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듣고 집으로 와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있을 수 없었습니다.  

벌써 저의 세계가 한 번 깨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돈을 많이 벌어야지, 좋은 집에 살아야지, 좋은 사람을 만나고 부와 명예를 얻으면 더 좋겠지...... 하는 등의 수단적인 가치들은 결코 마음을 채워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가치들을 완벽히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인 가치에 대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목표화도 좋아보이지 않았고요. 

'철학이니 사상이라는 것은 똑똑하고 고매한 사람들만이 누리는 것인데, 그것을 알고나면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그럼 더 나은 대접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하기싫은 숙제하듯 철학에 관심을 가졌던 저였습니다.  그 숙제가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요. 

그런데 재현이 무엇인가하는 지난 금요일의 첫 강의를 듣고나서 갑자기 머리 속에서 탁! 하고 이제서야 플라톤의 이데아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보다 더 열심히 세계를 긍정하기 위해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정적으로 매일의 질서에 편입되어 조용히 살아가는 것에 대해 열정이 부족하기는 해도 문제는 없다고 새 부정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고 사느라 제대로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 법도 모르는 제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저도 투쟁하겠습니다! 나이들어 투쟁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이 구현되는 세계를 부정하고 또다시 새롭게. 다양한 변화의 과정에 자신을 노출시키면서. 재현의 논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재현, 혹은 '돌이'님의 초재현을 위해서요^^ 

다음주 강의도 잘부탁드립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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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길드 2010-01-1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정과 회의가 결코 허무와 비관을 뜻하지 않건만 우리는 "왜?"라거나 "아니요"를 말하면 안 되는 것처럼 너무도 쉽게 체제와 권위에 순응하며 살아가지요. 끊임없는 부정은 삶에 대한 강한 긍정이고, 매일매일 자신을 새롭게 구성하는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언가 이 세상 너머 어딘가에 고정불변하는 보편적 진리가 있고, 우리는 흡사 그것을 구현하거나 추구하는 것이 재현하는 삶의 방식이라면, 이와 반대되는 삶의 양식은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습과 타성을 '뛰어넘는다'는 의미에서 초재현이라는 말을 살짝 던져본 겁니다.

비로그인 2010-01-1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갑자기 머리속에 탁!하고.... 그렇죠..뭔가 머리를 탁 때리는 뭔가가...휙 지나가는 느낌....그런데..뭔지는 확실히 잡히지 않으니...그래서 전 재가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앞선답니다. ....

blue0729 2010-01-1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지세요^^ 아무리 깨달아도 행동까지 이어지는건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니까요ㅠ '투쟁하겠습니다' 라는 말 너무 와닿고 감동적이에요- 그래도 같이 할 동지들이 있으니^^ 투쟁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거라 믿어요.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는 유명한 구절은 헤세의 <데미안>이었죠?
나오지 못하면 죽고 말테니까요.
우리도 자신만의 틀, 재현의 논리에서 벗어나려고 투쟁해야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생존의 문제일지도. 김훈 선생님의 말처럼 '시급한 당면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만 인간이 새와 다른 것은, 알에서 나온 후에도 끊임 없이 자신에게 덧씌워진 것들을 깨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라는 생각을, 채운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