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재 점검, 소지품 검사, 출퇴근 기록기 등의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수 없었다. 다들 누군가에게 영혼을 담보 잡힌 채 살아가는것 같았다.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탄 듯 저마다 일생 동안 품어야 할 의미와 사명, 사랑까지도 이곳에서는 절대로 표출할 수 없었다. 테이블이나 소파에 앉아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떠올랐다. 숨이 끊겨 미동조차 없는 사물 위를 떠돌 듯 대화는 겉돌았다. 타인의 심금은 울려보지못한 사람들, 남의 심금을 울려보겠다고 작정해도 얼굴에가면을 뒤집어쓴 채 입으로 뻔하디 뻔한 말을 내뱉으니 누가봐도 입발림이라고도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백화점에서매일 똑같은 얼굴만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에 외로움은 더해갔다. 말을 걸 만한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한 번도말을 걸지 않았고, 걸 수도 없었다. 차라리 오다가다 버스에서 딱 한 번 보고 영영 스치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라도 할 것같았다.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장 널리 알려진 미신 중 하나는, 인간이란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똑똑한 사람과 멍청한 사람으로, 열정적인 사람과 무딘 사람 등으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우리는 한 사람에 대해 말할 때 그 사람은 악하기보다는 선할 때가 더 많고 멍청할 때보다는 똑똑할 때가 더 많고 무딜 때보다는 열정적일 때가 더 많다고 말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선하고 똑똑하다고 말하고, 또 다른사람에 대해서는 악하고 멍청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언제나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분류한다.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람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 강물은 어디에 있든언제나 같은 물이다. 다만 강은 어떤 곳은 좁고 물살이 빠르고 어떤 곳은 넓고 물살이 느리며, 어떤 곳은 맑고 어떤 곳은 흐리며, 어떤 곳은 차갑고 또 어떤 곳은 따뜻하기도 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의 모든 특성을 맹아처럼 품고 있어서 어떤 때는 이런 특성이, 어떤 때는 저런 특성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사람이라도 본디 모습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때가 있고, 몇몇 사람들은 이런 변화가 아주 급격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 P2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두운 시대 배경과 달리 끝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는 책.
매력적인 소녀와 애처로윤 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일임을 알려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구, 거기서 깃털 이불 같은 게 시작된다고. 휴! 깃털 이불 하나만이 아니지! 끌어당기는 게 있다니까. 세상의 끝, 닻, 조용한 안식처, 지구의 배꼽, 세상을 떠받친 세 마리의 물고기가 있고, 블린과 기름진 파이, 저녁의 사모바르와 조용한 한숨소리, 따뜻한 조끼와 불을 지핀 페치카 위의 침상, 이런 것들의 정수가 있어. 그러니 넌 꼭 죽은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살아 있는 것 같기도 할 거야, 일거양득이지! - P324

‘노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발작적으로 홍분하며 생각했다. 노파는 어쩌면 실수일지도 몰라. 문제는 노파가 아냐. 노파는 한낱 질병 같은 거야…… 난 어서 빨리 넘어서고 싶었어........ 난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원칙을 죽였어! 원칙을 죽이고도 넘어서는 걸 넘어서지 못하고, 이쪽 편에 남았지.…… 죽일 줄만 안 거야. 그것조차도 결국은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원칙이라고? 아까 바보 같은 리즈미한은 무엇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을 욕했을까? 근면성실하고 장사에 능한 족속인 걸. 그들은 ‘공공의 행복‘에 전념하지 …… 아니, 내게 삶은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아. 더이상은 결코 없을 거야. 나는 ‘모두의 행복‘을 기다리고 싶지 않아. 나 자신 역시 살고 싶고, 그러지 못한다면 죽는 게 더 나아. 대체 그게 어때서? 난 그저 ‘모두의 행복‘을 기다리느라 주머니에 돈을 꽉 움켜쥔 채, 배고픈 어머니를 외면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모두의 행복을 위해 한 장의 벽돌을 나르고 그걸로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라고, 하하! 어째서 너희는 나를 빼놓은 거냐? 난 고작 한 번 살기에, 나 역시 살고 싶단 말이다.…… 아, 나는 미학적 ‘이‘다.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리며 덧붙였다. 그래, 난 정말로 ‘이‘다. - P4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