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영화 두편을 봤다 <얼굴없는 미녀><분신사바>....

<얼굴없는 미녀>를 보다가 옛날에 본 여름납량 특집 드라마가 생각이 났다.형사 시리즈였는데...

아주 어렸을때 본건데 그 이펙트가 하도 커서 아직도 기억났다.나중에 알고 보니 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나 말고도 그 드라마를 충격적으로 본 사람이 있었구나.^^

김혜수가 과감한 누드씬을 펼친다.근데 사실 볼 거리는 그게 아니다.전체적인 공간 배치와 조명-한마디로 미장센-이란 것이 뛰어났다. 영화 초반부와 말미에 나오는 사물이 둥둥떠다니는 장면의 연출도 좋았고 병원씬이나 정신과 의사의 병원 세트등이 맘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물 속에 들어있는 듯 음산하면서도-무섭진 않다만-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의 연출도 좋았다.단 스토리의 순화구조나 배우들의 연기는 그다지 탐탁치 않다.

<분신사바>는...글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별로 안무섭던데. 뭐 귀신 나올 대목이다 하면 한번씩 나오고 과도한 신체왜곡 장면도 없고....나이트메어식 원한 구조에다가 여고괴담류의 억압적인 학교 그리고 10개의 인디언 인형류의 공동원죄 의식,링에서 차용한 긴머리 날리는 비쥬얼등....이것저것 조금씩 섞어 놓았다. 처음부터 하나씩 죽음이 예고되고 예상대로 하나씩 죽어가는데 별 두려움은 없더라.

공포를 유발하는 분위기 설정자체가 좀 미비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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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황진이 - 주석판 - 역사와 소설의 포옹
김탁환 지음 / 푸른역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대개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생각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생각해 본 때의 인식수준으로 남아있기 마련이다.황진이에 대한 나의 생각 역시 마친가지이다.고등학교 시절 그녀의 시 한수를 배웠다.그리고 참고서에 달린 그녀의 일화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벽계수,서경덕,지족선사들과 관련된 일화들이다. 여염집 여인들에 비해 사회적 교류가 잦았던 기생이란 신분이 그녀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선생님은 당시 기생과 요즘 술집에 나오는 그런 여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하셨다.당시 기생은 지조도 있고 시와 예에도 능한 격이 있는 엔터테이너 였다는 것이다. 내가 황진이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은 딱 그정도 수준이었고 그후 황진이에 대해 단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다.

이 책은 황진이에 대한 기존 시각에 더하여 변혁을 꿈꾼자라는 덧옷을 입힌다.황진이에 대한 기존 문헌의 시각을 한번 비틀어 봄으로써 새로운 황진이의 모습을 형상화 해 낸다.기존 문헌에 등장하는 황진이의 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능있으며 어리숙한 사대부들을 비웃는 명기로서의 이미지이다.작가는 기존 문헌들이 황진이가 비웃던 사대부들의 손에 의해 씌어졌음에 그 혐의를 둔다.당대의 명망있는 선비들이라 하더라도 체제를 뒷받침하던 성리학의 논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음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음이다.이 책에서 황진이는 직접 자신에 대해 변론을 펼친다.우선 시류에 도는 일화들이 자신의 신분을 우스개꺼리로 받아들이려는 시정의 어리석은 이야기임을 말한다. 황진이는 스스로 가슴속의 한과 재능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람을 찾고자 했던 것 뿐이었다.그녀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의 신분이나 학식에 연하지 않고 함께 소리를 나누고 함께 세상을 유랑한 것일 뿐이다.황진이가 서경덕을 만나 그를 스승으로 모신 것 역시 비록 세상을 구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무리속에 희망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세상은 서경덕이 뛰어난 인격으로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쳐 천하의 황진이도 감동했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개탄한다.황진이는 오히려 그런한 태도는 화담의 인품과 학식은 염두에 두지 않은채 남녀간의 상열지사문제로만 시선을 맞춘 한심한 일이라 탄식한다. 이 책을 보며 나 역시 힘을 가진 자들의 시각으로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그녀에 대한 내 생각이 머물러 있던 시점에서 그녀가 다시 복원되어 살아난 것이다.물론 황진이의 개인적 변론을 그대로 따른 다는 것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녀를 둘러싼 야담과 오해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가능성은 충분히 열어준 것이다.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주석의 한시를 읽는 재미이다.혹자는 본문보다 많은 주석읽기가 책읽는 재미를 떨어뜨린다고도 한다.물론 그런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본문의  문장 하나 하나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중국의 당시,송시부터 우리의 한시들까지 두루 포함되어 거기서 한문장씩 따온 것임을 생각하면 작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인용된 구절 역시 당대에 내노라하는 명시들로 구성되어있다.개인적으로 한시에 애정을 갖고 있는 나로써는 시를 읽는 재미도 솔솔했다. 딱히 주석이 너무 많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은 그냥 본문만 읽어도 상관이 없을 듯 하다.우선 다 읽은 후 다시 책을 대략 넘기다 맘에 드는 구절이나 모르는 부문이 있었다면 그 곳만 찾아서 읽은면 된다.

