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딸, 아내, 엄마, 며느리, 직장 상사, 선생, 학생, 제자, 친구, 선배, 후배, 동료, 이웃 등 정말 많다. 이 중에서 싫다고 안 할 수 없는 역할도 있고,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역할도 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역할이 엄마라는 역할인 것 같다. 엄마라는 역할은 혈연으로 맺어지기는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적극적인 선택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내 경우에 딸로는 태어난 것이라 스스로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엄마로서 나는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 입장에서 부모를 고르지 못한 것은 나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가에 대한 많은 책임이 어른인 내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내가 어떤 엄마인지, 또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고 생각해 보는 기회가 많아졌다. 특히 아이의 의지와 엄마인 내 의지가 서로 부딪치게 될 때가 가장 심각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기존에 내가 지니고 있는 생각이 편견인지 아닌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이렇게 생각이 크게 다른 이유가 엄마인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인가로 모아질 때 크게 상심하게 되었다. 엄마 역할의 성공이 아이의 행동에 좌우된다는 믿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때 도움이 되었던 책이 [엄마는 미친 짓이다(주디스 워너 지음. 임경현 옮김. 프리즘하우스)]였다. 이 책은 미국 엄마들이 미약한 사회보장제도와 함께 사람들 사이에 일반화되어 있는 '엄마'라는 환상 때문에 받는 억압과 심적 고통의 원인을 역사, 언론, 페미니즘, 문화 자료의 분석을 통해 제시하였다. 또한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는 여성들의 미온적 태도와 정부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미국 현실이라지만 우리나라의 실정에도 너무나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경험한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분위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적용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로서 삶이 너무 힘겹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전적으로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완벽한 엄마가 환상이고 완벽한 엄마를 지향하는 일이 엄마인 나 자신과 아이 둘 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연습하고 싶다면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슈테파니 슈나이더 지음. 이승은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를 읽기를 권한다.
저자는 내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먼저 자기 자신이 행복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즉 남편과 아이에게 무조건 헌신적이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스스로가 감정적으로 피폐하다면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일 자체가 고역이 될 것이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은 누구도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은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 남편과 아이들을 대하는 노하우, 아무리 해도 티 안 나고 끝도 없는 집안일을 하는 지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에 대한 충고, 진정한 나의 가치를 깨닫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 45가지를 짧은 장으로 나누어서 짧은 시간에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간결하게 기술한 책의 장점으로 특정 상황에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 손 닿는 곳에 두고 수시로 읽어본다면 더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만 몸이 이해해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연습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늘 연습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책에서 조언하는 대로 따라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질책하기보다는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한 일에서 한 발 더 나아가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은 엄마이면서 한 사람의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행복할 것이다. 헌신과 희생이 가치 있는 것은 그 자체로서 내게 의미가 있기 때문이지 대가를 바란다면 진짜 헌신과 희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모 역할을 돌아보게 하는 책들
[엄마가 부처다: 아이와 자신을 평온하게 돌보는 법] 새러 납달리 지음. 노혜숙 옮김. 아침이슬
[나쁜 엄마: 하버드 나온 변호사 엄마의 거침없는 육아 고백] 에일렛 월드먼 지음. 김진아 옮김. 프리뷰
[부모가 된다는 것: 아이 교육을 위한 부모의 작은 철학] 볼프강 펠처 지음. 도현정 옮김. 지향 (내 아이를 위한 부모의 작은 철학(2009년 개정판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