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무척 더웠나보군요.

저는 월요일에 도시를 떠났습니다.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것은 없었지만 강원도 오대산 인근과 기타 등등을 보자는 생각이 있었지요.

오대산 인근에 펜션을 하나 예약하고 편안히 쉬다가 왔습니다.이틀을 그곳에 머물며 오대산 베이스캠프로 삼았습니다.펜션이 좀 비싸긴 하지만 제대로 쉴 수는 있었습니다. 주인집 밭에서 키우는 고추와 당근,깻잎 뜯어다가 바로 바로 먹어치웠습니다. 유기농이니 뭐니 뭐니 그래도 역시 바로 따 먹는 야채의 맛은 당할 수 가 없더군요.주인집 아이들은 정말 시골의 순수함이 묻어있었습니다.발바닥도 안 아픈지 자갈밭과 흙길을 맨발로 뛰어다니더군요. 밤에는 추워서 창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물은 또 어찌나 차갑던지.흐르는 물에 10초 이상 손을 담고 있으면 얼어버릴 듯 했습니다. 무었보다 좋았던건 소쩍새와 물소리,그리고 달빛이 어우러진 여름밤이었습니다. 원두막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어둑해져 가는 시골의 저녁을 바라보는 마음이라니.......

오대산 월정사 8각9층석탑도 보고 상원사가서 동종도 보고 방아다리 약수도 다녀오고(물에서 쇠맛이 나서 전 별로 던데....)

정선쪽으로 내려와서 화암9경인가 뭔가하는 곳도 다녀왔습니다.가는 길에 바라보는 오대천과 조양강도 아주 인상적이더군요.굽이 굽이 흘러내리는 것이 가장 지혜로우며 아름다운 것이 강이라는 장석남 시인의 글귀가 떠올랐습니다.강원도에서만 맛볼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황동규 시인의 시에도 있었던 몰운대가 화암9경 중 하나더군요. 평평한 바위돌 위에 고사목도 하나 있고 신선이 놀러와서 바둑두고 가기 딱 좋겠더군요.

가다가다 울진쪽으로 내려와서 불영계곡과 불영사도 다녀왔습니다.불영사는 그다지 많이 알려진 절은 아닌듯 한데 아주 괜찮았습니다.비구니들의 절인지 남자스님은 한명도 보지 못했네요.가람배치가 좀 독특하고 상당히 여성적인 절이었습니다.

결국엔 태백산맥을 넘어서 봉화-안동까지 가게되었는데요.산 굽이 굽이 돌다 어지러워진 정신이 평지에 내려오니 좀 안정이 되더군요.안동에서는 병산서원이 진짜 멋있더군요.도산서원에 비해 덜 알려진것 같았는데...서애 유성룡의 인연이 닿아 있는 서원이었습니다. 서원 안에는 배롱나무 꽃 천국이었습니다.배롱나무의 붉은 꽃과 시간의 때를 입은 서원의 나뭇결,그리고 앞으로 보이는 푸르는 산세가 저절로 동양화의 화폭이 될 듯하더군요.

날씨가 너무 더웠다는데 전 별로 느끼질 못했네요.아마 오늘 부터는 무더위에 동참해야 할 것 같은데..

강원도에서 담아온 서늘한 바람과 자연의 여유로움을 가지고 견뎌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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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7-30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 잘 다녀오셨네요... 여기는 얼마나 더웠다구요^^^^

로드무비 2004-07-3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스가 참 좋았네요.
어디어디 듣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불영사 특히 참 좋죠?

마녀물고기 2004-07-3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움.. 전 무더위와 땡볕에서 이사하느라 진을 뺐는데, 신선 놀음 하다 오셨구만요. 대략 부럽습니다. 오흑.

메시지 2004-07-3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산서원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화장실이 인상적이었어요.
 

마음이 어리석은 사람은 언제나 어둠에 빠져

시냇물처럼 떠다니며 헤어나오지 못하니

차라리 홀로 굳세게 나아가며

외로워도 그를 벗으로 삼지는 말라.

<우암품 2장>

 

백만 명이나 되는 적을 혼자 싸워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값진 것이니

이 사람이야말로 가장 용감한 전사이다.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현명하니

그러므로 그를 영웅이라 한다.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길들이면서

마지막까지 스스로를 자제하라.

<술천품 4,5장>

 

성냄을 끊고 편안히 쉬어라

성냄이 없으면 탐욕과 근심도 사라진다

분노는 가장 뿌리깊은 독이다.