여름휴가 기간 동안 강원도 산골에서 한장 씩 넘겨서 그랬는지 다른 책들보다 여유롭게 읽었다.책보는 동안 어딘선가 난 향이 풍겼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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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2005-02-08 18:11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보았을 때,저는 좀 어렵다 생각했는데 님 리뷰 읽어보니까 다시 한번 읽을 용기가 생겼습니다.; 한시도 그렇고,처음에 읽었을 때는 그저 내겐 너무 어렵다-이런 생각 뿐이었는데,다시 읽는다면 황진이에 대해서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을까요.
 


1999년이 풀랑의 탄생 100주기였다.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풀랑의 탄생

100년을 맞아 각종 행사와 그의 음악세계를 다시 돌아보는 작업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나 역시 당시 풀랑에 대해선 그다지 잘 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장 레코드 샵에 가서 풀랑의 음반을 골랐다.

그때 처음 산 풀랑의 음반이 바로 데카에서 나온 이 음반이다.아마 당시 생각에 협주곡이 가장 무난할 것 같아서 골랐을 것이다.  (대개 음악가들도 협주곡부터 듣는게 가장 쉽다.)

이 음반에는 풀랑의 피아노 협주곡과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Sylviane Deferne / Pascal Roge)그리고 근대 음악에서는 드물게 만나는 오르간 협주곡(Peter Hurford )이 들어있다. 지휘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전 남편이기도 한 샤를르 뒤트와가 맡았다.

 피아노 협주곡의 1악장은 피아노의 주선율로 바로 시작된다.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재현부가 이어지는데 이 멜로디가 한번 들으면 기억될 만큼 아주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낭만주의의 전통을 이어가지만 중간중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불협화음을 불러 일으키며 저돌적으로 변해가는 포인트도 인상적이다.2악장은 마치 모짜르트의 아다지오 악장을 듣는듯 하다.풀랑 자신도 모짜르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으니 모짜르트를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이다.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아기자기한 2악장과 뉘앙스가 비슷하다.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역시 도입부 부터 2대의 피아노가 상승 하강 멜로디를 종횡무진하며 다이나믹하게 진행한다.영화 음악과도 유사한 드라마와 색채감이 뛰어난 악장이다.1악장의 주선율도 한번 들으면 기억날 만큼 인상적이다.

오르간협주곡은 ...글쎄 바흐 음악 이후 오르간 협주곡은 만나본적이 없다....근대 음악중 보기 드물게 만나는 작품이어서 신선하다. 스토콥스키가 편곡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처럼 장중한 오르간의 화음과 심포니의 웅장함이 이어진다.

뭐 이런 저런 음악 듣다가 좀 지루해지면 풀랑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 좋다. 기분이 좀 우울한 날이거나  여린 듯한 낭만주의의 음악이 좀 지겹고 원시적인 강렬함이 필요하다면 폴리니가 연주하는 바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도 아주 좋다. 협주곡은 아니지만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역시 good이다.

 

출근길에 차 안에서 이 음반을 들으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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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8-0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으로도 가물가물합니다. 구매음반목록에 추가시켜야겠군요. 대개의 음악가들, 협주곡부터 접근하는게 좋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바르톡. 제가 현대음악을 가장 먼저 접한게 그의 협주곡입니다. 선율보다는 리듬의 강렬으로 기억되는. 그저 리히테르가 전집 안남긴게 한입니다. 아니, 2번이라도 남긴 데 감사해야할까요? ㅜㅡ
 

연못가

                   백거이

산승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데

바둑판 위에 대나무 그늘이 시원하네

대나무 그림자에 가려 사람은 보이지 않고

때때로 바둑 두는 소리만 들리네

 

소녀가 작은 배 저어

연을 훔쳐 따가지고 돌아오네

종적 감출 줄을 몰라

물풀 위로 산뜻 길이 하나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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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서 깨어나

                                       황경인

꿈속에 치자꽃 향기 살랑 코끝을 스치더니

눈을 뜨니 베겟머리 한기가 서리네

문 걸어잠그는 것 잊고 잠들었던 게지

산봉우리 사이로 지는 달빛이 슬며시 침상 위로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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