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스터디의 4번째 강의는 신용카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제목은 '신용카드와의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라는 문학적 표현이지만 매우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것이었죠.  저는 5분정도 늦게 도착해서 나갈때는 사정상 먼저 (언제 끝났나요?  전 다른 용무때문에 20시 40분까지밖에 듣지 못했네요.) 나갔기 때문에 강의 전부를 듣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새로운 시각을 경험할 수 있는 유용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나름 신용카드 사용에 도가 텄다고 자부하는 사람입니다. 가지고 있는 카드 종류만 해도...엄청나죠^^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혜택은 쏙쏙 골라챙기되, 카드사의 이익이 될만한 카드대출이나 현금서비스, 리볼빙제도 같은 것은 전혀 이용하지 않을뿐 아니라 불필요한 카드 지출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저같은 사람만 있으면 카드사 망할거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월급날 통장 잔고가 카드 결제액 때문에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된겁니다. 이런 월급쟁이들이 주변에 많구요. 강사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데 회사원들 사이에선 이런 자조 섞인 명언이 회자되곤 하죠.

   
 

월급이란 통장을 스치고  흘러 지나가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심각한건 이제 비밀도 아니고 조금씩 2003년 카드대란때의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뉴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문제지요. 전 카드사용으로 인한 과다한 대출 및 금융기관에 쥐꼬리만한 월급마저 이자명목으로 약탈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으로 카드사의 이윤을 높이기 위해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가 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나름 현명하게 카드를 사용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조차도 결제일날 카드연체될까봐 회사를 절대 그만둘수 없는 웃지못할 상황에 처하게 된 것도 '인생을 즐겨라'라며 각종 혜택을 미끼로 과다한 소비를 조장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과도한 소비는 개인적으로도 낭비이지만 어려운 지구촌 이웃은 물론 우리 후손이 누릴 몫까지 훼손하는 일이 될것입니다.)

 

강사님이 시간 내내 강조하신 내용중에 기억나는 한마디만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이 말을 꼽겠습니다. 

   
 

빚권하는 사회, 이것은 약탈이자 사기다!

 
   

"인간은 경제적동물이 아니기때문에 합리적 소비는 불가능하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은 짧은 기쁨을 주지만 카드를 없애고 불편한 소비를 하면 결국 더 큰 만족과 행복감을 얻게될것이다" 등 제윤경 강사님의 말씀이 상당히 설득력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카드 사용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친 사람이 자기 미쳤다고 하지 않는다고들 하죠?  TV만 틀면 카드와 대출광고가 나오는 것처럼 '빚 권하는 사회'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사회라고 생각했던 것도 비슷한것 같습니다. 매트릭스 안에 사는 사람들처럼 말이죠. (어쩌면 '나만 괜찮으면 돼'라고 생각했는지도.)   적어도 이번 강의는 이러한 사회분위기를 거꾸로 뒤집어 볼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것 같아 이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일본 지진때문에 어수선한 주말입니다.  어서 평안이 깃들길 기도합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kkumkkumi 2011-03-1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시원하고 유쾌한 강의였습니다.
사람들이 어리석다고들 많이 얘기하는데, 저를 포함해 참 많은 사람들이 어리석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들 지들은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답을 다 알고 있으면서,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금융자본에 놀아나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빚 내서 돈 불리고 빚 내서 빚 갚는 일의 순환이 어리석다는 걸 알면서도 오랫동안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빚이 곧 자산으로 불어나리라는 신기루 같은 가지고 말이죠;;;;

덕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신용카드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다 잘라버릴 거예요!! 싹뚝!!
(혹시 모르니까 한 개만 남겨놓을까...? ㅋㅋㅋ)

귀를기울이면 2011-03-14 18:25   좋아요 0 | URL
전 다 자를려면 3박4일.. ㅋㅋ

인문MD 바갈라딘 2011-03-1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그날 퍼포먼스를 위해 가위를 가방에 넣어갔는데, 분위기가 영 달아오르지 않아 슬며시 접어두었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빌려드릴게요. ^^

귀를기울이면 2011-03-14 18:27   좋아요 0 | URL
좋습니다! 아싸! 가위 줏었다!!

터잡기 2011-03-2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강좌가 여러가지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후기 아닌 후기를 정치릴레이 강좌에 신청글로 쓰면서 말했지만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할지 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함 또한 컸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것들이 개인들의 잘못만은 아니라는것, 구조적인 사회적 덫이며 아주 치밀한 계획하에 이루어진 사기라는 점 때문에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더랬습니다. 이런 조직적인 일에 우리 서민 개개인들의 과연 어찌 대처해야 하는지.. 심도있는 고민도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4강 강사분들 여성분들이 너무 시원시원하게 잘 이야기 해주셔서 좋았구요. 5강의 경우 나라살림까지 보게 되어서 그간 지역에서 예산 들춰보던 것에 많은 해석이 되어 좋았답니다. 강사님은 희망적인 이야기라고 하셨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희망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속상했지만 그 또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겠지요.. 세금도 더 낼수 있는 건강한 시민이 지출이 제대로 쓰이도록 요구할 수 있는 당당한 시민이 되도록이요.. 강의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