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여름을 이 하루에


- 검은 얼굴, 금빛 눈동자

269
불안은 늘 비터링 부부 곁에 머물렀고, 한밤중 대화를 나눌 때나 매일 새벽 잠에서 깨어날 때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왔다.

273
그러나 인간은 원래 상징과 꼬리표에 의지해 살아가는 존재. 이름은 붙여지고 만다.
해리는 화성의 태양 아래 있는 자기 집 정원에서 허리를 숙이고 뭔가 시대착오적으로 화성의 거친 토양에 지구의 꽃을 심으며 몹시 외로움을 느꼈다.

*
화성에 간 지구인은 화성인이 되어간다. 검은 얼굴과 금빛 눈동자를 한.



- 마지막 전차 여행

302
가을, 봄, 혹은 겨울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창가로 가지 않고 따뜻한 침대 속에 편안하게 누워 있어도 희미하게 멀어지는 전차 소리를 듣게 되리라.

303
다시 꿈이 시작되면서 전차는 땅속 깊이 숨겨진 철로를 따라 어딘가 묻혀 있는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나리라.

*
전차는 사라지고 버스가. 사라지는 시간들.


- 이카로스 몽골피에 라이트

315
거기 로켓이 그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
로켓, 레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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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상하고 유쾌하다. 보면서 치유되는 것 같다. 나의 약점을 극단화한 인물들. 안티히어로라고 하기에는 부족한데, 영화는 좋은 것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 사랑스러움, 가장 편하고 친한 사람과 있을 때 나는 양 선생처럼 엉뚱하고 말도 많고 잘 울고 웃기도 잘 하는 구나, 새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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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오브 워터>를 보았다. 샐리 호킨스의 얼굴, 너무나 연민이 많은 그 얼굴을 보면, 별 것도 아닌 장면에서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내 사랑>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그리고 <세이프 오브 워터>에서는 끝내 말문을 막히게 했다. 영화를 보고 마음이 벅차서 눈물이 났고, 스스로 말잇못..을 실현할 수 밖에 없었던 나..인간은 끝까지 괴물과 싸우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러나 괴물과 싸우다가 스스로 결코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게 괴물과 싸우는 자의 윤리일 것이다. 연민이 많은 그 얼굴은 약한 얼굴이 아니고, 아주 많은 복잡한 감정과 이해심을 담은 강한 얼굴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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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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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가 너무 잘 써, 라고 말하니까 준팔이가 잘 하긴 잘한다고 말하는 남친 덕분에 엄청 웃었다. (준팔이가 누구이고 뭘 잘하는지도 말해줬는데 세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으로 읽은 준팔이 아니고 줌파 라히리 소설 좋았다. 특히 질병 통역사. 윌리엄 트레버를 좋아한다고 스스로 밝혔는데, 그 계보를 따라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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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설마 하던 반전이 진짜로 일어나긴 해도, 영화는 기억에 남을 중요한 물음을 마지막 부분에 던지고 있다. 한 인간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선택해왔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의도적인 오해의 힘으로 밀어 붙인 삶, 내가 올바르다고 주장한 삶은 어떻게 가치 판단해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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