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분위기 좋고 구성 탄탄한 장편 추리 소설을 하나 읽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키리코에저택 살인사건]. 문고판으로 600페이지가 넘는 공간에 활자가 빈틈없이 들어차있다. 그러나 문장이 매끄러워서 술술 진도가 나갔다. 1년반전에 샀는데, 이제야 겨우 읽었다. 2박3일로 수련회를 갈 때, 담임들은 별로 할 일 없다는데 캠프에선 역시 추리소설이지!하고 들고 갔다. 들고 가길 잘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은 이게 두번째이다. [~저택 시리즈], [ ~관 시리즈]가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우선 입문편으로 호러 단편집 손에 들었다가 입맛만 버렸다. 호러를 벗어나 이건 엽기였다! 엽기 식당 얘기-햄스터 통구이는 기본으로 나오는 식당!!!!-를 어떻게 좋아하란 말인가. 으~~~ 하여간 그래서 한동안 [키리코에 저택 살인사건]을 손에 들 맘이 안 들었었다.
초겨울의 산속에서 8명의 극단원들이 길을 잃는다. 설상가상으로 첫눈은 폭설이 되어 내리는데, 헤메던 8명의 앞에 안개 낀 호수를 등진 거대한 서양식 저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저택에는 이미 그 지방의 의사가 한명 폭설을 피해 들어와 있었다. 그 저택의 주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수상한 집사와 가정부, 여의사가 9명의 손님들을 맞이하는데, 잘 가꿔진 아름답지만 어딘가 공허한 분위기의 저택 안 여기저기서 이상한 현상들이 발견된다.게다가 외부와의 전화선마저 끊기는데..와와와!~ 한여름밤의 2시간짜리 스페셜 드라마로 만들어주면 딱 좋을 설정 아닌가!
100페이지를 넘기도록 아무도 안 죽고, 분위기만 차츰 달아오르는데, 맨 뒤를 들쳐보고 싶은 맘을 억누르며 간신히 간신히 읽다가 피해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부터 과속으로 읽어댔다. 나도 추리 소설 꽤나 읽어온 편이지만. 야아~, 이런 트릭은 처음인 거 같다. 범인이 누구누구이지 않을까라는 건 감으로 눈치챘지만, 어떻게 범인이 된건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른 건지를 밝히는 과정이 흥미로왔다. 오랫만에 읽은 흥미진진한 본격 미스테리!! 다른 관 시리즈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키리코에저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