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9번의 일
김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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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구구절절 남 일 같지가 않아서 흡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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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유럽은 1920년대에도 휴가를 14일이나 쓸 수 있었어!

그래서 우리만 괜찮다면 자기 대신에 크리스티네를 보내서 열나흘 정도 우리와 함께 지내게 하겠다네요. 당신도 그 애를 알죠? 금발 막내 조카딸 말이에요. 당신도 전쟁 전에 사진으로 본 적이 있잖아요. 지금 어느 우체국에서 일한다는데 아직 휴가를 제대로 가본 적이 없대요. 그래서 휴가원을 제출하면 곧바로 올 수 있다는군요. 

오메, 유럽은 1900년 이전에도 일반인이 권총을 소지할 수 있었어!

 그녀는 굴레를 벗어던진 말처럼 미쳐 날뛰며 권총을 들고 새로 개업한 싸구려 호텔에서 두 사람이 밀회를 즐기는 현장을 급습했다.  

실업급여도 있었네!

그런데 계좌에 돈이 한 푼도 없으니 6주 후에나 들어올 실업급여에 기대야겠지. 우리 복 받은 도나우 공화국의 30만 실업자들처럼 복지 기관에 가서 그 영광스러운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만약 그나마도 못 받으면 그냥 굶어 죽어야지 뭐.” 


그깟 대자연의 풍광 따위, 사진이나 유튭으로 봐도 그만이잖아, 라고 일갈하는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문장.

여행은 일상의 삶에 익숙해져 단단하게 굳어버린 영혼의 껍질을 단번에 벗겨버리고, 저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변신을 향한 욕망에 언젠가 열매가 열릴 씨앗을 심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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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1-0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이 책이 츠바이크 최고의 소설입니다!!

치니 2023-11-06 11:34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다락방 님 페이퍼 보고 담은 소설이에요! (감사감사)
초반이지만 벌써 흥미진진합니다.
 















헉, 첫 줄부터 전혀 몰랐던 거 나옴.


시간 늦추기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시간은 산에서 더 빨리, 평지에서는 더 느리게 흐른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인터넷으로 천 유로 정도에 살 수 있는 정밀한 시계로 측정이 가능하다. 조금만 훈련하면 누구든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 실험실용 시계가 있으면, 몇 센티미터만 낮아져도 시간이 지연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계는 탁자 위에 놓았을 때보다 바닥에 두었을 때 솜털만큼 더 느리다.

알버트, 당신은....역시는 역시군요.

믿기 힘든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어떤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어떤 곳에서는 빨리 흐른다.


  이처럼 시간이 지연된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무려 한 세기 전에 깨달았다. 심지어 정밀 시계도 없이 알아냈다. 그 위대한 인물은 바로 아인슈타인Einstein, 1879~1955이다. 

평지에 삽시다, 여러분.


평지에서 시간이 더 많이 지연되고, 산에서는 덜 지연되는 이유는 산이 지구의 중심과 좀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평지에 사는 친구는 덜 늙는 것이다.

머리가 무거워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고?

우리가 사는 지구의 표면에서는 사물이 자연스럽게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쪽으로 향한다. 해변에서 바다로 달려가면 발에 닿는 물의 저항력 때문에 앞으로 넘어지는데, 이때도 머리부터 파도에 처박힌다. 즉, 사물이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아래쪽일수록 시간이 지구 때문에 느려지기 때문이다. 

비틀즈는 위대하다. 폴 매카트니는 천재이고.

우리 인간은 석양이 질 무렵 태양이 황홀한 모습으로 가라앉기 시작해 저 먼 구름 뒤로 서서히 사라지는 광경을 보면서 움직이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지구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열정 가득한 지혜의 눈으로 지구에 대한 이 모든 것, 그리고 지구와 함께 우리가 뒤로 회전하면서 태양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러한 것들을 발견한 자들은 언덕 위에 올라선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1942~의 열정에 찬 두 눈●을 하고 일상에 찌들어 졸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상상 속의 세상을 볼 것이다.6


  


  ●한 남자가 언덕 위에서 지는 해를 보면서 세계의 회전을 본다는 폴 매카트니의 곡 ‘언덕 위의 바보The Fool On The Hill’의 노랫말. 

이 작가님은 예술을 즐기고 좋아하시는 분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즉, 시간은 첫 번째 층인 유일함을 상실했다. 모든 장소의 시간은 다른 리듬과 속도를 갖는다. 다양한 리듬의 춤 속에서 세계의 사건들이 얽힌다. 세상이 춤추는 생명의 여신으로부터 지배를 받는다면 최소한 만 명의 여신이 있어야 할 테고, 그 여신들의 춤은 마티스Matisse, 1869~1954의 그림처럼 거대한 군무로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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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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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내 취향이 아닐 거라 생각하고 안 읽었는데...읽어보니 아직 1권 뿐이지만 내 취향은 아니긴 아님. 엔딩 전에 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스토리를 별로 안 좋아해서;; 게다가 군데군데 여성을 표현하는 방식 묘하게 기분 나쁨. 회사에서 졸릴 때 읽기는 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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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0-3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우맨 과 치니님 왜이렇게 안어울리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23-10-31 12:46   좋아요 0 | URL
그쳐 ㅋㅋㅋㅋㅋㅋ 뭔가 안 내킬 때는 세이다를 따라야 했는데 ㅋㅋㅋㅋㅋ 제가 또 이눔의 넘치는 호기심때무네...
 














휴 - 제목이 어지간히도 안 외워지는 책이다. 벌써 몇 번째 검색하는데도...

하지만 묘사와 문장이 근래 드물게 좋음.

소년은 농촌을 막 떠나온, 말하자면 이주 농민 같은 인상이었다. 큼직큼직한 이목구비는 하나하나 살펴보면 밉지 않지만, 서로 독립적으로 대립하는 것처럼 균형이 잡혀 있지 않아 전체적으로는 우스꽝스러웠다. 마치 무언가를 가슴에 담아놓고 고민하는 듯하면서도 느긋해 보이기도 하는 특징적인 둔함이 그 얼굴을 투명한 그물처럼 뒤덮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농민의 자식 모습이었다. 소년은 희끄무레한 마른풀 빛깔의 짙고 연한 줄무늬가 있는 뜨개옷 상의를 소중한 듯 신경 써서 입고 있지만, 금세 구김이 가고 모양이 흐트러져서 커다란 죽은 고양이 같은 옷으로 전락할 터였다. 

다카는 폭력적 행동이 일상화된 거친 인간이 되기를 원했지만, 어쩌다 성공한 경우에도 역시 불량배 역할을 자처한 듯한 인상이었지. 그건 용감함과는 다른 것 아닐까?”

아내는 취기의 정도를 파악하는 기묘한 계기 감각을 지니고 있어서 어느 선까지 술기운이 오르면 물고기들이 각자의 서식지와 활동층 안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결코 그 이상 취하는 일이 없었고, 좀처럼 거기서 깨어나는 일도 없었다. 아내는 술의 자동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이 감각을 알코올중독자였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술기운이 안정층에 이르러 확실한 한계에 도달하면 아내는 잠을 자기로 결정하고 순식간에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결코 숙취를 겪는 일이 없었기에 아내는 그 그리운 취한 상태로 되돌아갈 계기를 또다시 노리는 것으로 다음 날을 시작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심문받고 싶지 않아요.”


  아내는 갑자기 흥분한 듯하더니 곧바로 침울해지면서, 말하자면 바로 머리 위에 던져진 감정의 공이 정지한 지점에서 자기방어의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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