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똑같으면 안된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존법에는 이 문구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틈새를 노리라는 것도, 블루오션을 말하는 것도 모두 이런맥락일테지요. 개성을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귀농을 해서 농사를 지을 땐 나를 내세우는 것은 큰 위험요인 중 하나가 됩니다. 농사를 짓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말이죠.


한 대형마트 프로젝트인 <국산의 힘> 농부 중 한 명인 경북 성주에서 유기농 참외농사를 짓고 있는 이일웅 농부는 심지어 "자기 기술을 갖는 순간 망한다"라고까지 말합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요.




경북 성주로 이일웅 농부를 찾아갔습니다. 성주군은 우리나라 참외 생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참외 주산지입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참외하우스 천지입니다. 7월말이 되면 참외는 거의 막바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1년 사시사철 내내 참외를 생산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주산지로의 귀농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쉬울뿐더러,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위에서 도움을 얻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죠.


이일웅 농부는 이렇게 주산지로 귀농해서 농사를 배울 땐 "몸뚱아리까지 다 맡기라"고 합니다. 멘토를 정해서 멘토에게 모든 것을 다 맡기라는 것이죠. 그렇게 농사를 배워야 자기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의탁해야 할까요? 이 농부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평생을 함께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가야한다고 하네요. 몇년 배웠다고 '자신만의 기술'을 갖는 순간 딱 망하기 십상이라는 것이죠. 그만큼 농사기술의 습득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참외 수확이 끝난 하우스는 다음 시즌을 준비해서 땅만들기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벼를 녹비작물로 활용하는 것이죠. 또는 윤작을 하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 가운데 비닐에 쌓인 것은 참외 잔사입니다. 나중에 바싹 마른 후 갈아엎어 땅에 퇴비로 쓰입니다. 양쪽으로는 참깨가 심어져 있습니다.



이일웅 농부는 경축순환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즉 농산물의 부산물을 가축에게 주고, 가축에게서 나온 똥과 오줌을 퇴비로 사용하는 것이죠. 그야말로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경축순환의 중심에는 소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상품이 되지 못한 참외를 사료로 이용해 꿩도 키우고 있습니다.



이일웅 농부는 참외 하우스와 하우스 사이에 논을 만들어 벼를 심기도 합니다. 또 일부 하우스에서는 고추와 호박을 키웁니다. 이외에도 양파, 밀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합니다. 최근엔 체리나무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소위 한 작물을 키우는 집약적 농업이 아닌 복합영농입니다. 이 농부는 복합영농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코로나 이후 비대면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판매 또한 온라인과 직거래 형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1년 내내 소비자들에게 농작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작물 생산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점에서 복합영농은 필수라는 것이죠.


물론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실력입니다. 온라인이나 직거래에서는 농산물 품질이 낮으면 바로 버림을 받습니다. 인맥을 활용하는 것도 1회용이 되어버릴 뿐이죠. 반면 품질이 높으면 단단한 소비자의 후원을 얻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도 품질좋은 농산물 생산을 위해 멘토를 정하고 따르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일웅 농부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보탭니다. 시골에서 살려면 "빈틈을 보이라"고 합니다. 시골마을에선 빈틈을 보여야 서로 그 빈틈을 채워주며 살아간다는 겁니다. 모든걸 완벽하게 따지며 사는 것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기 쉽다는 거죠. 농사는 혼자 짓는게 아니기에 더불어 살아가는 시골살이의 필요한 덕목이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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