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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붓 사계절 그림책
권사우 글.그림, 홍쉰타오 원작 / 사계절 / 2012년 11월
절판


읽어 본 그림책 중에 중국작가의 책은 손에 꼽을만큼 적다. 영어권 그림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일본그림책이다. 게다가 중국작가가 그린 중국그림책은 더 적다. 이 그림책도 이야기는 중국이야기이지만 그림은 한국작가가 그렸으니 한국그림책이다. (이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그림책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기한 붓은, 홍쉰타오의 <신필마량>이라는 동화를 그림책으로 그려내었다. 홍쉰타오는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모아서 <신필마량>을 썼다고 한다. 전래동화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특징을 이 그림책 역시 모두 가지고 있다. 한없이 착하고 선량한(게다가 외모까지도 그러한) 주인공과, 자기욕심만 채우고 주위를 돌아볼 줄 모르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조연(게다가!! 외모까지도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악당스러운)이 등장한다. 그리고 당연히 마량은 신선의 도움을 받고, 악당인 원님은 마량을 괴롭히다 벌을 받는다.



등장인물의 행적과, 줄거리는 전래동화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나는 그림작가가 인물을 너무 정형화해서 그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는 착한 얼굴을 하고 나쁜 짓을 하는 인간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우락부락하게 생겼지만 정말 따스한 품성을 지닌 사람도!!

마량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지만, 집이 가난하여 붓을 살 수는 없었다. 물론 종이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마량이 바닥에 새를 그리고 있으면 새들이 날아와 구경을 하고 있을정도니, 얼마나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멋진 붓으로 커다란 종이에 원님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이 장면은 마량이 바닥에 나뭇가지로 새를 그리는 장면과 비교가 된다. 마량도 저런 멋진 붓(종이)이 있다면 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러던 마량에게 신선이 나타나 붓을 전해주는데... 마량은 붓으로 바위에 닭을 한 마리 그렸다가 그 닭이 살아나는 것을 본다. 그리고는 배고픈 아이들에게는 밥을, 힘들어하는 농부에겐 소를 그려준다. 자기자신의 부와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모두 그려낼 수 있는 붓을 가졌음에도 마량은 남을 위해 그 붓을 사용한다.

그런가하면, 역시나 우리의 원님은 당연히 자기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린다. 금덩이를 그렸지만 똥덩이가 되어버리고, 돈나무를 그렸지만 뱀나무가 되어버린다. 오로지 자기 욕심을 위해 그림을 그리니 그 욕심에서 나는 냄새가 똥보다 더하고, 그 욕심이 사악한 뱀보다도 추악하다.

원님은 자신이 그림 그림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자신의 욕심때문이라 깨닫지 못하고 마량을 시켜 황금산을 그리게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뻔히 눈 앞에 보고도 그것이 잘못임을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더 많은 죄를 짓고, 더 많은 오만과 오기를 부린다. 결국 그들에게 남은 건 자멸 혹은 파멸이다.

황금산으로 가기 위해 파도가 세어지고 고칠어져 자신이 탄 배가 뒤집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오로지 황금!! 황금만을 부르짖으며 나아가는 저 욕심가득한 얼굴을 보라. 그가 황금산에 닿았다한들, 황금만 갖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를 두고 학을 타고 날아가는 마량. 마량은 신선이 되어 날아간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림으로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어서, 자신이 그 욕심때문에 얼마나 추악해져가는지를 깨닫지 못한다. 권선징악의 주제야 전래동화가 가진 특징 중의 특징이 아닌가. 그 느낌이 잘 살아있는 그림책이고, 섬세하고 예쁜 그림이 눈길을 자꾸 멈추게 만드는 그런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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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1-2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