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 - 네, 지금 행복합니다 1년 살아보기
박선정 지음 / 미니멈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주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대학생 때였나보다. 지리산에 미쳐 시간나는대로, 시간이 날때마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지리산을 올랐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늘 뭔가가 부족한 듯 느껴졌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시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일본 도쿄에서 1년동안 살아 볼 일이 있었다. 그때도 나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경제적인 이유까지 더해지면 '시간'이란 놈은 언제나 내 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를 펼치며...>


 


 

한번 쯤 생각해봤던 것 같다. 다른 곳에서 살아 보는 것. 한국에서 제주도라고 하면, 외국같은 느낌이 아닐까?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국적인 정취를 지닌 관광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제주도를 관광지로 다녀오지 않고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주 다를 것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선물처럼 던져주었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책을 펼친 내 마음은 그러하다. 저자의 1년은 제주도민의 1년과는 또 다르다. 비행기 시간에 쫓겨 바쁜 걸음을 재촉하지 않아도 되는 1년짜리 휴양지. 그래서, 나는 이 책을 1년짜리 긴 여행으로 보았다.

<제주도에서의 1년...>


책의 전반부를 읽으며, 나는 솔직히 화가 났다. 저자에 대한, 책에 대한 화가 아니라, 그렇게 떠나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걷고 싶은 곳을 걸을 수 있는 용기가 없음에 한 번, 그렇게 1년을 경제활동 없이 살아도 될 만큼의 저축이 나에게는 없다는 사실에 한 번,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내 삶에 대해 한 번... 그렇게 자꾸 자꾸 화가 났다. 책을 끝까지 읽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지난 4월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홀로 여행 계획을 꾸리고, 어디를 갈까, 무엇을 볼까 설렘을 갖고 계획한 일정이 아니었다. 단체로 움직여야 했고, 금요일 밤에 도착해 일요일 오전에 돌아오는 아주 짧은 여행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흠뻑 빠져있던 그 사려니 숲길도 2시간만에 주파해버렸다. 물론 저자가 만났던 뱀을 나도 사려니숲길에서 만났다. 걸어가는 동안 그 숲길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나는 어서 이 숲이 끝나는 곳에 도착할 시간을 재촉하며 걸었다. 생애 첫 제주도 여행을 나는 그렇게 보내고 왔다.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은 그다지 많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첫 경험이 중요한 걸까?


20대 후반의 어느 1년을 나는 일본의 도쿄에서 보냈다. 어학연수라는 이름으로 떠났지만, 일주일에 5일은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해야했다. 그때는 나도 내 나름대로 패기가 있었는지, 주말마다 도쿄의 구석구석을 걸어다녔다. 주말 아르바이트가 당연히 시간당 수당이 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주말을 보고 즐기는데 사용했다. 그래서일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자주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긴 시간동안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는 곳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저자가 제주도에서 보낸 1년이 어떤 느낌일 지 가슴으로도 머리로도 상상이 되었다. 나에게 화를 내었던 마음이 가라앉자 책을 읽는 것이 편해졌다.


40대 중반을 넘긴 나는 다시 다른 꿈을 꿀 수 있을까? 사려니숲길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걸으며 그렇게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다시 나에게도 생길까?

 

이 정도 생각하고 나니. 다시 저자가 준 알뜰한 정보들이 다시 보였다. 제주도에서 1년 동안 살기 위해서는 집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하려면 물가도 알아야 할 것이고. 그래도 우리 나라인데 그리 다를까? 하다가 많은 것이 항공이나 배편으로 들어가는 제주도니 당연히 육지보다 비쌀 것이고... 인터넷쇼핑을 해도 배송비가 더 붙는 지역이 아닌가?

 


 

며칠 짜리 관광이었다면, 보지 못했을 것들이 담겨져 있다. 마치 현지인처럼, 그렇지만 현지인일 수 없는 여행자의 눈으로 본 제주도의 삶이 있다. 그리고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짧은 여행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할 것들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도 1년 정도는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에 이르지는 못했다. 훌훌 던져버리고 떠날 용기가 여전히 없다. 내가 만약 20대, 30대,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가 없다면,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느 누군가는 분명 이 책을 읽고 자극을 받아 떠날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은........... 그러지 못하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5-06-2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식구가 함께 새로운 곳에서 다른 걱정이 없이 한 해 동안 여행하듯이 산다면...
어떤 재미나 즐거움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나중에 혼자서 제주이든 도쿄이든...
새롭게 한 해 동안 마음껏 삶을 누릴 날을 꿈꾸어 보실 수 있을 테지요~

2015-06-25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