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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하고 나하고 ㅣ 느림보 그림책 29
장경원 글, 정민아 그림 / 느림보 / 2011년 3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눈에 뜨인 건 화사한 분홍빛 꽃나무 였다. 화사한 분홍빛 꽃과 연두색 바탕인데도 느낌이 화창하지 않고 슬프다고 느낀 건 왜 일까?
제목과 표지에 그려진 엄마와 아기 모습을 보면서 내용이 50년대나 60년대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니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를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의 엄마 이야기더라. 사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글 보다는 그림이 더 애틋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서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책이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글이 풀어내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그림이 충분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 좋았다.
표지에는 분홍 꽃나무 근처에 우는 아기를 업고 있는 엄마가 서 있다. 옛날식 포대기에 아기를 업고 어깨 너머로 어르는 표정이다. 앞 면지에는 연두색 배경에 남자 옷과 여자옷, 버선, 기저귀가 널린 빨랫줄이 보인다. 반대로 뒷 면지에는 노랑색 배경에 남자옷과 수건만 빨랫줄에 널려 있다. 아마도 면지만 주의깊게 보아도 이야기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골이 배경일 때는 초록색과 분홍색이 화사한 느낌을 주었는데, 도시를 배경으로 할 때는 어둡고 탁한 느낌을 주는 색조를 사용한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의 나이를 너무나 많게 설정한 점이다. 사실 일흔살 넘은 아들을 둔 할머니 연세가 반드시 백살이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의 의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이 부분이 불편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나 두 분 모두에게 이 여행이 너무 힘들어서 실현 가능할까가 걱정되어서다.
이 책은 어린이들도 나름대로 새로운 이야기와 그림을 보면서 좋아하겠지만, 오히려 노부모를 둔 내 세대의 어른들과 당신이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더 깊은 감동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하게 우리나라 그림작가를 발굴하고 있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 더 없이 반갑다. 그림작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 읽을 때는 펑펑 울었다. 노모를 보면서 할아버지가 "옛날에는 어머니도 젊고 힘이 셌어요. 하지만 늙고 늙고 또 늙다가 이제는 거꾸로 아기가 되었답니다."라고 말하는 구절이 정말 마음이 아팠고, 그래도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아이같아지는 걸 받아들일 수 있어서 행복했겠구나 싶어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아무튼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또 할아버지 아내는 어디 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내가 며느리이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