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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3인류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개미] 이후 무려 20년 만에 읽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책을 끝내 다 읽지 못한 것은 똑같네요.

당시 제가 살던 집은 오래된 건물이라 개미가 정말 많았습니다. 시달리던 저는 어느 날 견디다 못해 설탕으로 개미들을 유혹해 대량으로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개미]를 도서대여점에서 빌려 읽었는데 어느 날 꿈에 개미떼에게 복수 당하는 꿈을 꾸고는 도저히 책을 더 읽을 수 없어 다시 반납해버리고 약 20년이 지난 겁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자국인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아서 그의 책이 나올 때마다 항상 대대적인 마케팅이 펼쳐졌지만 그동안은 왠지 별로 끌리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렇게 인기가 있는 작가이니 다시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신간평가단을 통해 무려 20년 만에 그의 책을 다시 접하게 됐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 [개미] 주인공의 증손자라고 하니 이것도 뭔가 인연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책을 읽는 동안 괴로웠습니다. 저는 어쨌든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작성하기로 약속한 사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다 읽어야한다는 부담으로 거의 한 달을 책을 붙잡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도 다 읽지 못했고 덕분에 다른 책도 읽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유치했습니다. 지구의 혼잣말은 마치 동화책을 보는 듯했고, 10년 후 미래의 모습이 교차하며 미래의 상황을 보여주는 뉴스들이 나열되는 방식의 플롯은 작가가 너무 손쉬운 방식을 취했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나열된 뉴스들은 10년 후도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통찰력 있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 듯했지만 아마추어의 기사작성 연습 이상의 혜안을 엿볼 수 없었고,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지구를 의인화해서 그의 목소리를 빌렸겠지만 지구를 마치 성난 어린이처럼 느끼게 할뿐이었습니다. 환경을 해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 몸을 부르르 떤다던가 재채기를 해서 벌을 준다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요즘말로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었습니다.

[개미] 에드몽 웰즈 증손자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이나 '인류는 다시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한다'는 그 증손자의 연구 가설은 흥미롭지만 전체적으로는 그저 아이디어에 그친 소설입니다. 이것들을 뒷받침하는 것들은 과학적인 논거보다는 베르베르의 인문학적 해석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마저 깊은 고민과 통찰이 담겨있다기보다는 두루뭉술합니다. 쉽게 읽히지만 그게 다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 짧게 이같은 감상을 sns에 쓴 적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을 오랜만에 읽은 감상이 이렇다니, 뭔가 저만 좀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저와 비슷한 감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우리나라 출판사의 마케팅에 의해, 혹은 마케팅을 위해, 과대포장된 것 같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만큼 그의 팬이 적지 않습니다. 저와 저의 몇몇 지인들의 생각이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또 진리는 아니겠지요. 다만, 한국의 다른 장르작가들을 발굴, 육성하고 외국의 다른 장르작가들도 소개하는 데 그 마케팅력(?)을 좀 나누어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장르문학들은 아주 잘 쓰지 않으면 유치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만, 베르베르의 소설은 아주 기발한 것도 아니고 아주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사랑받고 있으니 다른 장르문학들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베르베르의 미덕이 공상과학 소설을 좀 더 쉽게, 대중적으로 썼다는 데 있다면 이제 공상과학 소설의 저변을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싶은 겁니다.

웬만하면 두 권을 끝까지 다 읽고 서평을 쓰고 싶었습니다만, 그 부담 때문에 저의 책읽기가 힘들어져 전 이만 여기에서 그만 두려고 합니다. 때문에 이 서평이 책을 다 읽지 못한 자의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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