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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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독서의 계절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에 따르면, 미국 사람은 한 달에 6.6, 일본 6.1, 프랑스 5.9, 중국 2.6권을 읽었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1.3권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혹시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는지요?” 아니면, “읽고 싶은 책이 있는지요?” 하는 질문에 하나라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독서에 관심 있는 사람이다. 독서인구가 점점 줄고 있지만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9월은 독서의 달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독서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독서인구 저변확대에 노력한다우리도서관은 독서의 달 행사를 준비하면서 예술, 감정 그리고 인문학을 주제로 철학박사 강신주 작가강연회를 마련했다. 군 단위 도서관에서 작가강연회는 예산 부족 및 섭외의 어려움이 있지만 평소에 유명 작가를 접할 기회가 없어 신청자가 100명을 넘었다.

 

강연회를 준비하면서 강신주의 감정수업(민음사)’을 읽었다. 사람의 감정은 어른이 되면서 희로애락의 네 가지 감정으로 압축된다. 그 안에 자긍심, 경탄, 사랑, 호의, 환희, 겸손, 끌림, 희망이라는 섬세한 감정은 잊고 산다. 저자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죽이는 기술을 얻었다고 표현한다. 감정이 없다면 삶의 희열도, 추억도, 설렘도 없기에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살려 수많은 색깔로 덧칠해진 추억을 꺼내 들며 행복한 미소를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얼굴과 빛깔의 감정들을 되찾는 수업으로 시작한다.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48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본질을 명확히 규정했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에 우리가 접했던 문학 작품을 접목해 감정과 문학을 이야기한다.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 펄 벅의 동풍서풍’,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등 노벨 문학상 작품부터 일본, 중국, 멕시코 등 다양한 문학세계를 다룬다.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빛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사랑의 감정이 아닌 우연적인 끌림으로 읽는 것이 그렇다. 가난한 집, 큰오빠만 편애하고 딸을 아끼지 않는 어머니, 이런 조건에서 어린 소녀는 부유한 중국인 사업가의 아들에게 끌림은 당연하다. 소녀는 자신의 감정이 우연적인 조건에 지배됨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단지 끌림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나 남자는 소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끌림이란 우연에 의해 기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그 어떤 사물의 관념을 수반하는 기쁨이다. 타자와의 마주침에서 발생하는 기쁨이 필연적일 때, 우리는 이 기쁨을 사랑이라고 한다. 반면 그런 기쁨이 우연적일 때, 우리는 그것을 끌림이라고 말한다. 문학에서 인생론으로 읽게 된다

 

책 제목이 수업이고, 각 장 끝에는 철학자의 어드바이스가 있지만, 어렵거나 무게 잡지 않은 내안의 감정을 깨우는 시도로 봐도 좋다. 하늘은 투명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 내 안에 잠들어있는 억압되다 못해 거의 박제가 되어버린감정을 깨우기 위해 제목만 읽었던 문학 작품을 다시 읽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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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7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9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9-0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세실님 리뷰 잘쓰십니다. 항상 감탄해요. 어떻게 이렇게 요약을 잘하시는지 말입니다.

세실 2015-09-09 18:58   좋아요 0 | URL
어머 다락방님 칭찬 받으니 기분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전 감성적으로 말랑말랑하게 쓰시는 다락방님이 부러워용~~~~~

프레이야 2015-09-0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연 들으러 못 가는 대신 책을 사는 것으로^^
땡스투유~

세실 2015-09-09 18:59   좋아요 0 | URL
아쉬워라.......음성까지 또 오기엔 엄두 안나시죠? 넘 멀어.....
부산에서 만나는걸루. 헤~~

프레이야 2015-09-10 09:23   좋아요 0 | URL
강신주 들으러 그냥 음성 갈까? ㅎㅎ 갈등되네 강신주‥ 물어볼까요?

세실 2015-09-10 10:19   좋아요 0 | URL
그날....하샘이 강작가님 오송역에서 픽업하기로 했으니 그 차 타고 오심 되고...
갈때는 제 차도 있고.
운 좋으면 강작가님이랑 저녁도 먹고? 아님 우리끼리 먹고요?

페크pek0501 2015-09-1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내 댓글이 없지? 그랬어요. 저는 여기에 제가 댓글 쓴 걸로 착각했다는... ㅋㅋ

세실 님은 뭘 따로 배우러 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작가강연회에다 독서 모임도 있고...
나이 들수록 말이죠, 발을 넓혀야 한다는데 님은 잘 살고 계십니다요.

이 책, 보관함에 담겨 있는 책이에요. 읽으셨군요. 저도 읽을까요? 추천하시겠어요?

세실 2015-09-21 17:00   좋아요 0 | URL
호호호 저도 그럴때 있어요^^
음...취미생활? 사진 배우고 싶은데 시간을 많이 뺏길까봐 주저하고 있어요.
저도 아이를 핑계로 폭을 좁히고 있는걸요.
주변에 사서만 많아용.

이 책 꽤 재미있어요. 소설을 좋아하시는 페크님께 추천합니다. 내일 드디어 강신주 박사가 우리 도서관에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