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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관객 - 미디어 속의 기술문명과 우리의 시선
이충웅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관객은 분명 대상과 한걸음 떨어져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상은 문명 일반이다. 온갖 매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물과 현상'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문명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가. 매체의 교묘한 작용(?)으로 알게 모르게 왜곡 파악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물과 현상을 충분히 객관화하여 내 시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여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 책은 그런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단 너무 무겁지 않게.
이 책에서 말하는, 혹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가 있다. 현지 주민과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모여들어 방제 작업을 했다. 덕분에 빠르게 예전 모습을 되찾아가는 듯 보이는 바닷가. 언론은 그런 정황을 살짝 '감동'으로 포장하여 연일 보도한다. 일일이 손으로 기름을 닦아내는 수작업이 기름 유출의 엄청난 폐해를 '기적적으로' 걷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꺼풀 들추어 보면, 그러한 방제 작업의 효율이라거나 위험성 문제, 원인제공자의 뻔뻔하리만큼 안이한 대응, 정부 당국의 되풀이되는 주먹구구식 먹통 행정, 그 가운데 건강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현지 주민의 기나긴 고통 등 '끔찍하고도 근본적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처럼 사물과 현상 뒤에 포진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살피고 헤아리는 것, 그것이 오늘의 문명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필요한 시각이란 것이다.
이 책은 비만과 다이어트, 미용성형, 한국 최초의 우주인, 황우석 사태, 조류독감 등등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첨예하고 민감한, 한편으론 여전히 열광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일정 기간은 긴장감을 잃지 않을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기에 드라마와 인터넷 문화까지 폭넓게 살핀다. 표면을 훑고, 한꺼풀 들추어 이면까지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풍부한 생각거리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지적인 수다쟁이', '재미있는 이야기꾼' 기질이 다분한 저자의 입담 덕분에 술술 잘 읽혀 지루할 틈은 없다. 어쩌면 그것은 주제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써 나간-예를 들면 편지글 따위-저자의 포장 기술에 힘입은 바도 클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문명 일반, 거기에 휘둘리거나 압도당하지 않고 당당하고 찬찬하게 성찰하게끔 이끄는 안내자,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쯤 될 것이다. 그 안내자가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때론 시니컬하기도 하며, 기본적으론 따스한 감성을 지녔다면, 꽤 매력적이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