 자아가 우리의 내면에서 올라와 같은 감정으로 부딪힐 때에도 우리는 이렇게 반응하는 우리가 존재의 아주 일부분일뿐,
우리는 더욱 좋은 면을 많이 가진 존재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나라초이님도 저도 이렇게 만남을 통해, 책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들이 가진 최고의 면들을 계발하게 된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혜덕화 2006-07-0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 삼천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이 받는 고통은 스스로 원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서 이 고통이 내게 주는 것이 무엇인가를 배우기가 너무 어려울 것이라고. 원해서 하는 고행도 어느 순간은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데, 갑자기 닥친 병으로 치료 받는라 서울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동생은 정말로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마음으로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르로스 박사의 이 좋은 말도, 지금 고통 중에 있는 사람에겐 배부른 철학으로 들릴지도 모릅니다.
동생도 동생이지만, 부모님이 너무 걱정하고 근심하셔서 예전엔 좋은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음 그냥 시간 날때마다 친정에 가서 함께 있어줍니다.
함께 있어주고 들어주기만 해도, 부모님의 얼굴이 두분만 계실때보다 밝아지는 게 보여서.......
나름대로 받아야 할 업이겠지만, 억지 소리라도 그냥 가만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 그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최대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_()_

달팽이 2006-07-0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저보다 훨씬 힘든 상황에 계신 혜덕화님도 그리고 부모님들도 ...있는데..

그냥 이기적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인데...
시간이 갈수록 왠지 부모님이나 동생이 받아들이는 것은 또 그들의 몫이고
난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더욱 마음이 쓰이게 됩니다.
그만큼 제 앞가림을 잘 못한다는 얘기겠지요..

어둔이 2006-07-0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난지도모르고
태어나살아가는데
언제닥칠지모르는
죽음을두려워하며
인생을수업하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