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인도 영화를 좋아한다면 강추. 다만 영화 중간 뜬금없이 나오는 군무 형태의 발리우드식 영화는 아니다(그렇지만 영화가 끝나고 타이틀이 올라가면 군무가 등장한다^^). 악질 경찰의 모략으로 눈물을 흘리게 된 연인의 통쾌한 복수극.   


2. 여주인공 사라는 모든 억압으로부터 탈출해 자유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그녀의 팔목엔 자신을 억압하는 것을 매듭으로 만든 팔찌가 있다. 억압된 것을 하나하나 벗어날 때마다 매듭을 풀어낸다. 남주인공 아드바이트는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와 끈끈한 관계를 맺기 전에 헤어짐을 선택한다. 두 주인공이 인도를 여행하다 우연히 마주치면서 사랑을 나눈다. 사라는 임신을 하고 아드바이트는 관계맺기의 두려움에 그녀를 떠나간다. 하지만 이윽고 진정한 사랑이란 끈끈한 관계에서 비롯됨을 깨우치고 그녀에게 돌아온다. 그런데 하필 돌아온 그 시각 못된 경찰의 오해로 인해 사라가 죽음에 내몰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라는 죽고 아드바이트는 감옥에 갇혀 5년을 옥살이한다. 아드바이트는 출소날 사라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경찰들을 찾아가 복수를 실행한다. 


3. 아드바이트의 액션은 리얼함과 판타지 그 어디쯤의 중간에 어정쩡하게 서 있다. 격투의 현실성은 떨어지고, 그렇다고 중국 무협같은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도 아닌, 무적의 액션장면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4. 영화 [말랑]의 사랑과 복수는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잠깐 쉬었다가 노래가 나오고 그 노래에 맞추어 화려한 영상이 시작된다. 뮤직비디오 예닐곱편이 이어지면서 영화는 극적 구성을 갖춘 듯한 모양새다. 짧은 영상에 빠져있는 현대인의 집중력에 딱 들어맞는 구성이라 해야 할까.


5.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허술한 것은 아니다. 영화 [말랑]은 끊임없는 교차편집으로 복수의 장면과 왜 이런 복수를 하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교차편집이 이어지다보니 다소 흐름이 끊기는 기분도 들지만, 나름 사건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사건의 단서가 되는 것들을 교차편집 속에 드러내면서 허술할 것 같은 이야기의 전개가 나름 반전을 갖추는 정교함도 보여준다. 


6. 영화 [말랑]의 말랑은(영화 속에서 '마랑'으로 들리는데) '방랑자'라는 뜻이다. 사라와 아드바이트는 자유를 찾아 거처없는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억압에서 벗어나면 매듭을 풀어나간다. 그런데 그 자유라는 것이 대부분 익스트림스포츠와 마약이다. 히피의 자유정신보다는 신자유주의의 쾌락적 소비에 가까워보인다. 그래서일까. 마약공급자이면서 이들 연인을 도와주는 인물은 자유를 찾아 떠난 여행 선배로서 그 여행의 끝이 불행일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유란 결코 방종이 아니다. 사라와 아드바이트는 매듭을 풀어내며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배울 수 있으리라.  


7. 영화 [말랑]속 경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악질경찰뿐만 아니라 주인공 연인을 결국 돕게되는 경찰마저도 상대를 향해 총을 쉽게 쏜다. 자유를 말하고 있는 영화이지만, 경찰의 모습 속에서 인권은 저 멀리 있다. 

악질 경찰인 마이클은 초반 정의의 사도처럼 보여졌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적 어머니로부터 남성성을 거세당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 트라우마 탓에 잃어버린 남성성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보여준다. 그 집착이 온갖 악행을 일삼게 만든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은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경찰의 무지막지한 공권력 또한 여기에서 비롯된듯하다.  

영화 [말랑]이 말하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 그 자유를 느끼는 방랑자의 표상이 위태롭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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