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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인이 카톡으로 좋은 글을 보내주는데 "오늘 만나는 모든 이를 최고의 선물로 생각하겠어요. 불끈^^" 하는 답글을 보냈다. 50여분이 소요되는 출근거리지만 카이의 음악을 들으며, "카이는 대체 부족한게 뭘까? 외모, 키, 목소리, 학벌, 집안....뭐 하나 빠지는게 없네" 나름 질투어린 시선으로 You raise me up을 따라 부르며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오늘은 초등학생을 위한 냅킨아트와 재활용 소품만들기 방학 특강 개강일이다. 저학년이 많아 대부분 엄마가 데리고 왔다. 아는 얼굴은 반갑게 인사하고 모르는 엄마도 눈인사를 하며 맞아주는데, 한 엄마가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2층 왜 이렇게 더운거야 대체. 찜통이네 찜통!" 하며 반말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냅킨아트 선생님 왜 저래요? 아무것도 모르네. 내가 새로운 애 한명 재료 추가한다고 했더니 무조건 사무실로 가보라고 하네. 초짜 인가 원! 저렇게 모를수가 있어. 그리고 2층은 애들 쪄죽으라고 하나 왜 이렇게 더워." 한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면 안되지만 아이 엄마는 금방 잠에서 일어난듯 부시시한 커트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늘어진 갈색빛 티셔츠에 알록달록 냉장고 칠부 바지 차림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도서관에 오면서 머리는 빗고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와야 하는거 아냐? 저런 바지는 집에서나 입어야지." 중얼거렸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나는 "어머니 왜그리 까칠하세요? 걸어와서 더우신거 아닌가요? 오늘 비와서 그렇게 덥지는 않습니다만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청주에서 오신 능력있는 분입니다.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되죠" 하며 사무적으로 대하고는 쌩하고 나왔다. 뒤통수에서는 "참내원 나보고 까칠하대. 황당하네. 별..... 저 사람 누구야?" 옆에 있던 사람이 "새로 오신 관장님이야" 하는 소리까지 들린다. "어디다 지적질이야!" 할걸.
아이들 수업이 진행되는 2층 강의실로 올라가는 동안에 화는 가라앉고, 조금더 부드럽게 대할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 엄마도 관장이라는 말에 수그러졌는지 살짝 미소까지 지은채 내게 인사를 하고 아이에게는 폭풍 잔소리를 하고는 "끝나고 전화해. 데리러 올게" 한다. 나는 "2시간이면 끝나는데 도서관에서 책 좀 읽고, 교양좀 채우고 가시지" 속으로만 비아냥 거리며 겉으로는 미소 머금은 얼굴로 보냈다.
이런 엄마는 혜민스님이나 법륜스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독이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어야 하는데 본인의 문제점을 알지 못하니 한심하다. 조용히 해야함을 아는 도서관에서조차 목소리가 크니 식당이나 밖, 집에서는 얼마나 소리 지를까? 대화법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데....그저 유사한 부류의 아줌마들과 밥 먹고 수다 떠는 것으로 소일하겠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내가 싫어하는 이용자 부류는 "처음부터 반말하는 사람, 목소리 큰 사람, 소리 지르는 사람"이다. 오늘 만난 이용자는 셋다 포함되는 미운 이용자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최고의 선물로 생각할까? 최악의 벌이다. 두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어글리 이용자다. 나이 들수록 어린 사람에게도 존대말 하는 습관을 갖자!
2.
다행히 도서관에 근무하는 즐거움중 하나는 읽고 싶은 책을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용자와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때면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싶어진다. 서가로 가서 정호승 시인의 여행을 읽었다. 내게 위안을 주는 따뜻한 정.호.승 시인이 좋다.
속죄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나는 그만 돌을 들어 그 여자를 치고 말았다
오늘도 새들이 내 얼굴에 침을 뱉고 간다
요즘 보림이를 위해 성당에서 매일 기도를 드리고 있다. 기도를 하다보면 그동안 내가 지은 죄를 고하게 된다. 특히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다른 사람을 향한 험담은 부끄럽다. 내 허물은 모르고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는 속물이라니..... 시를 읽는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남의 험담이나 남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자. 험담은 내 마음이 불편할때 유난히 하게 된다. 남 살아가는것이 뭐 그리 궁금한지.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낫다. 얼마전에 지인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아 더욱 조심하게 된다.
유난히 남이야기를 즐겨하는 친구가 있다. 우리 신랑 친구 아들은, 우리 딸 친구는....으로 시작되는 남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짜증이 밀려온다. 본인 아이, 본인 이야기를 하라고 좀! 내 가족에 관한 자랑을 할게 없을때 남 이야기를 더 하게 된다. 차라리 내가 경험한 여행 이야기, 책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끌어나가는 편이 좋을듯^^
울컥하는 마음이 샘 솟은 오늘, 릴렉스 릴렉스.....
오후에 조퇴하고 소피 마르소의 '어떤 만남'이나 보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