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내려와 농사를 잠깐 지어보니 농사가 야구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야구가 운영되는 시기와 농사의 절기가 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 믿을 수 없다고? 자, 그럼 야구와 농사 이야기를 한 번 시작해 볼 테니 잘 들어보시기 바란다.

 

<1>스프링캠프와 모종 키우기

2019년 2월 중순 일본 오키나와에는 우리나라 프로야구팀 7개가 훈련을 하고 있다. 이외에 호주나 미국 플로리다에도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팀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운 날씨 때문에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렇게 시즌 전까지 훈련과 연습경기를 치르는 전지훈련을 ‘스프링 트레이닝’, 전지훈련 장소를 ‘스프링 캠프’라고 부른다. 스프링 캠프는 장소의 의미뿐만 아니라 훈련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이런 스프링 트레이닝은 미국 프로야구에서 시작됐다. 1870년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와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에서 훈련한 것이 처음이라는 설<시사상식사전>과 1896년 볼티모어 오리올즈의 감독 핸론이 15명의 선수를 인솔하고 남부의 따뜻한 조지아 주의 메이컨에서 2주간 머물면서 연습을 한 후 3년 연속 우승한 것을 시초로 보는 설<체육학대사전, 2000>이 있다.

아무튼 스프링캠프에서는 각 선수들의 체력훈련, 기초훈련을 비롯해 연습경기를 통해 기량을 점검하고 발전시킨다. 또한 개막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한다.

   

 

 

농부들은 한 해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한겨울부터 몸을 움직인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따듯한 곳을 찾아 훈련을 하듯 농부들은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기 위해 하우스를 이용한다. 이렇게 모종을 키우는 하우스를 육묘하우스라고 부른다. 육묘하우스는 농부들에게 스프링캠프인 셈이다.

씨앗이 자라 모종이 되어 본 밭에 들어가기 전까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온도조절이 관건이다. 씨앗을 뿌리는 포트 밑에 열선을 깔아주고, 포트 양 옆으로 활대를 박아 비닐이나 보온이불을 덮어주는 터널을 만든다. 매일 터널을 덮었다 열어주었다를 반복하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주어야 한다. 육묘하우스에 찬바람을 막기 위해 하우스 밑부분을 보온이불로 감싸주는 농부도 있다. 포트와 하우스 비닐 사이를 샌드위치 판넬로 막아 단열재 역할을 하도록 만든 농부들도 있다.

각자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한겨울 모종을 키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목표는 건강한 모종을 통해 한 해 농사를 풍년들도록 하는데 있다. 프로야구팀들이 스프링캠프를 통해 가을 야구는 물론 우승을 하고자 하는 목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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