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살림의 여왕/좋은여행 나쁜여행 이상한여행>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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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 - 론리플래닛 여행 에세이
돈 조지 지음, 이병렬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여행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계획하여 하는 여행도 좋지만, 이건 단기 여행할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다. 정말 오래 여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여행기를 읽어보았을 때 내 스스로 내린 결론은 여행은 예측불가능한 것이 정상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문화와 다른 곳에서 생활을 한다는 일 자체가 그 문화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고, 때문에 겪는 황당한 일들도 상당히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이드북 중에 론리플래닛 이라는 책이 있는데, 편집이 그리 감각적인 편은 아니라 썩 좋아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보는 상당히 정확하다고 알고 있다. 그 론리플래닛 작가들이 겪은 모험담을 엮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서는 시간이나 금전적 여유가 되지 않아 직접 여행을 가기보다는 이렇게 여행기로나마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아는 것을 무척이나 즐긴다.
이 책에는 정말 희안한 여행을 하면서 겪은 일들이 잔뜩 실려있다. 왠만한 사람이라면 일평생에 걸쳐서 겪지 못할 일들이 이 작은 책 한 권에 오롯이 들어있다. 가지고 다니기 좋게 작은 판본으로 나와서 지하철에서 읽기도 딱 좋은 크기이다. 주로 아프리카나 관광객이 많이 가지 않는 지역에서 겪은 일들이 실려있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이미 형식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특이한 일을 겪을 일이 별로 없다. 게다가 그 곳에 대한 정보도 풍부하여 이미 가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오지에 가면 그 곳에 가본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을 온 몸으로 부딪혀 아는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바로 ''카펫 말이' 놀이' 였다. 그리 기대를 하지 않고 봤던 이야기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그리고 마지막 대목에서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슬며시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감추느라 꽤나 힘들었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가장 대박이었던 이야기는 '메모를 남겨주십시오'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이야기가 이 책에 있는 내용 중에서 가장 폭소를 자아내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미리 이야기를 해 주면 나중에 읽는 사람들의 재미가 반감되므로 이야기의 전말을 싣는 것은 꾹 참기로 하고, 아무튼 무척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것만 말해두겠다. 이외에도 진짜 여행에서 겪은 생생한 이야기들이 한 번 책을 잡으면 손을 놓기 힘들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여행을 하면서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겠지만 그 와중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삶에 대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결국에는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문화가 다르고 생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가끔씩 오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쁜 사람은 없다고 본다. 정말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겠지만 말이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사람을 보는 눈도 어느정도 생긴다. 아주 럭셔리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그 여행에서 뭔가를 얻는다면 충분히 가치는 있는 일이다. 비록 영어로 되어있기는 하겠지만 각 이야기의 말머리에는 작가들의 이력과 웹사이트 주소가 나와있어서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이 궁금한 사람들은 해당 웹사이트를 방문해봐도 괜찮을 듯 싶다. 오지로의 여행이 무척이나 간절한데, 나처럼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나마 그 욕구를 해소할 수 있길 바란다. 결국에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이란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니 그들을 무작정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