마음이 부드러운 구도자는

착한 말로 칭찬을 받으며

분노를 끊어 근심이 없네.

<분노품 18장>

 

사랑할 만한 것에 대해서도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이미 집착을 버리고 바르게 살아가면

그를 모든 괴로움을 없앤 사람이라고 한다.

<범지품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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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은 여기저기 찬란한 햇살 비추었어도,

캄캄한 뇌우에 지나지 않았고

천둥과 비바람에 그토록 휩쓸리어

내 정원에 남은 건 몇 개 안 되는 새빨간 열매.

 

이제 나는 사상의 가을에 다가섰으니,

삽과 쇠스랑을 들어야겠다.

홍수로 무덤처럼 커다란 구멍이 파인

물에 잠긴 대지를 새로이 갈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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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여, 오라 - 아룬다티 로이 정치평론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혜영 옮김 / 녹색평론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TO : 아룬다티 로이 씨께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날입니다. 태양의 따가운 독설이 낮에도 모자라 밤까지 이어집니다.늘 차가워보이는 도시마저 살바토레 달리의 그림 마냥 축축 늘어져 혀를 쭉 빼물었습니다.손부채질을 하며 양심수로 수십년 복역한 신영복 교수의 글을  떠올려 봅니다. 잠시 옮겨보겠습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때문입니다.이것은 옆사람을 단지 삼십칠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며칠간 이어진 열대야속에서 로이씨의 <9월이여,오라>를 읽었습니다. 당신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주었다는 <작은 것들의 신>은 지금 이곳에서 구하기가 어렵더군요.소설가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먼저 읽어서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만은 좋은 글은 언제나 살아나기 마련이니 조만간 당신의 소설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로이씨께서 쓴 정치평론과 각종 연설문들이 8편 들어 있더군요. 글 전체에서 반세계화 ,반미,반개발정책에 대한 당신의 쟁쟁한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당신이 직접 행동하고 있는 댐건설에 대한 당신의 우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화려한 경제 지표상의 성장이란 미명아래 사라지는 댐아래 사람들의 삶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인도가 세계에서 수력발전에 가장 의존하는 국가란 것도 당신의 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또 그만큼 댐건설로 삶의 모든 터전을 잃어가는 인도 하층민이 많다는 것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제 어린 시절,학교에서는 댐건설에 대한 긍적적인 것들만 배웠습니다.단 한번도 댐건설의 패해에 대해서는 언급된 적이 없었습니다. 나이들어 뉴스에서 수몰민들의 애상적인 모습이 그나마 그 분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명절 즈음해서 수몰민들이 저수지 한가운데로 배를 타고 나갑니다.그리고 수십길 물 아래 부옇게 남아 있는 마을의 모습을 찾아냅니다. '저기...저기가 우리집 장독대가 있는 곳인데...어..저기가 옛날에 우물자리....' 이렇게 말이죠. 가라앉은 추억은 단지 애상만이 아님에도 우리는 물 아래 있는 마을이란 신비함으로 그들의 삶을 접했습니다. 몇푼 안되는 보상금으로 나머지 수십년의 생활을 이어가야하는 그들의 삶은 뉴스가 끝나면 머리속에서도 지워집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스위치를 켜서 불을 밝히고 냉방을 하고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누군가가 먼 곳에서 어떤 희생을 치르고 잇는 지를 우리는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착취자이며 착취자인지도 모르고 우리 삶을 마감할 수 있습니다. 나눔,나눔 많이들 입으로 이야기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타인들의 삶의 희생속에 또는 착취구조속에 무의식적으로 영입되어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내 돈 벌어 내 맘대로 한다.'는 식의 사고가 얼마나 소아기적 가치관이고 유아병적인 자본주의 인식인지 다시금 생각합니다.

