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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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한 헛된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비집고 원령이 파고 든다. <흔들리는 바위>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런 것들은 사람들의 빈틈을 헤집고 들어간다. 시대를 오늘날로 옮겨 놓고 보았을 때 오히려 에도시대 사람들의 그런 모습이 순수함으로 느껴졌다. 이 시대의 기준으로 보면 아무 문제도 없을 순수한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안타까움과 더불어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까지 자아내게 된다. 많은 것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요즘 것들은 버르장머리 없다고 말하지만 어느 시대에서 보나 현재라는 시간은 과거에 비해 변질되고 타락했다고 생각하기 마련인가보다. 사람들은 진화하고 문화도 바뀐다. 하지만 도덕적이고 무언가 근본이 되는 것들이 늘 그런 형태로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오하쓰의 씩씩함은 이 소설에서도 빛을 발한다. 게다가 고양이 떼쓰, 방울이, 도사까지 등장하니... 햐... 데쓰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고양이 발 모은 꼴이 되어 책을 읽는 기분이랄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책이 단박에 좋아질 것이다. 아직 두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에도시대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시대를 조금씩 이해해가는 느낌. <미미부쿠로>에서 진기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맛있게 읽고 있는 느낌. 좋구나.

 

"맛난 음식에는 정신을 온전하게 되살리는 힘이 있어요."

정말 그렇구나, 하고 오하쓰는 실감했다. 배가 부르면 상황을 조리 있게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차분해진다. 반면 무언가에 두려워하고 전율하게 되는 마음의 탄력 같은 것은 조금 약해지는 듯하다. p.158

 

"발끝이 하얗죠? 요렇게 생긴 줄무늬 고양이를 '흰 버선을 신은 고양이'라고 해요. 이것도 복을 부르는 표시래요." p.227

 

귀신보다 원령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라고. 불리한 일. 보고 싶지 않은 일, 듣고 싶지 않은 일을 기이한 이야기 속에 묻어 버린다. 그러고는 자기 자신과 세상을 향해 거짓말로 버티지. 인간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 p.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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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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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정말 글을 맛나게 쓴다. 잠깐 이지만 작가가 꿈이었던 적도 있나보다. 어디가 맛있더라,는 정보도 정보(?)이지만 음식이야기가 쓰여진 책 이야기를 중간중간에 곁들어 하는 것도 좋았다. 이 책 덕에 얼마전에 한창훈의 에세이도 읽어보았다. 아주 오래전에 읽은 하루키의 <먼 북소리>같은 에세이도 읽고 싶고.. 나는 읽었어도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리스인 조르바>에 음식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다시 찾아읽어봐야지. 그렇다. 추억의 반은 맛이다. 소풍날 새벽부터 부엌에서 김밥싸느라 달그락 대는 엄마의 소리에 잠이 깨 그 옆에 앉아 김밥 꼭지를 얻어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추억 하나쯤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정말 각별하게 다가온다. 요즘 아이들은 운동회 날도 급식을 먹는 모양이다. 이럴수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추억의 절반이 맛이라는 말은 음식을 누군가와 나누며 시간을 함께 하는 일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후각, 미각에 대한 강렬한 기억 곁에 우리 삶의 어디쯤엔가의 추억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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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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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의 제2막시대라고 나오는 책들이후로 안 읽다가 이 책을 필두로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일단 이 시리즈의 판형과 표지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책이 뭐랄까 손에 딱 붙는다는 느낌.. 여튼 예쁜책이다. 오하쓰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능력을 지녔다. 트루 블러드의 수키가 문득 생각났다. 죽은 혼이 보이는 이 능력으로 친오빠 로쿠조를 도와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커플이 될 모양인 우쿄노스케라는 조금 불투명한 성격으로 그려지는 청년과는 다음 편에서 아마도 잘 될 모양이지. 이 책의 교훈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남에게는 없는 숙명같은 능력으로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고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게 될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받아들이고 그 능력을 잘 연마한다면 자신의 인생이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이다. 산학에 관심이 있는 우쿄노스케는 그런 면에서 오하쓰가 부러웠을 것이다. 아버지의 그늘밑에서 인정받고자 아버지의 뒤를 따라야 하는.. 그의 인생이 조금은 가엾다. 산학에 대한 소소한 재미를 즐기는 우쿄노스케의 모습이 귀여웠다. 어쩌면 취미로 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소설에서 사령은 마음에 틈이 있는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 자신이 뜻하는 바를 이루어낸다. 생각만해도 무서운 일이다. 마음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사령이 들어갈 구석이 도처에 널려있는 것이다. 슬픈 일이다. 어딘지 서글프다. 밝은 소녀 오하쓰의 활약을 다음편에서도 기대하며 당분간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p.s: 그런데 '오'자로 시작하는 이름이 너무 많이 나온다. 왜그런거지? 오하쓰, 오센, 오마쓰, 오쿠마, 오유... 열댓명은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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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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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한 마음에 서점에서 사온 책을 어제 밤부터 읽기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다. 중간에 집밖을 나갔다 온 것을 빼면 손에서 놓는게 아쉬울 정도로 재밌었다. 입양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이야기인가 했는가 하면 이야기는 영 딴 곳으로 치닿는다. 결국 이야기가 다다른 곳은 어디일까.. 소설을 읽을 때 복선이란 것이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기에 앞서 깔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같은 무던한 독자는 작가가 소설에서 말했던 붕괴이전의 균열을 잘 찾아내지 못한다. 붕괴가 되고 나서야 균열이 어디서 부터였는지 생각해보곤 한다.  카밀라가 자신의 균열을 더듬어 가는 과정은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이 소설은 결국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카밀라는 용감했다. 마치 파도가 바다의 일이듯이 카밀라가 엄마를 생각하고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것은 카밀라의 일이었으니까.  우리가 우리 인생에서 겪는 어떤 붕괴라는 것이 파멸, 좌절, 절망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의적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인생의 궁극에서 전체를 조망해보면 결국 모든 순간은 순간대로 아름다울테니까. 끝이 아닌 과정에 서 있는 우리들에게 지금을 긍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이 소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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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곳 사는 곳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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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는 일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직업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그런 신선함만으로 이 책은 나에게 의미를 가진다. 한 사람에게 있어서 내 소유의 집 한칸을 마련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집을 소유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월급쟁이가 부모가 물려주는 돈 없이 온전히 스스로 푼푼히 모아 대출을 지고서라도 집을 마련했을 때.. 그 감회는 사뭇 남다를 것이다. 그런 집의 경우도 있고 유년시절을 보냈던 추억어린 집 생각도 나고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끔 아직도 집에 대한 꿈을 꾸면 지금은 사라진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이 꿈에 나오곤 한다. 지금도 그 집의 모습이 아주 섬세하게 기억나곤한다. 그런 집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건설현장이라는 곳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다. 먹고 자고... 그러면서 사는 곳 이보다 중요한 곳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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