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상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7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철 옮김 / 범우사 / 2000년 2월
품절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을 안고 있다.-11쪽

'갈 필요 없다. 거기에는 허위 이외에는 아무 것도 있을 수 없다. 관계를 개선하거나 회복할 순 없다. 왜냐하면 아내를 다시 매력 있고 사랑을 쏟을 만한 여자로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나 또한 사랑할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탈바꿈할 수 없기 때문이다.'-21쪽

"당신의 눈물은 맹물보다 못해요! 당신은 한 번도 저를 사랑한 적이 없어요. 당신은 쓸개도 없고 품위도 없는 사람이에요! 당신은 비열하고 더러운 남이에요. 그래요, 나와는 상관없는 남이란 말이에요!"-25쪽

지금까지는 항상 남편에게 개방하던 그녀의 마음 속 밑바닥이 지금은 꼭 닫혀 있는 것을 그는 보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아내의 말투에서 그녀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래요, 나의 마음은 꼭 닫혀 있어요. 그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앞으로도 그럴 거에요.'라고 정면으로 그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지금 그는 마치 집에 돌아왔으나 문이 잠겨 있는 것을 본 사람이 느끼는 것 같은 느낌을 경험했다.-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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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구판절판


그런데 정작 이 사람들은 뭘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는 성공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뭔가를 달성하지도 못했고 남한테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보지도 못한 사람들. 타고난 재능도 없고, 그렇다고 용모도 받쳐주지 않고. 특별히 뭐 하나 자랑할 거라곤 없는 사람들. 그런데도 인생은 계속되지 않는가.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살고 있을까.-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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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구판절판


읽는 책은 거의 추리 소설이다. 그런 습관은 결혼하고 생긴 것이다. 결혼하기 전, 나는 다소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추리 소설이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년 사이에 바뀌고 말았다. 요즘 읽은 추리 소설 가운데서는 마릴린 보레스의 <탄식하는 비>, 로셀 매저 크리히의 <얼어붙은 놀이>가 재미있었다. 페이 케러먼이다 패트리샤 콘웰, 메리 히긴즈 클락도 결혼하고서 탐독했다. 지금은 추리 소설이 없으면 아내로서 생활할 수 없을 정도다. 아파트에 혼자 있다 보면 외롭고 따분하다. 그러면 온갖 상념이 밀려온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좋은 일들도 많으니까, 그런 때 대신 살해당한 맥건과 실종된 레네이, 유괴된 조주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매듭이 지어진다. 아마도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 장소를 낯설어하기 때문이리라. 나는 때로 매듭을 짓지 못해 안달한다.-15쪽

한동안 나홀로 여행을 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나는 이런 때는 행동이 재빠르다. 수첩을 펼치고, 스케줄을 생각하고, 9월에는 여행을 떠나자고 결심했다.
여권의 유효 기간이 끝나, 그날 산책하는 길에 사진을 찍고 구청에서 서류를 받아와 다음날 신청서를 냈다.
밤,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대뜸 말을 꺼냈다.
"나, 9월에 여행할 거야."
양복과 넥타이, 와이셔츠와 양말을 여기저기 벗어던지던 남편이, 옷을 벗다말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밥은?"
이번에는 그 말을 들은 내가 어안이 벙벙했다.
밥?
몇 초 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 그리고 간신히 내가 말했다.
"밥? 첫 마디가 그거야?"
지금 외출을 하는 거라면 몰라도 앞으로 몇 달 후에 여행을 간다는데, 그 말을 듣고 처음 한는 소리가 어디?가 아니고, 며칠 동안이나?도 아니고, 밥은?이라니.
나는 나의 가장 큰 존재 가치가 밥에 있다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아 슬펐다.
밥.
결혼하고 두세 달 지나면 결혼 생활에서 밥이 얼마나 큰 관건인지 싫어도 깨닫게 된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밥을 먹고 자는 그 일련의 행동에 군더더기 하나 없는
남편의 모습을 보다 보면 마음 속에서 예의 진부한 의문 - 이 사람, 혹시 밥 때문에 나랑 결혼한 거 아니야 - 을 떨어내기가 어렵다.-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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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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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간단히 말하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점점 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누군가를 싫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61쪽

이렇게 아직도 사진을 올려두고 있는 것도 죽은 애인을 향한 마음이 한결같아서가 아니라, 분명 언젠가는 잊어버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치우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게이고는 무언가를 잊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무언가를 잊지 않고 산다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더 그 무언가를 절대 잊고 싶지 않았다.-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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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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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오래 전부터 알던 친구를 만났어. 평생 자기 길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던 친구였지. '이 친구에게 돈을 좀 줘야지.' 사내는 생각했어. 하지만 옛 친구는 부자가 되어 있었고, 실은 오래 전에 사내에게 졌던 큰 빚을 갚기 위해 그를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그들은 예전에 자주 갔던 술집에 갔어. 옛 친구는 술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술을 한 잔씩 듈렸지.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했어. 그러자 그는 자신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고 대답하는 거야. 사람들이 물었어.

"다른 사람으로 산다는 게 뭐요?"

그가 대답했어.-555쪽

"그 다른 사람은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 지 가르치죠. 하지만 그는 내가 아닙니다. 그는 우리가 나이 들어 굶주리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평생 궁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믿지요. 언제나 돈 벌 궁리를 하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결국 이 지상에서의 날들이 끝났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땐 이미 늦은 거지요."

"그럼 당신은? 당신은 누구요?"

"난 그저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을이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요. 삶의 신비에 매혹된 사람들, 기적을 향해 열려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서 기쁨과 열정을 경험하죠. 그러나 실망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 안의 다른 사람은 나로 하여금 아무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삶에는 고통이 따르게 마련 아니오."-555쪽

듣고 있던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가 말했어.

"좌절도 있지요. 누구도 그걸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한 싸움에서 뭔가를 잃는 편이, 자신이 뭘 위해 싸우는 지도 모르는 채 좌절하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요."

"그게 다요?"

다른 누군가가 물었어.

"그래요. 이게 전부입니다. 내가 이걸 깨달았을 때, 나는 내가 늘 되고 싶었던 바로 그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 안의 다른 사람은 방 한쪽 구석에 서 있었죠. 나를 지켜보면서 말이죠. 하지만 난 그가 내 안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만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어요. 비록 그가 나를 겁주고 미래에 대해서 염려하지 않는 것은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경고했지만 말이죠. 내가 내 생에서 그 사람을 몰아낸 그 순간부터 신성한 힘이 기적을 행하기 시작했습니다."-5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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