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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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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의 하소연을 들었다. 효자인 남편은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어머니에게 가서 하룻밤 자는데 직접 국이랑 반찬도 하며, 먹거리를 잔뜩 사다 놓고 온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가 아프다고 누워 있으면 밥 줘!’ 하는 소리만 한다며 어머니에게 하는 반의반이라도 하면 좋겠다고 투덜거린다.

 

'굵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속담처럼 사랑을 덜 받았다고 느끼는 자식은 심리적으로 부모를 떠나지 못한다. 늙어서까지 부모곁을 서성이면서, 지극히 효도하면서, 그때라도 못 받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한다. 하지만 '제일 사랑해서 키운 자식은 불효자 된다'는 항간의 속설처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자식은 씩씩하게 부모를 떠나 자기만의 삶을 성취해 나간다. 그런 이들은 엄마에게 못 받은 것을 아내에게 기대하면서 폭력적으로 굴지 않는다.

 

친구의 남편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것일까? 부모에게 효자라면 아내에게 반만의 사랑이라도 베푸는 것이 당연하다. 아내가 집에서 살림한다는 이유로 손하나 꼼짝하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남자를 위하여'는 김형경의 다섯번째 심리에세이다. '사람 풍경', '천개의 공감'을 읽으며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위로받기도 했는데, 이 책은 남자의 심리를 분석한 내용이라 옆지기와 아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강압적이고 지배하는 부모는 아들에게 소심한 성격을 부여하고, 관대하고 허용적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아이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부모는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아이가 무엇을 하든 불안해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불안감을 물려준다. 

                                                                                               p. 87

 

지나친 단순화, 일반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내가 보기에 결혼한 커플은 세 부류로 나뉜다. 권력을 반씩 나누어갖는 동갑 내기 커플, 아버지 역할을 하는 남편과 딸 역할을 하는 아내 커플, 엄마 역할을 하는 아내와 아들 역할을 하는 남편 커플, 그들의 결혼 생활은 서로 색깔이 다르다.

                                                                                              p.160

 

남자들이 원하는 것 베스트 7은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것,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것, 존중하고 공경하는 것, 감탄하고 찬탄하는 것, 그의 제안에 묵묵히 따르는 것, 그가 주는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것......

 

                                                                                              p.188

 

남자들이 그토록 떠받들어주기를 원하는 이유도 그들의 나르시시즘과 관련 있다. 남자들은 자기가 우월하다는 인식이 있어야만 힘이 난다.

                                                                                               p.189

 

삶이 모든 시간과 열정을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투자하는 것은 미숙하고 이기적인 태도라는 것을 모르는 듯했다. 누군가 그에게 왜 그토록 취미생활을 하는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아마도 질문을 받았다면 그는 성장기에 좌절당한 욕구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그렇게 하면 보다 나은 사람이 될 거라 기대한다는 답을 했을 것이다. (중략) 그녀에게 왜 그토록 다양한 것들을 섭렵하듯 배우고 다니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하면 우아하고 교양 있는 전인적 중년 여성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p.259

 

 

며칠전 아는 분이 내 사주를 보더니 옆지기를 맏아들로 생각해야 잘 풀린다는 이야기를 했다. 두 아이 키우기도 힘든데 무슨 셋을 키우냐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일축 했는데 일리가 있는걸까? 난 차라리 딸 역할이 좋은데......

 

남자와 여자의 구조적인 차이, 생각의 다름와 더불어 성장과정의 트라우마는 남, 여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면 상처받을 일이 줄겠지. 남자들의 심리를 연구한 보고서 및 단행본의 다양한 내용, 주변사람의 실제 사례를 들어 풀어가는 내용이 편하게 읽힌다. 오디오, 자동차같은 사물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는 보석과 명품가방을 좋아하는 여자와 비교되지만 좀 과한 면이 있다.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걸으며 쇼윈도우를 바라보는 관점의 대상이 다른 점, 아직은 남성 중심 사회인 우리나라의 폭력성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현상, 사랑에 빠지면 여자가 남자보다 아홉배쯤 더 좋아한다는 내용은 흥미롭다.

 

직장에서 남자에 둘러 쌓여 생활하는 요즘, 나름 괜찮다. 그 중 두 명은 여성적이라 불편함이 없다. 내가 남성 호르몬이 많아진 걸까? 아님 그들이 여성호르몬이 많아진 걸까? 어쩜 둘 다 일수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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