당신은 책의 많은 부분에서 미국 주도의 세계화와 아프칸,이라크 침공의 부당성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생명은 이윤이다.'라고 당신은 세계화의 본질을 선언합니다.즉 이윤이 되는 것이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세계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지 않는 주먹'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정부들은 '보이지 않는 주먹'은 은폐합니다.그리고 그 주먹의 부당성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반시장주의자 커뮤니스트라고 비난합니다.가장 좋은 예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일 겁니다. 대한민국은 냉전시대 미소의 대리전을 치루었던 곳입니다.그리고 여전히 미군이 주둔하며 주먹을 으르렁거리고 있는 곳입니다.해방이후 60년 가까이 미국을 우리의 구세주로 여기는 사람들이 나라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지난번 이라크 파병 논란이 빚어졌을때 우리의 안위와 미국의 안위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보는 현명한(?) 학자,정치인,언론계인사들이 수두룩했습니다.마치 미국의 에이전시같은 인상이었습니다. 미국정부는 그렇게 자신들의 제국을 확장시키기 위해 지역 엘리트들을 포섭해 놓았습니다. 미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그리고 주변국들의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상호 이익을 위해 대다수의 민중들을 삶은 안중에도 없습니다.당신도 지적했듯이 한통속이 된 언론을 통해 그럴싸한 현실주의와 냉소주의,패배주의만을 살포하고 있습니다.이들 언론은 파병에 반대하거나 경제정책의 분배를 강조하거나 또 미국의 부당성에 대해 지적하면 이념공세를 하거나 현실성이 없다고 몰아부칩니다.그들은 세계화와 반미,또는 평화주의자들을 철없는 이상주의자로 비춰지게 만듭니다. 당신도 몇번을 강조하였듯이 미국을 정점으로 다국적기업과 정부,미디어 기업이 한 덩어리라는 것을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이해하길 바랍니다.

막막한 현실에서도 당신은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고 했습니다.유일하게 세계화 되어야 할 것은'저항의 세계화'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최근에 들어본 세계화 구호중 가장 멋진 것이었습니다.즉 지역적인 반세계화 저항이 국제적인 연대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세계화의 흐름에 중대변화를 가져 올 만큼 커다란 저항의 결과물을 낳지는 못했습니다.하지만 당신이 싫어하는(?) 댐이 작은 구멍 하나에서 붕괴되듯이 작은 꽃들의 저항이 뭉치다 보면 그 속도와 방향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꿈꿔봅니다. 당신이 있는 인도와 제가 있는 한국은 같은 것보다는 다른 것이 더 많은 공간일 겁니다. 하지만 소수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작은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것은 거기나 여기나 마찬가지 일겁니다. 거대한 제국의 공격에 저항하는 작은 몸부림이 점점 그 물리적 공간의 거리를 좁혀 큰 힘을 얻어내길 기대해봅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이제 태양이 중천으로 떠올랐습니다. 인도는 이제 막 아침 햇살이 뜨겠군요. 제가 아침에 본 바로 그 태양을 로이씨가 보고 계신 겁니다.같은 곳을 바라보는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햇빛이 골고루 나뉘어지길....

앞으로도 좋은글 기대합니다.

FROM  ;   동쪽 아시아 끝에 붙은 나라에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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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30 19:32   좋아요 0 | URL
아룬다티 로이, 오늘 우연히 들른 서재 세 곳에서 이 이름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리뷰를 보니 책을 다 읽은 듯하네요.
너무 꼼꼼한 리뷰라...^^;;;
잘 읽었습니다.
 


 

 

 

 

 

 

 

 

 

 

 

요즘 축구팬들은 좋다.아시안컵도 하고 올림픽팀도 오늘 일본이랑 평가전하고...좀있으면

올림픽 16강전도 할 거고.....거기에 오는 29일 바르셀로나 팀과 수원삼성이 친선경기를 갖는다.

물론 친선경기니까 챔피언스리그나 유로2004처럼 박진감이 넘치진 않겠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스타들의 플레이를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요즘 유럽 축구계가 이동이 심한 철이라 요즘 멤버가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포르투갈의 데코와 스웨덴의 라르손이 바르셀로나에 입단했고 유벤투스에서 임대했던

다비즈가 AC밀란으로 갔다고 한다. 네덜란드 멤버들은 아직은 건재한 듯 한데..

쇠퇴기미를 보이고 있는 클루이베르트나 코쿠등이 아직은 있다보다.

요즘 바르셀로나의 최고 스타는 역시 호나우딩요일 듯 하다.미드필드임에도 가공할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란한 드리블과 정확한 킥은 지단의 후계자가 될만하다.

그외에도 사비올라,자비,푸욜,나바로,오르테가등도 이번 경기에 모습을 나타낼 지 궁금하다.

가서 보면 좋으련만 .....

친구중에 유독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녀석이 있는데 요즘 신났다.경기 보러 간다고 하는데

그 무용담을 어떻게 다 들어주나 벌써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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