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 (1.29일자) 집필노동자 이라영씨의 기고를 보았다.

˝표현도 일종의 자원이다. 목소리의 분배를 고민하지 않고 목소리의 자유를 외친다? 누구의 목소리? 이번 테러는 펜과 총의 격돌이 아니었다. 펜 뒤에는 더 많은 총이 지켜주고 있다. 이 총들의 지지를 받아 펜은 우아하게 문명이 되어 있을 뿐이다. 펜의 자유는 총이 가진 힘에 따라 그 범위가 결정된다. `말`의 자유를 수호하고 싶다면 그 말 뒤에 있는 힘의 불균형을 모른 척 하면 안된다.˝

샤를이 에브도의 테러 사건을 얘기한 글이다. 테러 자체는 말할 것도 없이 나쁘지만 표현의 자유와 테러의 원인을 단순 비교하여 선악을 판단하기는 힘들다.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보면서도 나는 왜 미군들이 남의 나라에 탱크를 앞세워서 들어가 초토화 하고 있는지, 그러면서 정의를 외치고, 아군이 죽기라도 하면 죽기살기로 복수를 다짐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떤 것이 표현의 자유이고 어떤 것이 테러인지를 정하는 기준도 이 기사에서처럼 `총들의 지지를 받아 우아하게 문명이 된` 사회가 정하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이 출판 되었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니 자기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는 있다. 그러나 800쪽에 달하는 비싼 책을 사서 보라고 하지 말고 당당히 청문회에 나와서 할 말을 하셨음 좋겠다. 그리고 힘의 논리에 의한 표현의 자유가 아닌 진정성 있고 건강한 의견들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는데 한 몫 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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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하 - 50년간의 고독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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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노트>에서의 충격과 <타인의 증거>에서의 의혹이 마지막 <50년간의 고독>을 읽으며 서서히 해소된다. 그러나 여전히 모호하고, 확실한 것은 없어서 자꾸 앞을 뒤적거려보게 된다. 이 세개의 작품이 상당한 시간차를 두고 발표되었다. 그만큼 동유럽의 격변하는 사회상이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전쟁을 겪고, 격동의 사회 혼란기를 겪고, 이제 안정이 찾아온 듯 하지만 그 시대를 겪어낸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모호하고 암울하고 기쁨이 사라진 모습이다. 작가는 결코 격앙되거나 비참한 목소리가 아니라 담담하고 명료한 말투로 `사실`을 서술할 뿐이지만 그것이 더욱 가슴에 꽂힌다. 새로 나온 판본으로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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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노트> 만큼의 충격은 없지만 이 소설 속 상황은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혼란의 와중에서 스스로를 추스리며 살기도 힘든 짐승같은 시간들을 살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열망하고, 과거의 찬란함을 그리워하며 공허하게 보내는 인물들을 보면 한없이 황량하다. 결국 존재 자체도 보장 받을 수 없는 결말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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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주권 빼앗겨도 좋은가? - 농촌 위기와 시인 김남주 이야기 철수와 영희를 위한 대자보 시리즈 5
김덕종.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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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박근혜 정부는 쌀 전면 개방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최소한의 의견 수렴조차 없는 무례한 발표였다. 하지만 언론은 외면했거나 축소했고 대다수 사람들도 침묵했다.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네티즌들도 조용하다. 2014년은 갑오농민전쟁 120주년을 맞은 해였다.

이 책은 기자 출신인 손석춘씨가 해남군 농민회 회장이자 시인 김남주의 동생인 김덕종씨와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철수와 영희(이땅의 보통 사람들)를 위한 대자보 시리즈로 나온 책 중 한 권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쌀, 매일 먹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잘 못느끼고 있기도 하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곳간을 다 내주고도 그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나부터도 기사로 잠깐 읽은 기억은 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한 문제다.

이땅의 농민들,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지만 갑오농민전쟁이후 지금까지, 아니 지난 역사이래로 단 한번도 자신들을 위한 정권을 가져보지 못한 채 수탈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대담을 읽다보면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지 못한 죄책감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겠다. 아니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밥줄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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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상 - 비밀 노트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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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손에 들었다가 내려놓지를 못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 밀란 쿤데라에 비견되는 동유럽 작가라는데 워낙 동유럽 문외한인 나는 그녀의 작품은 처음이다.
서문도 해설도 없이 시작하는 이 책은 무엇하나 자세한 배경을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 상권 <비밀노트>에서는 주인공인 쌍둥이 형제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다만 작가의 고향이 헝가리라는 사실에서 2차 세계대전 막바지 무렵 독일군이 가고 해방군인 소련군이 들어오는 어느 시골마을이 배경이겠구나 싶다.
이야기는 철저히 아이들의 시선에서 쓰여졌다. 전쟁 상황이고 자신들을 개자식들이라 부르는 할머니 아래서 자라는 상황이지만 아이들은 너무 똑똑해서 그 누구보다 강한 생존기계가 되어간다. 아이들의 시선이 놀랄만큼 순수하다가도 끔찍할 만큼 대담하다. 그 어떤 전쟁 소설에서 묘사하는 것보다 훨씬 극대화된 비극을 경험할 수 있다.
요즘은 세 편의 소설이 합본으로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원래는 각각 따로 발표된 소설이라고 한다.
일단 한 권을 집어들면 멈추지 못하고 다음 권을 읽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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