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 한 줄도 쓰기 어려운 당신에게
임정섭 지음 / 경향BP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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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쓰기 훈련을 시작한다면 당신은 마음속에 꽃씨 하나를 심는 셈이다. 그 나무의 뿌리는 경험과 읽기의 양분을 흡수해야 한다. 이윽고 필사와 마구 쓰기를 통해 싹이 돋아나고 묘사와 요약, 줄거리 쓰기를 통해 줄기를 뻗는다. 이어 사유와 생각 쓰기 속에서 굵은 나무로 성장하며 서평과 에세이, 소설과 같은 가지로 갈라진다. 마지막으로 은유, 직유와 같은 수사법과 다채로운 글쓰기 기술을 통해 꽃을 피운다. 한 톨 씨앗이 우람한 나무가 된다. 우리는 늘 잊고 살지만 경이로움 그 자체다.

                                                                                                                                                         p. 5

  몇년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저자의 서평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서평 개론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어 작년에 우리도서관에도 4회에 걸쳐 강사로 초빙했다. 그는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 책 뉴스 사이트 <북 데일리>의 운영자이면서, 경향신문, 서울신문 기자 출신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 줄도 쓰기 어려운 당신에게 라는 부제처럼 글쓰기에 대한 기초적인 개론서이자 누구라도 쉽게 글쓰기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특히 인상적인 내용은 포인트(POINT)라이팅 기법이다. P(Point)는 무엇을 쓸 것인지, 즉 글쓰기의 주제 혹은 소재를 잡는 것으로 책의 특징, 핵심, 글감을 말한다. I(Information)는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주변 정보, 상황정보를 기술하는 것이다. O(Object, Outline)는 대상의 개요나 주요 내용, 줄거리를 적는다. N(News)는 뉴스, 화젯거리, 예문, 인용, 예화, 참고자료등을 넣는다. T(Thought)는 생각, 소감을 적는다. 특히 서평을 쓸때 서론, 본론, 결론으로 적는것 보다 막연하지 않고, 구체적이라 글쓰기에 도움이 되겠다. 또한 실용적인 글쓰기로 두괄식 기술을 구사하라고 강조하는 것도 기억해 두면 좋을 방법이다. 논설문에서 많이 사용하는 결론을 먼저 서술하는 연역적 글쓰기는 자기소개서나, 서평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세 가지 이유를 대면 설득력 있고, 세 가지 근거를 대면 정당성을 얻는다'며 제시한 '3의 법칙'은 이유를 제시할 때 한 가지 말고 세가지를 적는 것을 말한다.

 '나에게는 세 가지 한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이다.'  

                                                                                                                          - 허난설헌 독백. p.238

                                                                                                                                                   

주로 예문을 들어 설명하는 저자의 강의 스타일과 유사하게 다양한 예문이 있어 글쓰기의 기본인 필사에 도움이 된다. 특히 글쓰기 이론에 대한 설명과 유사한 예문의 다양함에 놀랍다. 평소 책을 읽을때 꼼꼼하게 적어두는 습관이리라. 늘 짧은 글쓰기에 머무르는 내게 마구쓰기는 도전해보고 싶은 방법이다. 이 책은 곁에 두고 틈틈히 읽어보면서 하나하나 실천하면 좋을 글쓰기 개론서이다.     

*** 카뮈 - 봄은 헤아릴 수 없는 밀물이다

 

파리의 봄 : 하나의 약속 혹은 마로니에 잎의 새싹 하나, 그로 인해 비틀거리는 마음, 알제에서는 그 변화가 더 갑작스럽다. 그냥 장미꽃 봉오리 하나가 아니다. 어느 날 아침 숨이 컥 막히도록 맺힌 수천 개의 장미꽃 봉오리다. 우리의 가슴을 스쳐 지나가는 어떤 섬세한 종류의 감동이 아니라 수천 가지 향기와 수천 가지 눈부신 색깔들의 어마어마하고 헤아릴 수 없는 밀물이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어떤 감성이 아니라 그야말로 육체가 공격을 당하는 것이다.

 

                                                                                                                      < 작가수첩 1 > p.6

소설가 김연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30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 드리죠. 봄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지 말고,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하세요. 사랑에 대해서 쓰지 말고, 사랑했을 때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 쓰세요. 감정은 절대로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전달되는 건 오직 우리가 형식적이라고 부를만한 것들뿐이예요. 이 사실이 이해된다면 앞으로는 봄이면 시간을 내어서 어떤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시고, 애인과 함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그 맛은 어땠는지, 그 날의 날씨는 어땠는지 그런 것들을 기억하려고 애쓰세요.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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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3-0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ᆢ이 책 좋군요. 어서 읽어야겠어요. 까뮈의 봄이 와닿는 것 같기도 하고ᆢ 구체적 , 육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세실 2013-03-04 09:36   좋아요 0 | URL
이 책 있다고 하셨죠? 이 분 글쓰기 내공이 상당하시더라구요.
서평 수정도 카리스마있게 해주시네요. ㅎ
봄 글이 유난히 눈에 들어옵니다. 작가수첩도 읽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하늘바람 2013-03-0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책이네요 구체적이면서도
저야말로 글쓰기를 배워야 할 것같아서
요즘 많이 자책하고 있거든요

세실 2013-03-04 09:37   좋아요 0 | URL
네. 구체적으로 글쓰기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 많은 예문을 어떻게 글 속에 녹아들게 했을까 하는 감탄을 하게 됩니다.
저도 올해는 글쓰기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함께 해보아요~~~

2013-03-03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4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3-04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을 꼭 봐야겠어요.
3월에 지원금 나오면 구입할게요.^^

세실 2013-03-04 09:41   좋아요 0 | URL
넵^^ 마치 책은 도끼다와 비슷한, 예문들이 많이 들어 있어서 좋아요.
이런 주옥같은 글을 대체 어떻게 뽑았을까? 하는 놀라움도 있구요.
봄이라 그런지 마음도 센치해 집니다. ㅎㅎ

소나무집 2013-03-0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연수의 예문이 마음속에 콕 와 닿네요.
느낌이 아닌 구체적인 경험으로 시작하라~~

세실 2013-03-04 09:43   좋아요 0 | URL
그쵸. 글쓰기는 일단 구체적으로 쓰기가 중요하네요.
먹었던 음식, 함께 했던 공간들..... 기억해야 겠습니다^^

잘잘라 2013-03-04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 첫 월요일, 햇빛이 참 좋아요. 찰랑찰랑 찰랑거리는 치마 입고 막 걸어다니고 싶어져요. 김연수 작가 말대로 하자면 음... 어릴때 살던 마을 뒷동산이 제일 가고싶지만 우선은 요 앞 마을회관까지만이라도요^^

세실 2013-03-04 14:25   좋아요 0 | URL
찰랑찰랑 찰랑거리는 치마 입고 다닐 생각하니 제 마음도 뛰어요. 아 좋아라~~~
오늘 점심으로 콩나물 돌솥밥 먹고 동네 한 바퀴 도는데 햇살이 참 따사로웠어요.
이제 완연한 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